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건물 앞으로 지나가는 아이의 모습

Bakr Alkasem/Getty Images

아무런 경고도 없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이른 새벽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에 2차례 강진이 덮치면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거나 부상당했다.

1차 지진으로 집이 붕괴했을 때 희생자 대부분은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전 세계 연구소의 지진계측기에 갑작스러운 지진파가 감지되며 시작된 규모 7.8의 1차 지진 이후 몇 시간 뒤 규모 7.5의 강진이 또 한 번 찾아왔다.

두 지진 모두 상대적으로 얕은 깊이에서 발생했기에 지상에서의 흔들림과 이로 인한 파괴력이 더욱 컸다.

여전히 여진이 피해 지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미 ‘지질조사국’ 소속 전문가들은 생존자들과 출동한 구조대에게 산사태나 토양 액화로 인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한편 전 세계가 앞다퉈 지진으로 망가진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고 있는 가운데 왜 이러한 대지진을 예측할 수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아나톨리아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 판 등 지각판 3개가 서로 접하는 ‘삼중 접점’ 지역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70년 이래 이 지역엔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3번이나 강타했으며, 많은 지질학자가 해당 지역은 대지진이 “벌써 발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번 대지진을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일까.

지진으로 모든 건물이 무너진 곳에 시민들이 몰려있는 모습

Omar Haj Kadour/Getty Images
시리아 북부 및 튀르키예 남동부의 수많은 건물들은 2차례 이어진 강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사실 지진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지진기록계를 통해 미세한 신호를 종종 감지할 수 있으나, 지진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이를 사용해 예측하기란 무척 까다롭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교와 미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크리스 마론 교수는 “실험실에서 지진을 시뮬레이션하다 보면 이러한 작은 신호가 발생한다. 먼저 균열이나 결함이 일어난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자연에는 불확실성이 더욱 크기에 종종 지진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강진 발생 여부를 예측하지 못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지질학자들은 적어도 1960년대부터 여러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지진을 예측하고자 노력했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이에 대해 마론 교수는 지구를 가로지르는 여러 단층선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진 잡음도 만만치 않다. 지구는 끊임없이 우르릉거리며 소음을 내는데 이때 차량이나 건물 공사, 일상생활의 소음 등과 결합하면 지진계측기를 통해 명확한 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제대로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선 지진이 발생할 지역, 정확한 발생 시기, 지진의 규모 등 3가지를 맞춰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 누구도 이 정도로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지질학자들은 몇 년 안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 ‘지진 위험도 지도’를 만든다. 물론 이러한 자료로도 고위험 지역의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하는 등 어느 정도 지진에 대비할 수 있지만, 지진 발생 직전 시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조기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또한 지진 위험 지역에 사는 모든 시민이 강진에 견딜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감당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마론 교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선 마치 팬케이크처럼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을 만한 여러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서구권 국가에선 지난 70년대와 80년대 내진 설계 기준을 보강했습니다. 그러나 건물을 짓고 또 보강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 과학자들은 더 정확한 지진 예측법을 찾고 있다. 지진 신호는 물론 동물의 행동부터 상층부 대기 내 전기 장애 현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종류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인간이 놓칠 수 있는 미묘한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방대한 규모의 과거 발생한 지진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패턴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론 교수는 “이러한 기계학습 기반 예측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마론 교수 또한 지난 5년간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시뮬레이션한 지진의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주먹 크기의 화강암 블록으로 단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력 축적과 저항을 재현한 뒤 단층이 어긋날 때까지 압력을 높이면 이른바 “실험실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다.

“단층이 조금씩 어긋나면서 탄성파가 단층을 통과한다”는 마론 교수는 “이때 변화하는 탄성파의 특징과 단층대 충격 자체에서 발생한 소음을 바탕으로 언제 단층선이 어긋날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실험실이 아닌 실제 지구에서도 적용하고 싶으나, 아직 거기까지 발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I의 이러한 예측 능력을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훨씬 복잡하고 규모도 더 큰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란 절대 쉽지 않다.

마론 교수는 “지진 발생한 후 사후 예측 방식으로는 이를 적용한 사례가 몇 가지 있다”면서 “이는 해당 방식이 (사전 예측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아직 큰 돌파구를 찾아낸 건 아닙니다.”

일례로 중국의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 전 단층대 상공의 자기장 변화로 인한 전리층 내 전하 입자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베이징의 ‘지진 예측 연구소’ 소속 징 리우 박사 연구진은 2010년 4월 초 지상을 강타하기 10일 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해안을 먼저 흔들었던 지진의 진앙 상공에서 전자 교란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한 연구진은 최근 기계학습으로 지난 20년간 전리층의 전자 함량 변화를 분석해 83%의 정확도로 48시간 전에 대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지구 전리층의 전기 이상을 감시하고자 ‘중국 지진-전자기 위성(CSES)’을 발사하는 등 중국은 전리층에서 발견한 이러한 단서에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베이징 소재 ‘중국 지진 네트워크 센터’ 소속 연구진은 2021년 5월과 2022년 1월 중국 본토를 강타한 지진이 발생하기 15일 전까지 전리층에서 전자 밀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지진 네트워크 센터’ 연구원인 메이 리는 “대륙권과 그 위의 대기권 및 전리층 사이에 에너지 전달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런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성이 전송한 데이터를 통해서도 여전히 임박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리 연구원과 동료 연구진은 이번 발견 사실을 게재한 논문에서도 “정확한 지진 발생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 연구원은 대지진은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전리층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에 정확한 위치 예측이 더욱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리층 이상 현상은 진앙 주변뿐만 아니라 다른 반구의 자기 결합 지점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에 정확한 지진 발생 장소를 특정하기란 특히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갈라진 지표면을 살펴보는 남성의 모습

Mario Tama/Getty Images
과학자들은 2019년 캘리포니아 리지크레스트 지역을 강타한 지진을 통해 잇달아 일어나는 지진과 관련한 귀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동물의 지진 예측

지진 발생 전 동물들이 겁을 먹으며 도망치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수천 년 전까지도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러한 현상을 의미 있는 예측 방식으로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동물 행동 관찰이 항상 정확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중국에서 수십 년 전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인 덕에 한 차례 지진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이러한 성과는 반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 행동 연구소’의 연구진은 이탈리아 내 지진 지진이 잦은 지역에서 소, 양, 개의 행동을 기록 중이다. 해당 연구진에 따르면 임박한 지지의 진앙에 가까울수록 동물들의 행동이 더 일찍 변했다고 한다.

한편 다른 단서에 희망을 거는 연구진도 있다.

일례로 일본에선 지진대의 수증기 변화를 통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험 결과 다음 달 어느 시점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등 그 정확도는 70% 정도로 측정됐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지진 발생 전 확인할 수 있는 중력의 미세한 파문을 통한 예측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히 언제 어디서 지진이 발생하는지 성공적으로 예측한 이는 아직 아무도 없다.

한편 “원하는 수준의 지진 모니터링을 할 만한 인프라가 없다”는 게 마론 교수의 설명이다.

“실험실에서 단층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여러 지진계측기 장비를 설치하는 데 1억달러(약 1300억원)가 듭니다. 이 돈은 누가 투자할 건가요? (또한) 현재 실험실 지진을 예측하는 수준까진 발전했습니다만, 복잡한 실제 단층에서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하나의 단순한 단층이 아니라 여러 판이 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하기 전까진 예측이 빗나갈 경우 도시 전체에 대피령을 내리거나 위험한 건물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의 대응책은 큰 사회적 비용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마론 교수는 “이미 기상학자들은 어느 정도 정확한 중대한 기상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면서 현대 기상학을 통해 지진 예측 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상 예측을 바탕으로 정부 기관은 허리케인과 같은 기상 변화에 맞서 긴급히 대응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경고를 발령하기도 한다. 지진 예측 분야도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으나, 아직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게 마론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지진 예측 기술은 그 정도 수준이 아닙니다.”

누워있던 자세로 무너진 건물에 갇혔던 여성이 구조되는 모습

Bulent Kilic/AFP/Getty Images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수많은 건물이 무너져 내렸을 때 피해자 대부분은 자고 있었다

한편 지진과 관련해 AI는 지진 후 대처 상황에서 더욱 즉각적으로 활약할 수 있다.

일본 도호쿠대와 중국 인민대 연구진은 AI를 통해 자연재해 피해 지역을 담은 위성사진을 분류해 구조대를 가장 필요한 곳으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알고리즘을 통해 완전 붕괴 혹은 잠재적 붕괴 위험 등 건물 손상 정도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또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대지진 이후 여진 패턴을 더욱 잘 파악하게 된다면 구조대와 생존자들을 도울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본진으로 인해 이미 건물 구조가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여진이 발생하면 건물이 추가로 파괴되며 주변 사람들이 무척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 소속 연구진은 여진을 예측하기 위해 딥러닝으로 여진의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론 교수는 “대지진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여진은 왜 발생하는지 등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튀르키예의 상황은 본진이나 여진으로 바라보기보단, 매우 이례적이지만 2개의 대지진이 (시간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가까이서 일어난 상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1차 지진이 2차 지진을 촉발한 것은 맞지만, 2개의 큰 지진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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