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자들에게 지급되는 의료보조금이 대폭 삭감되자 지난 15일 중국 일부 지역에서 노인들이 잇따라 거리에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허베이성 우한에선 벌써 2번째 시위이며,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에서도 첫 시위가 벌어졌다.
우한시 당국이 은퇴자들이 정부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하자 지난 8일 열린 첫 시위에 이어 2차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새 지도부가 출범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례 회의를 불과 몇 주 앞둔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확인해 보면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은퇴한 노인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의료비가 치솟는 시기에 보조금이 삭감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러한 의료비 지원 문제는 일반적으로 지방 정부의 관할이지만, 현재 시위는 타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시위의 영향력에 대한 중국 국민의 인식이 변화한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작년 말 청년 수천 명이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이면서 중국 정부는 결국 고강도 ‘제로(0) 코로나’ 정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집단 검사 및 예고 없이 실행되는 도시 단위 봉쇄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져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로 인한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중국의 의료 체계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BBC는 사망자 대다수가 고령층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듯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유행하는 상황에서 당국이 ‘개혁’이라면서 퇴직자들에게 지급되는 의료보조금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보장 영역을 늘리기 위한 절충안이라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SNS에서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이들은 당국이 의무 집단 검사 등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조치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뒤 이를 예산을 만회하고자 보조금을 삭감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한과 다롄 당국은 최근 발생한 시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에 언급할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 지역 경찰서에 문의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우한에서 벌어진 1차 시위 참가자 중엔 은퇴한 철강 노동자들이 상당수였다고 보도했다.
즉 시위 참가자 간 기존에 SNS상의 연결 고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정부에 대한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할 경우 징역형 등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국가에서 어떻게 이러한 시위가 조직될 수 있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나이 든 시위대가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노래인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이 노래는 정부나 공산당에 반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불만이 해결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지난 15일 우한에서 벌어진 2차 시위를 목격했다는 한 상점 주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시위 구호를 외치고 있는 노인 시위대 수백 명이 있는 쪽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근 도로 양쪽에 배치된 경찰이 접근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로 코로나’ 정책의 갑작스러운 폐지와 이로 인한 혼란 및 지난 3년간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중국의 보건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상당하다.

시 주석이 팬데믹에 대한 국가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태세를 전환해야 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 다른 국가들이 너무 일찍 국경을 개방해 불필요한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며 공개적으로 조롱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 누구보다도 강경한 봉쇄 정책을 고수했던 중국 정부가 이제 와서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중국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생계가 불필요하게 파괴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트위터’라고 할 수 있는 ‘웨이보’에선 해시태그 ‘#건강보험’의 조회수가 수백만 건을 기록했으나, 해당 SNS 내 ‘인기 화제’ 분야에선 삭제됐다.
또한 우한에서 가장 최근 시위가 벌어진 중산공원 관련 해시태그도 검열됐으며, 시위 현장이라며 올라온 사진들 또한 삭제됐다.
이렇듯 대규모 검열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국 SNS에선 이번 퇴직자들의 시위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더 이상의 사회 동요를 막고 싶다면 중국 정부는 이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