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을 연상케 하는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주석단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연설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타격용 ‘장거리급’ 신형 ICBM 등장?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열병식에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했다.

최신 ICBM 화성-17형이 대거 동원됐으며 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등도 식별됐다.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ICBM급 신형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장착한 ICBM으로 추정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BBC에 “화성-17형보다 더 진보된 무기 체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더 진보된 무기라면 통상적으로 비효율적인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를 사용한 엔진”이라며 “전체적인 크기 또한 9축으로, 장거리급 ICBM 개발을 위한 모형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군 창건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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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미사일

실제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된 미사일이 실린 이동식발사차량(TEL)은 8축인 반면, 이번에는 9축으로 늘어나 당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형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엔진 연소 실험을 진행할 당시 외부에 노출한 로켓 모터보다도 직경이 더 커진 모습이다.

김 교수는 통상적으로 이렇게 미사일 형태의 통에 실려 나오는 미사일들은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암시하는 모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빈 껍데기 모형이라고 해서 단순한 허풍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최근 신무기 공개 방식을 보면 일단 먼저 열병식에서 모형을 공개한 다음 실제 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 교수는 부연했다.

아울러 이 신형 무기가 고체연료 엔진이 맞다면 ‘화성’ 계열이 아닌 ‘북극성’ 계열로 불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15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140톤 포스의 대출력 고체 연료 발동기 고체엔진을 지상 분출 실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최단 시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연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이미 고체엔진 연료를 사용한 ICBM을 개발 중”이라며 “길게 보더라도 8차 당대회 회기 기간인 2025년까지는 뭔가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에 ‘화성 17형을 10개 이상 대거 공개한 것은 높은 완성도뿐 아니라 이미 양산 체제까지 가서 이렇게 많이 만들고 실전 배치에도 거의 이르렀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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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전술핵 보유 논란 종결 의미’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열병식과 관련해 “전술미싸일 종대와 장거리순항미싸일 종대들이 광장으로 진입하였다”며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능력을 과시하며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무비의 기세로 충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없는 자부와 긍지에 넘친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열병광장에 공화국 국방력의 변혁적인 발전상과 우리 국가의 최대의 핵공격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종대들이 등장했다”고 선전했다.

김동엽 교수는 “군사적으로 일단 북한의 전술핵 운용 부대가 공식 등장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로써 “북한의 전술핵 보유에 대한 외부의 논쟁은 이제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북한이 이제는 전술핵에 대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이 이제 전술과 전략적 차원에서 대단히 폭넓게 스펙트럼을 갖고 실질적으로 억지력을 가지려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통신은 아울러 공개보도에도 등장한 바 없는 제191지휘정보려단(여단) 종대를 비롯한 전문병도 열병식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휘·통신·정보를 담당하는 부대로 추정되는데, 북한이 오는 4월까지 발사하겠다고 한 정찰위성과 연계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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