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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야기는 한국에서 터부?…사진기에 담은 탈북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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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부터 한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출신 사진가 팀 프랑코는 때때로 ‘탈북민(북한이탈주민)’ 고독사에 관한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슬픈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

프랑코는 그가 한국에서 만난 탈북민 15명의 이야기와 그의 북한 방문기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포토북 ‘언퍼슨(Unperson)’을 지난 2021년 발간했다.

그는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탈북민들 중에는 수년이 걸려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와 정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런 어려운 과정을 겪은 후에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독사했다는 소식이 특히 슬픈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코는 한국에 정착한 후 한국 여성과 가정을 이뤘다. 그는 자신의 주변을 비롯해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사이에서 북한이나 탈북민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한국에서 여전히 터부시되는 주제라는 느낌을 받는다”며 “언론인 커뮤니티 등 특정 집단을 제외한 한국의 일반 대중들은 북한 관련 주제에 흥미가 없거나 굳이 연루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인 한국사람들은 굳이 노력을 들여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언론에서 다루는 북한 관련 내용이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나 국정원의 관련 활동 등 실제 사람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내용인 것도 이런 경향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설 자리 없다

프랑코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이 탈북 후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회에서도 남한 사회에서도 있을 자리를 잃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프랑코의 포토북 제목이기도 한 ‘언퍼슨’이라는 개념은 ‘정치적으로 존재가 지워진 사람’을 의미하는데, 감시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유래했다.

탈북민들은 탈북과 동시에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북한 사회에서 이런 언퍼슨이 된다.

프랑코는 “제3국을 거치며 돌고 돌아 힘들게 한국에 도착하는 탈북민들이 마땅히 환영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탈북민들은 오히려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 받거나 배제 당하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탈북민 중 한 명은 최근 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다른 학부형 부부와 친해졌다가 북한 출신임을 밝힌 후 별다른 이유 없이 서서히 교류가 끊겼다고 한다”며 “이 탈북민은 북한 출신임을 밝히기 직전까지도 이들 한국인 부부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할 만큼 가까웠다”고 전했다.

프랑코에 따르면 사연 속 탈북민의 ‘독특한 억양’에 일본 등 다른 제3국에서 자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이들 부부는 그에게 물었고 이후 그가 북한에서 왔다고 밝히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전처럼 그에게 전화를 하거나 그와 함께 어울리지 않았다.

프랑코가 만난 다른 탈북민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며 결국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자신들끼리 어울려 다니거나 결혼하는 등 그들만의 타이트한 커뮤니티 속에서 활동하거나 될 수 있는 한 억양을 다르게 연습해 애초 한국 출신인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한다”며 “비교적 오픈 마인드를 가졌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나이 든 세대의 경우 북한 관련 이야기에 불편함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가졌을 것이라 짐작했던 젊은 세대나 어린 세대에서도 탈북민에 대한 태도는 포용적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대해 알려는 노력 안하는 한국 사회’

사진가로서, 또 외국인으로서 프랑코가 본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탈북민들의 이야기나 북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 온 후 처음 1년동안은 북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 온지 일 년가량 지났던 2017년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초기로 북한과 미국간 긴장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다. 당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트럼프 간 격렬한 설전을 뉴스로 접하던 그는 불현듯 자신이 “북한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겁에 질렸다”고 한다.

프랑코는 당시를 회상하며 “문득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디어 속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김씨 일가나 핵 위협과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한에서 북한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느낀 그는 2019년 여름 다른 외국 미디어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을 직접 방문했고 열흘 간 평양, 함흥, 개성, 사리원, 남포, 금강산, DMZ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우연찮게도 프랑코 일행이 DMZ를 방문했던 바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DMZ에서 깜짝 회담을 했다. 프랑코는 자신과 일행이 국경 지역을 방문할 때 이 소식이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도 관영 매체를 통해 알려져 “북한 주민들 사이에 남북 통일에 대한 흥분과 기대감이 고조됐다”고 말했다.

프랑코는 특히 “국경 근처 한 고등학교 방문 중 영어가 유창한 여학생과 나눴던 10분 간의 대화가 전체 북한 여행 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이 여학생은 트럼프 방문에 대해 신나서 계속 이야기했는데 ‘통일이 정말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며 흥분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은 한국에서도 일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이 기대감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북한을 여행하고 돌아온 프랑코는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과 미국 사이 긴장이 조성될 때나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때나 어느 때든지 탈북민에 대한 이야기는 “터부시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됐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는 북한의 핵 위협이나 김씨 일가 세습 체제와 같은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미디어에 등장하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때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치부’인 탈북민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코는 “결국 한국 사람들이 북한이나 탈북민 이야기를 굳이 노력을 들여 더 알려고 하거나 화제로 삼기 어렵다”며 “더군다나 청년 남성들의 경우, 북한의 존재로 인해 인생의 가장 좋은 젊은 시절 중 2년을 의무적으로 군 복무기간으로 보내야 해 더욱 이런 노력을 들이기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탈북민 사진을 찍는 이유

프랑코는 자신이 한국에 정착해 사는 과정에서, 또 북한 여러 지역을 직접 여행했던 경험과 지금까지 중국, 라오스, 태국 등 아시아의 제 3국들에서 사진가로 활동했던 경험을 통해서 어느 곳에서도 지역 사회 일원으로 환영 받지 못하는 ‘언퍼슨’으로서의 탈북민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는 탈북민들과 나눈 심층 인터뷰 내용과 이들의 초상 사진을 담은 자신의 ‘언퍼슨’ 프로젝트를 통해 정치나 안보 상황보다 ‘휴먼 스토리’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들의 존재와 이야기를 조명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프랑코는 “탈북민들이 집단주의적 북한 사회를 떠나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 도착해 겪는 어려움은 이들의 성별이나 북한내 출신 지역, 가정 형편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다양하다”며 “예를 들어 북한에서 유복한 환경에서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자란 남성이 탈북을 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 도착했을 때 맞닥뜨리는 여러 어려움들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이 공통적인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처음부터 새롭게 인적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프랑코는 “탈북민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이 한국 사람들과 똑같은 직업적 능력이나 기술을 갖춘다고 하고 똑같은 취업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탈북민 출신의 경우 직업적 능력이나 기술이 있어도 오해나 편견으로 고용주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탈북민들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이웃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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