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했지만, 임시 병원과 텅 빈 검사 부스, 이동 이력을 묻는 QR 코드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모든 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다.
중국에서 3년 동안 지속된 통제 조치가 갑자기 종료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당국이 최근 확산세가 진정됐다고 발표하자 거리와 쇼핑몰이 다시 분주해졌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표 정책 ‘제로코로나’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자했는지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그러나 작년 로이터 통신의 추정에 의하면, 중국은 2022년 코로나 검사, 의료 시설 구축, 모니터링 장비 확보, 기타 코로나 대응 조치에 3500억위안(약 65조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었다.
이제 당국은 해당 인프라 시설 대부분을 해체하거나 시설의 용도 변경에 나섰다.
최근 산동성에서는 금속 컨테이너로 지어진 것처럼 보이는 임시 병원을 임대 공간으로 바꿨다. 대상은 불명확하지만 “숙련된 인재”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제로코로나 정책이 폐지되기 직전인 작년 12월만 해도, 현지 언론은 산둥성 지방자치단체가 임시 병원 건설에 230억위안(약 4조원)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605실로 구성된 해당 시설은 산둥성의 성도 지난에 위치하며, 격리 시설로 사용되고 있었다. 인근 자동차 제조사에서 일하는 한 임차인은 지역 신문 ‘지난일보’에 “말 그대로 여행 가방만 들고 이사했다”며 직장이 길 건너편에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방안을 효과적인 비용 절감책으로 묘사했다. 온라인에 올라온 많은 댓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주 노동자를 위한 주거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고 찬성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네모난 상자”가 작년 한 달 만에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겨울철 생활이 얼마나 편안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저 아이디어를 생각한 사람이나 네모난 상자에서 살아라”라고 조롱했다. 틱톡과 유사한 중국 서비스 ‘더우인’에서는 “이러면 인재들이 빠져나갈 것” 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제로코로나 시절에 강제됐던 삶의 흔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에 등장한 이동식·고정식 검사 부스는 모든 동네에 세워져 제로코로나 정책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일부 부스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500~8000위안(약 10만~150만원)에 팔리고 있다. 대부분은 여전히 텅 빈 상태로 거리에 버려져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매일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제한 조치가 최고조에 달한 무렵 부스 앞에는 항상 대기열이 늘어서 있었다.
버스를 이용하거나 식료품을 구입하려면 음성 결과 확인을 요구받기도 했다.

출입금지 테이프나 바리케이드도 흔했다. 검사 부스, 대기열, 기타 코로나 관련 조치를 위해 구역을 구분하려는 목적이었다. 아직도 대부분이 길거리에 남아 있다.

검사 요구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QR 코드 스캔을 요청하는 새빨간 포스터는 여전히 어디에나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이 실행되던 기간에는 상점이나 식당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코드를 스캔해야 했다. 이 코드는 이동 기록, 코로나 확진 여부, 확진자 접촉 여부 등을 보여줬다.

식당과 상점가가 오랫동안 문을 닫아 간판만 남은 경우도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경제 중심지 상하이부터 시골 마을에 이르기까지, 공급망과 사업체를 압박해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있다.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수행한, 흰색 방호복을 입은 수십만 명의 노동자다.
노동자 인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음 일자리에 대해 당국이 그들에게 내린 지침도 거의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