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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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안과 대량 해고의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고용주들이 사무실 근무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이 흐름은 앞으로 원격 근무의 영원한 소멸까지 이어질까?

지난 1월 ‘디즈니’의 직원들은 CEO 밥 아이거의 서한을 받았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당시 디즈니도 일주일에 이틀은 원격으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를 운영중이었다. 하지만 서한에서 아이거는 3월부터는 방향을 바꿔 주4일 사무실 근무를 의무화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의성은 우리의 정체성 및 디즈니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심장이자 영혼”이라고 썼다. “우리처럼 창의성이 필요한 일에서는 그 어떤 것도 물리적으로 함께 있을 때 나오는 동료들과 연결과 관찰, 창조력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리더나 멘토로부터 배우며 전문성을 키워갈 기회도 마찬가지죠. 함께 있어야 가능합니다.”

근무 형태의 유연성을 덜어내는 대기업은 디즈니만이 아니다. ‘스타벅스’와 ‘트위터’, ‘KPMG’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면 근무일을 늘리거나 완전히 대면 근무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2023년 1월 채용 대행사 ‘몬스터’가 미국 노동자 18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이 있다. 이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고용주들이 회사에 유연한 근무방식을 도입한 게 효과적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가상 공간 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려 했던 기업중 3분의 1이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CEO가 꼽는 사무실 근무 복귀 이유는 직접적인 협업과 동료애, 멘토십이다. 하지만 관련 연구를 보면, 직원들은 근무 방식의 유연성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번아웃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높였기 때문이다. 유연한 근무 방식이 성취도를 향상시켰다는 사례도 많다. 즉 고용주가 원하는 것과 노동자가 원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고용주들은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대면 근무로 돌아가는 비율이 많아진다는 것은 꽤 큰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채용 위기로 인해 유연한 근무 환경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이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권력은 다시 고용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경기 침체를 기회로 삼아, 근무 관행을 강화하거나 정비하고 있는 고용주들이 많아졌다. 불황과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적어도 지금은 사무실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 노동자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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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직원들에게 사무실 대면 근무 복귀를 요구한 경영진 중 한 명이다

달라진 균형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규직 직원이 가끔 원격 근무를 한다면 엄청난 특전으로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처우를 받는 이들만 이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은 대량 재택근무의 시대를 열었다. 많은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통해 통근의 피로 및 사무실 프레젠티즘(질병을 앓고 있거나 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피로로 정신적 및 신체적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회사에 출근하는 행위)으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생산적인 근무 습관을 형성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새롭게 맞출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근무 형태의 유연성이 가장 인기 있는 처우로 급부상했다. 기록적인 미충원과 퇴사율이 이어지자, 많은 고용주들은 구직자 및 기존 직원에게 원격 근무 선택권을 줬다. 원격 근무 도입이 노동자 리텐션(잔존율)을 얻기 위한 주 수단이 된 것이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가 전세계 노동자 1만33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유연성을 현 직장에 잔존하기로 결심하는 핵심 동기부여라고 답했다. 이보다 더 큰 요인은 급여(41%)뿐이 없었다. 또한 26%는 이전 직장을 떠난 주된 이유가 “유연성이 부족한 근무 형태”라고 답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에어비앤비’처럼 영구적인 원격 근무를 제도화한 기업들이 나왔다. 또한 원격 근무를 부분 도입하는 식으로 하이브리드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팬데믹이 조금 진정되며 사무실 출근이 재개됐을 때도, 이 정책을 뒤집을 만한 힘이 경영진에게 없었던 것이 노동 시장의 상황이었다. 즉 경제 성장의 시대에는 고용주들은 조직에 더 큰 유연성을 부여해야 했다.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업 ‘R3’의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찰리 쿠퍼는 “경영진은 타고나기를 직원들의 원격 근무보다 사무실 근무를 원하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팬데믹 당시 채용 붐이 최고조였을 때는 사무실 근무를 고집할 수 없었습니다. 인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거든요.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일하라고 하는 것은, 그들에게 다른 회사를 선택하라는 뜻이었어요.”

하지만 노동 시장이 달라졌다. 원격 근무 처우를 없앤 기업이 나오고 있다. 기술 침체와 다가오는 경제 불안은 리텐션이 더 이상 기업의 최우선 고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사무실로 돌아와 일하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쿠퍼는 “‘새로운 근무 형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은 직원들이 ‘해고 당하면 다른 일을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 참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참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여전히 유연한 근무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2022년 12월 미국 내 기업 직원 1만9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0.6%가 완전 재택근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스탠포드 경제학과 교수인 니콜라스 블룸은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사무실 근무일을 늘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 최근 테크 기업에서 나온 대량 해고는 이를 가속화시켰을 것입니다. 이제 직원들은 해고당할까봐 두려워 근무일에 사무실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거죠.”

사무실 근무 복귀에 대한 설명

이러한 변화에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경영진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 경영진은 ‘사무실 복귀’를 “유연하면서 특별한 목적을 위한 근무”로 포장한다.

그러나 점점 메시지의 톤도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노동자에게 유리했던 노동 시장은 축소되고 (채용 위기가 아닌) 실직 위기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쿠퍼는 노동자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즉, 상사가 “주 5일을 사무실에서 일하라”고 하면, 그 표현이 어떻든 직원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경영진들은 우수한 인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위험보다 이익이 커보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 복귀를 요구하거나 사무실에 나와 일할 직원을 물색하는 데 시간과 자원을 기꺼이 투자하고 있다. ‘맥킨지’ 워싱턴 DC 소속 파트너인 브라이언 핸콕은 “이를 보면 경영진이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리더십 스타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팬데믹 속에서 이들 요소 중 일부를 놓치는 것을 지켜봤어요. 어쩌면 그것을 되찾는 방법이 사무실 근무 복귀인 거죠.”

미국 미시간 주에 있는 ‘테크스미스 코퍼레이션’의 CEO, 웬디 해밀턴 같은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벌여놓은 고용을 은밀하게 축소하는 방편으로 사무실 근무 복귀를 이용하는 고용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실에 나와 일하라는 요구에는 다른 의도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고용주의 요구를 따르는 직원들만 해고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 의사가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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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들은 사무실 근무 의사가 있는 직원들을 채용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

노동자들의 손을 떠나다

현재 다양한 식으로 전개되는 사무실 근무 복귀 요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개별 요구의 성공 여부 및 향후 이러한 추세에 합류하는 기업의 규모에 달려 있다.

쿠퍼에 따르면, 업종을 불문하고 업계 선도적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를 가장 많이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한다.

” ‘JP모건’과 ‘골드만삭스’ 같은 기업들은 시행 개시일을 이미 확정해 놓았지만, 다른 금융사들은 그들이 성공하면 우리도 뒤를 따라야지’라는 식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다시 말해 사무실 근무 복귀가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된다면, 원격 근무가 없는 것이 다시 ‘노멀’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흐름은 팬데믹 때 정점을 찍은 완전한 원격 근무 패턴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하지만 핸콕은 “(팬데믹 당시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더 높은 원격 근무 비율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회사중에도 많은 수는 기존의 1~2일 사무실 근무를 3~4일 사무실 근무로 바꾸고 있다. 최소한의 원격 근무를 남겨두는 것이다.

분명 거시경제적 요인을 보면, 권력의 칼자루는 고용주들의 손을 향하고 있다. 업무 관행에 대한 결정권은 이제 고용주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직원들의 바람인 유연한 근무를 축소하거나 완전히 없애려 한다면, 팬데믹 때 특징적으로 나타났던 일하는 방식과는 작별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모든 근로자들이 사무실 근무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의 증거는 없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쿠퍼는 “1년 정도 해보면 기업 생산성이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할 때 정말로 더 혁신적인지도 알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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