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C 조사에 의하면, 최근 트위터에서 정지 상태가 해제된 계정 수백 개가 혐오 표현을 사용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었다.
‘BBC 모니터링’ 팀은 자체 조사를 진행해 새로운 트위터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정지 상태에서 해제시킨 계정 1100여 개를 분석했다.
해당 계정 중 3분의 1 이상이 문제성 콘텐츠를 올린 적이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정지 해제 후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칭한다. 지난 11월에는 “법을 어기거나 심각한 스팸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정지 계정에 대한 잠김 해제 조치를 발표했다.
트위터는 규정에 따라 인종, 성적 취향, 성별 등을 이유로 타인에 대해 폭력, 직접적인 공격, 위협을 행사하는 콘텐츠를 금지하며, 비방·중상 또는 ” 비인간화, 비하, 부정적·유해성 편견을 강화”하려는 기타 콘텐츠를 금지한다.
또한 아동 성 착취를 내세우거나 조장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해 “무관용” 방침을 적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 정지 상태가 해제된 계정 중 다수가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조사 대상 중 약 190개 계정이 혐오와 폭력을 조장했고, 이 중에는 여성과 LGBT 공동체를 향한 강간 묘사와 폭력적 서술이 포함됐다.
- 일부 소수 계정에서는 아동 성 착취를 암시하는 그림이 확인됐다.
- 270여 개 계정에서 주로 선거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확산시켰다. 그러나 그런 콘텐츠가 모두 트위터 기존 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BBC는 2022년 10월 27일(머스크 인수 첫날)과 1월 10일 사이에 정지 상태에서 풀려났고 팔로워가 1만 명 이상인 계정으로 조사 대상을 한정했다.
즉, 최근 몇 달 동안 트위터가 잠금 해제한 수천 개의 계정 중 일부에 불과하다.
문제성 콘텐츠를 식별하기 위해, 조사 대상 계정에서 키워드 검색과 게시물 수동 분석을 병행했다. 수백 건의 게시물을 분석하기도 했다. 가능한 경우, 알려진 과거 정지 사유도 기록했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계정이 트위터 정지 조치에서 풀려났을까?
혐오의 여러 얼굴

조사 대상 중에는 여성 혐오적 언급을 남겼던 계정이 포함됐다.
잘 알려진 인물 중에는 온라인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가 있다. 그는 강간 피해자 여성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금은 인신매매 및 강간 사건 조사의 일환으로 루마니아에 구금돼 있다.
계정 정지 상태가 해제된 이후 팔로워 수는 2022년 11월 15만 명에서 현재 500만 명으로 급증했다.
덜 유명한 다른 사용자는 본인이 여성을 때리고 싶을 때 여성이 “괜찮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정지 상태가 해제된 후 강간을 묘사하는 영상을 게시했다.
반복적으로 표적이 된 그룹은 LGBT 공동체였다.
이들을 대상으로 “역겨운 인간들”, “그루밍 범죄자”, “소아성애자”라고 비하하는 트윗이 확인됐다.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의 임란 아메드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여성과 LGBT 집단에 대한 혐오 용어 및 인종차별적 비방이 증가하는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정지 계정을 복구시키기 전에 적절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고, “[머스크의] 조치는 혐오와 허위 정보가 트위터에 범람하도록 만드는 소방 호스를 켠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가장 심각한 결과로는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이미지를 올린 두 계정이 있다. 실제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다.
해당 콘텐츠를 트위터에 신고한 결과, 한 계정은 일시정지 조치를 받았고, 다른 계정에서는 문제의 그림이 삭제됐다.
그러나 지난 며칠 동안에도 비슷한 그림을 올리는 또 다른 계정을 발견해 신고해야 했다.
기사 작성 시점에 해당 계정은 여전히 잠기지 않은 상태였다.
선거 불복자의 귀환

조사 대상 중 100여 개 계정이 선거 및 그 결과에 대해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을 퍼뜨렸다.
예를 들어, 일부 사용자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에서 두 차례 모두 승리했다는 틀린 정보를 올렸다.
다른 사용자는 도널드 트럼프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압승했다”는 허위 정보를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지지자 중 일부는 선거에 대한 허위 주장 게시물을 올리며 정지 해제 계정의 트위터 복귀를 축하하기도 했다.
미국 베개 회사 ‘마이필로우’의 마이크 린델 CEO는 2020년 선거가 조작됐다는 허무맹랑한 이론의 가장 큰 지지자로 꼽힌다. 그는 트위터에 “내가 돌아왔다!! 일론 머스크(@elonmusk)에게 감사를 보낸다. 전자 투표 기계를 녹여서 감옥 창살로 바꾸자!”라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는 선거 및 그 결과와 관련해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에는 따로 표시를 붙이거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점에 허위 주장을 퍼뜨리는 해당 게시물에는 아무 표시도 붙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백신관련 주장

11월 트위터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허위 정보 대응 정책을 중단했고,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던 유명 사용자가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었다.
이 중에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허위 주장을 펼쳤던 의사 로버트 말론과 코로나19 백신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허위 주장을 밀어붙인 심장 전문의 피터 맥컬러가 포함된다.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심각한 부작용이 드물다는 사실은 50억 명 이상의 경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과학자들의 독립적인 증거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또한 사람들의 “급사”를 근거 없이 백신과 연결 짓는 수많은 게시물이 확인됐고, 게시물마다 적어도 한 번 이상 유족을 괴롭히고 있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정지 해제 계정 중 과반은 허위 정보나 혐오 콘텐츠를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때로는 계정 정지 이유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계정 잠김이 해제되면서 과거 정지 사유였던 문제 행동을 반복할 기회를 얻은 것 같다.
기사 작성 시점에 조사 대상인 1100여 개 계정 가운데 12개 이상이 다시 정지됐다.
트위터에 입장을 요청하려 문의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보도 리드: 케일린 데블린
조사 및 분석: 케일린 데블린, 아담 로빈슨, 올가 로빈슨, 알리스테어 콜먼, 폴 브라운, 샤얀 사다리자데
삽화: 제니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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