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잔해를 배경으로 시민들이 모닥불을 만들어 몸을 녹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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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현재까지 2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UN)이 피해 범위가 아직 불분명하다며 경고에 나섰다.

현장에선 구조대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건물 잔해를 뒤지고 있으나, 지진 발생 100시간이 경과하면서 희망의 불씨가 점점 꺼져가고 있다.

게다가 날씨까지 얼어붙으면서 생존자 수천 명이 몸을 녹일 곳이나 물, 식량 없이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을 두고 “세기의 재앙”이라고 묘사했다.

한편 국제 구호 활동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은행은 지난 9일 기본 인프라 재건을 위한 즉각적인 재정 지원 및 지진 피해자 지원책 등을 포함해 튀르키예에 17억8000만달러(약 2조25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차량 부족 및 토로 파손 등 여의찮은 수송 상황으로 인해 현장 구조대 10만여 명이 제대로 활동을 이어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특히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시리아에선 완전한 재앙 그 자체의 모습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9일 UN의 첫 구호물자가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이들립의 바브 알-하와 육로를 통해 시리아 서북부 지역에 도착했다.

바브 알-하와 육로는 UN 측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 정부군 통제 지역을 통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서북부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추가적인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약속하는 한편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다른 물자 전달 통로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지금은 단결할 순간”이라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정치화하거나 분열할 순간이 아니라 대규모 지원이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후 네 자녀와 함께 시리아 알레포를 탈출한 무니라 모하마드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밤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면서 추위에 맞서기 위한 도움의 손길과 물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반군 지역 민간 구조대 ‘화이트 헬멧’은 도착한 UN 지원 차량에는 잔해 아래 깔린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는 특수 장비가 실려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위터를 통해 “잔해 속에서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장비가 절실한 상황이기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2차 재난에 대한 경고

지난 9일 당국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1만7600명, 337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9년 튀르키예 서북부를 덮친 지진으로 사망한 1만7000명 규모를 넘어선 숫자다.

지진으로 한순간에 집을 잃은 시민들은 혹독한 날씨 속 몸을 녹일 곳을 찾아 튀르키예와 시리아 전역의 임시 대피소에서 4일째 밤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가족과 함께 어느 스포츠 센터 바닥에서 지내고 있다는 생존자 레사트 고즐루는 구조대가 지진 발생 3일이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 출신인 고즐루는 많은 이들이 잔해 속에 깔려 있었다며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고즐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심각한 보건 문제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생존자들에게 대피소, 음식, 물, 의약품 등이 “매우 빠르게” 보급되지 않는다면 2번째 인도주의적 재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 있는 WHO 직원들이 “아직도 수백 번 여진이 이어지는 탓에” 차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말했다.

클루게 소장은 많은 시리아 주민들이 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지역이라며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시리아는 콜레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진 이전에도 해당 지역에선 콜레라 창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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