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가 지난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또다시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후계자설’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등장 이후 공식 석상에 벌써 5번째 모습을 드러낸 데다 수식어와 호칭 변화, 복장, 자리한 위치까지 일거수일투족이 후계자 내정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 김주애는 주석단 귀빈석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며 김 위원장의 얼굴을 스스럼없이 만지는 등 백두혈통의 지위를 과시했다.
- 또다시 등장한 김정은 딸… ‘ICBM 도발’ 물타기?
- 북한 열병식, 장거리급 신형 ICBM 공개?… ‘전술핵 보유 논란 종결’
- 김정은∙김여정 직접 대남 위협 주도… ‘독단적∙감성적 남매 정치’ 평가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주애를 향해 ‘사랑하는’과 ‘존경하는’ 등의 수식어를 모두 사용했다.
특히 그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참석한 행사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 대규모 열병식 등 모두 군사∙무기 이벤트로, 첫 등장 당시 ‘핵무기 고도화를 통해 미래세대의 안전과 주민들의 안전이 담보됐다는 메시지 효과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후계 구도를 판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주애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이 확실하다는 주장과 가부장적 왕조 체제인 북한에서 여성 후계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래세대 지도자는 김주애
‘김주애가 후계자’라는 분석의 선두주자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이다.
그는 북한 매체들이 김주애를 김정은 위원장의 ‘사랑하는 자제분’으로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퍼스트레이디인 리설주나 백두혈통 김여정에게도 사용하지 않는 ‘존귀하신’ 그리고 ‘존경하는’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김주애를 향한 개인숭배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리설주보다 김주애를 먼저 호명하는 등 김주애에게 ‘미래세대의 상징’ 그 이상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특히 후계자 ‘내정’과 ‘공식 결정’을 분명해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 결정’된 것은 2008년 말이지만 그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은 그의 만 8세 생일날인 1992년 1월 8일이다.
그가 2021년 3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직접 만난 김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 부부의 증언에 의하면, 김 위원장의 8세 생일날(1992년, 김정일 만 50세 때) 김정일 위원장이 “내 후계자는 정은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정 센터장은 “어린 김정은이 만 8세가 됐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도 아버지의 전례에 따라 현재 만 10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결정’되어 2009년 초 한국 사회에 알려지기 전까지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장남’인 김정남을 후계자로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이 같은 사실을 최측근에게라도 알렸다면 온갖 억측이 난무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과소평가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살해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김주애가 일찍부터 중요한 정치행사에 참석해 제왕학을 습득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처럼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과거의 경험들로 김정은 위원장은 그가 가장 ‘사랑하는 자제’인 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하고 조기 공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철혈 재상’으로 불린 대처 전 영국 수상과 독일의 최장수 총리였던 메르켈 모두 여성이었다며, 김주애가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점에만 주목해 그 자질을 의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딸은 까메오∙인트로 역할… 아들이 후계자
반면 김정은 후계문제를 생각할 때 북한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에 팽팽하게 맞선다.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주애가 무엇보다 막후에서 ‘제왕학’ 수업을 받고 있을 오빠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주애의 역할이 시선을 끌기 위해 잠시 출연하는 일종의 ‘까메오’로 오빠의 등장 이전에 ‘인트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설명이다.
곽 교수는 김주애 앞에 놓인 장애가 엄청나다고 분석했다.

첫째, 유교적 문화가 뿌리 깊고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문화가 팽배한 북한 사회에서 ‘여성 수령’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이다.
둘째, 김주애로 승계가 되면 4대 세습에는 문제가 없지만, 5대째(김주애의 자녀)에 다른 성씨(김주애의 남편)로 권력이 이양될 수 있기 때문에 백두혈통으로의 영구 승계 원칙에 위배된다.
실제 유일영도체계 확립 10대 원칙 제10조 2항에 따르면 북한은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 나가며’ 라고 명시했다. 김씨 일가로의 세습을 명문화한 것이다.
따라서 후계자는 김일성 가계에서 나오는 것이 기본원칙이고, 후계자는 수령의 피를 이어받은 인물 가운데 새 세대, 즉 다음 세대에서 나와야 한다.
곽 교수는 따라서 “김주애의 군 관련 행사 등장은 북한의 핵 보유국 정당성 선전 쇼에 대한 주목을 끌면서 한편으로는 대북제재 논의를 흐리게 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핵무기가 단순히 군사용을 넘어 ‘미래세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라는 것과 함께 4대 세습의 정당성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려는 고도의 선전선동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같은 극적 연출효과로 단기적으로는 ‘핵 불포기, 미래세대 배려 부각’ 등의 성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로열 패밀리에 대한 신비감 퇴색’, ‘김정은 리더십 손상’, ‘후계문제에 대한 억측 자극’과 같은 문제점을 양산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자식과 동행해 등장했다고 해서 후계자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주애를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사이 중앙에 앉힌 것은 북한 당국의 고도의 연출력으로, 북한 ‘홍보팀’이 일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후계자설 증폭은 자연스레 ‘김정은 건강이상설’이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권력에 대한 불안감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제는 과거 80~90년대를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김정은 정권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의 4대 세습은 다른 차원의 세습일 가능성이 있다며, 자식이 물려받는다손 치더라도 기존의 세습은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생후 10일 된 아들과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 구조된 여성
- 지진: 단층은 무엇이며, 단층이 지진에 미치는 영향은?
- 우크라 전쟁: ‘조금씩 러시아가 이기고 있습니다’ … 바흐무트 주변 점령해가는 러시아군
- 미 상공에서 또 다른 비행 물체 격추 … 북미 상공서 벌써 4번째
- 지진: 텐트도, 원조도, 아무것도 없는 시리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