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국군포로 한재복 어르신이 최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6.25 한국전쟁 당시 자진입대 했지만 포로로 끌려갔고 북한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50여 년을 탄광 노역을 했다. 2001년 탈북해 한국땅을 밟았다.
이후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2020년에는 승소 판결까지 받았다. 북한이 국군포로에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한국 내 첫 사례였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제기한 지난해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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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결국 북측의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는 당시 “물망초를 제외하면 국군포로 문제에 정치권이나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아 섭섭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문협은 조선중앙TV 영상을 비롯한 북한 저작물을 사용할 때마다 북한에 저작권료 지급을 대행하는 한국 내 기관이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큰 틀에서 보면 이산가족 문제로 봐야겠지만, 국군포로는 보통의 실향민보다 북한에서 더 많은 인권 침해를 당한 사람들”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된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잊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국군포로 문제는 어떤 의미일까?
다음은 국군포로 지원 사업 및 연구를 진행하는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이재준 연구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생존자는 13명?
그렇다. 지금 13명의 국군포로분들이 한국에 살아계신다. 2010년 이후로는 어르신들이 오지 못하셨다. 총 80명이 오셨고 현재는 13분 살아계신다. 평균 나이는 90대다. 지난 1994년 조창호 중위가 한국에 오면서 처음 국군포로들이 북한에 살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르신들이 자의로 탈북해 한국 땅에 오셨다.
건강은 어떠신가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탄광에서 강제 노동, 노동 착취를 당하셨기 때문에 일단 호흡기 쪽은 기본적으로 다 안 좋으시다. 그리고 이제 연세도 있으셔서 치매 증상이 있거나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현재로서는 13명 모두 보호자 없이 혼자 외부 활동을 하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거 탈북이 이뤄진 배경
2000년 DJ 정부 당시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전에 한국에 있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고 그들이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이후에 평양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어르신들은 고향에서 대통령이 북한에 온다고 하니 ‘국군포로인 우리를 데려가려고 오는가 보다’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셨단다. 어르신들이 그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하지만 회담만 하고 한국 대통령이 되돌아가면서 어르신들이 실망을 많이 하셨다. 그래서 회담이 끝난 뒤 2000~2001년 사이에 가장 많은 인원이 탈북했다.
가족들은 어디에
북한이 1956년에 내각 143호를 발표하면서 국군포로들에게 공민증을 주고 강제 결혼을 시켰다. 북한 주민으로 편입을 시킨 것이다. 그렇게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도 태어났기 때문에 현재 어르신들 거의 대부분은 북한에 가족이 못해도 한두 명은 남아있다. 온 가족이 함께 탈북한 분은 없다. 또 남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까지 있는 상태에서 징집됐다가 포로가 되신 경우도 있다.
이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언론에 나와서 얼굴을 비추는 순간 북에 있는 내 자식이 죽는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북에서 그런 일들을 많이 보셨다고 한다. 옆 동네 주민이 탈북 했는데 그 이후 그 가족이 보위부에 끌려가는 것을 본 분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내 가족의 생사를 위해서 지금도 최대한 언론에는 잘 안 나오시려 한다. 연락이 끊기는 순간 내 가족은 죽었구나 그렇게 추측을 하신다. 이제는 연세가 90대가 되시다 보니 용기를 내서 인터뷰에도 나오시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바라는 점은?
거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 싶어한다. 실제 북한에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시기도 했고. 전쟁 기념관에 전시를 한다든지 추모탑 등 귀환 국군포로들의 존재를 좀 알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지 않나. 북한에서도 계속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가 없다고 부정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어디에라도 당신들의 존재를 남겼으면 하고 바라시는 것 같다.
실무자로서 느끼는 점
이런 기가 막힌 사연들을 알리고 싶어도 가족이 아직 북한에 있고 공개적으로 뭔가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근데 정작 어르신들은 종종 포로가 되어 돌아온 것을 부끄럽다고 말씀 하신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는 것인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죄송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국군포로에 관심을’… 미 대통령에 서한
한편 손명화 6.25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군포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특히 “국군포로의 정확한 숫자도 모르고 현재 국군포로 생사 확인도 없으며 한국 국방부와 육군본부에는 국군포로 명단조차도 없는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편지에서 “미국의 전쟁 노병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도움으로 국군포로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6·25전쟁 국군포로 진상과 국군포로 유해 송환, 그 자녀들이 국군포로들이 연좌제로 살아온 삶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과 10대 청춘을 바친 그들을 송환 못한 (미안함)으로 무공훈장 처서 해주는데 힘이 되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3월 채택될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국군포로의 제네바협약상 송환권, 국군포로와 후손들이 겪는 강제노동, 노예화, 고문, 구금, 강제실종 등 인권침해를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서한을 당시 방한한 정 박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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