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어린 아기의 모습

BBC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 일주일이 흘렀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종종 “기적” 같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러한 희망적인 소식 하나를 살펴봤다.

지난달 27일 남부 하타이 지방에 사는 여성 네클라 카무즈(33)는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아들의 이름은 “용감한 자”라는 뜻의 ‘야기즈’로 지었다.

야기즈가 태어난 지 10일이 지난 날 새벽 4시 17분, 카무즈는 아들을 먹이기 위해 깨어 있었다.

잠시 후 이들 모자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순식간에 파묻혔다.

카무즈는 가족과 함께 살던 사만다그 지역의 5층짜리 현대식 건물에 대해 “좋은 건물”이었다면서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렇기에 지진이 덮친 날 아침 해당 지역이 지진으로 폐허가 되고 건물이 곳곳에서 붕괴하리란 걸 상상하지 못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다른 방에 있던 남편에게 가고 싶었다. 남편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했다”는 카무즈는 “하지만 남편이 첫째 아들과 함께 내게 오려고 할 때 옷장이 그 위로 떨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진동이 거세지면서 벽이 떨어져 나가고 방이 흔들리고 건물의 위치가 바뀌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지진이 멈췄을 때도 전 제가 한층 아래로 떨어졌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카무즈는 자신이 어린 아들을 가슴에 안고 누워있다는 걸 발견했다. 카무즈 모자 옆에 옷장이 떨어지면서 커다란 콘크리트 판에 짓눌리지 않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거의 4일간 카무즈 모자는 이곳에 묻힌 채 구조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1일째

잠옷 차림으로 건물 잔해에 깔린 카무즈의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웠기”에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의존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다행히도 야기즈가 아직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먼지가 자욱해 처음엔 숨쉬기조차 어려웠으나 이내 가라앉았다고 한다. 카무즈가 있던 곳은 따뜻했다.

카무즈는 등 쪽에 아이들의 장난감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전혀 움직일 수 없었기에 이를 확인하거나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꿀 수 없었다.

옆의 옷장과 갓 태어난 아들의 부드러운 피부, 이들이 입은 옷 외에 카무즈가 느낄 수 있던 건 콘크리트와 건물 잔해뿐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카무즈는 장롱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고자 했다.

“거기 누구 있어요? 제 목소리 들리세요?”

그러나 효과가 없자 카무즈는 옆에 떨어진 작은 잔해 조각을 집어 들어 옷장을 쾅쾅 세게 두드렸다. 옷장이 무너져 자신을 덮치지 않을까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순간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카무즈는 “정말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기다림의 시간

한 줄기 빛도 들어오지 않는 건물 잔해 속에서 카무즈는 시간 감각을 잊었다.

카무즈의 삶은 원래 이렇지 않았다.

“새로운 아기가 태어나면 많은 계획을 세우게 된다”는 카무즈는 “그런데 갑자기 건물 잔해에 깔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카무즈는 야기즈를 돌볼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점을 잘 알았다. 그래서 좁은 공간에서 어렵게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카무즈는 음식도 물도 먹거나 마실 수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 자신의 모유를 마셔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따금 머리 위에서 우르릉거리는 드릴의 소리를 느끼거나 사람의 발소리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저 멀리서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바깥 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진 최대한 힘을 아끼고 조용히 있기로 결심했다.

처참히 무너진 건물

BBC

카무즈는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가족들을 생각했다. 자신의 가슴 위에 있는 어린 아들부터 같은 건물 잔해 속 어딘가에 있을 남편과 첫째 아들을 생각했다.

또 다른 사랑하는 이들은 이 지진 현장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이 잔해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아기 야기즈가 있었기에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야기즈는 대부분 잠을 잤으며, 울면서 잠에서 깨면 묵묵히 모유를 먹이며 야기즈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구조

그렇게 어둠 속에서 90시간 이상이 흐른 순간, 카무즈의 귀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꿈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개 짖는 소리에 이어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다.

누군가 잔해 저 너머에서 “괜찮나? 괜찮다면 노크 한번 해달라”고 말했다.

“어느 아파트에 사시나요?”

이들 모자는 마침내 구조됐다.

구조대는 조심스럽게 잔해를 파헤치며 야기즈를 안고 있는 카무즈를 구조했다.

어둠이 순식간에 걷히고 카무즈의 눈에 손전등 불빛이 들어왔다.

이스탄불 소방국 구조대가 아기의 나이를 물었지만 카무즈는 알 수가 없어 지진 발생 당시 생후 10일이었다고만 답할 수 있었다.

야기즈를 보살피고 있는 구조대원

EKREM IMAMOGLU
구조된 아기 야기즈의 소식은 여러 언론에 소개됐다

카무즈는 야기즈를 구조대에 넘겨준 후 들것에 실려 빠져나갔다. 눈앞엔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듯했지만, 그 어떤 얼굴도 알아볼 수 없었다.

구급차로 옮겨지는 순간 카무즈는 첫째 아들은 구조됐는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그 이후

카무즈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가족들로부터 남편 이르판과 첫째 아들 이짓 케림(3) 또한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다리와 발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아다나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말도 함께 들었다.

남편 이르판과 세 살 난 첫째 아들과도 재회한 카무즈

BBC
마침내 남편 이르판과 세 살 난 첫째 아들과도 재회한 카무즈

놀랍게도 카무즈와 야기즈는 신체적으론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들을 24시간 동안 입원시키고 상태를 관찰했다.

가족들은 이제 돌아갈 집이 없어진 카무즈를 나무와 방수포를 엮어 임시로 만든 파란색 텐트로 데려왔다.

총 13명이 텐트에 머물고 있었다. 모두 집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이 텐트에서 가족들은 작은 난로 위에서 커피도 만들고 체스 놀이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며 지탱했다.

현재 카무즈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기즈 덕에 자신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기가 그때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면 나도 강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카무즈는 “아들이 아주 어린 나이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에 매우 다행”이라면서 아들이 다시는 이러한 일을 겪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남편과 첫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자 카무즈 얼굴이 밝아졌다.

남편은 “안녕 용맹한 내 아들아, 잘 지내니?”라며 야기즈의 안부를 물었다.

추가 보도: 네므라 불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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