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손대지 마세요”

왜 아직도 전 세계 미술관에 이런 표지판이 필요한지 가끔 상기시켜주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16일 저녁(현지시간) 한 수집가가 미국 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의 4만2000달러(약 5400만원)짜리 도자기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마이애미에 모인 미술 애호가들이 모두 경악에 찬 시선을 보냈다.

행사에 참석한 목격자들은 어떤 고객이 손가락으로 도자기를 두드렸다고 말했다.

제프 쿤스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풍선개’는 이후 산산조각 나 미술관 직원이 쓰레받기를 가져와 담아야만 했다.

이번 사고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매년 개최되는 현대미술 박람회 ‘아트 윈우드’에서 발생했다. VIP 전용으로 열린 비공개 오프닝 행사였다.

지역 예술가 스티븐 갬슨은 현지 언론 마이애미 헤럴드에 “나이 든 여성”이 감탄하면서 손가락으로 두드렸을 때 작품이 받침대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뱅크시처럼 행위 예술의 일환인가 싶었지만, 곧 사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갬슨은 “작품이 땅에 떨어졌을 때, 마치 고속도로에서 차량 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군중이 모이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벨에어파인아트갤러리의 베네딕트 칼루크 예술 자문은 다행히도 이 작품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말했다.

칼루크는 마이애미 헤럴드에 “하나의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모두들 무슨 일이 났는지 보러 왔다”며, 사고의 주인공은 미술품 수집가라고 덧붙였다.

벨에어파인아트갤러리에서 일하는 세드릭 보에로는 뉴욕타임스(NYT)에 “주변에 모인 사람들 모두 15분 동안 시간이 멈췄다”고 말했다.

여성과 대화한 동료는 해당 고객이 “정말 죄송하다”며 “사라져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도자기 조각상은 799개 한정판으로, 이제는 798개가 남았다.

보에로는 웃으며 “수집가에게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제프 쿤스(왼쪽)가 2021년 한 행사에서 파란 풍선개 조각상을 배경으로 팬과 대화하고 있다

Getty Images
제프 쿤스(왼쪽)가 2021년 한 행사에서 파란 풍선개 조각상을 배경으로 팬과 대화하고 있다

수천 개 조각으로 산산조각난 상태에서도 여전히 구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갬슨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정말 멋진 이야기가 담겼다”며 그 조각을 사고 싶다고 제안했다.

제프 쿤스(68)는 이번 사고에 대해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풍선개 시리즈는 가장 상징적인 현대 미술 작품으로 꼽히며, 수천만 달러에 팔린다.

일부 조각은 3m에 달하는 등 거대하지만, 이번 불운의 주인공은 40cm짜리 강아지였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전 세계 미술관에서 빛을 발했고, 2017년 래퍼 제이지가 쿤스와 협업해 무대 소품으로 12m 크기 풍선개를 만들면서 더 유명해졌다.

2019년에는 제프 쿤스의 토끼 조각상이 경매에서 9,110만 달러(약 1180억 원)에 낙찰되면서 살아있는 예술가의 작품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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