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부부의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동성 커플은 한국에서 법적 지위와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번 판결로 한국도 동성부부의 법적 권리와 지위를 인정한 최초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은 21일 소성욱 씨가 동성부부 배우자로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소 씨는 BBC 코리아에 “이번 판결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의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주어지지 않았던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소 씨를 대리한 박한희 변호사는 “오늘 판결은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법원이 인정한 최초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소 씨는 지난 2019년 배우자 김용민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는 ‘인정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듬해 2월 소 씨를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동성부부인 줄 몰랐다’며 ‘피부양자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 씨의 피부양자 인정을 취소했다.
이에 소 씨는 “실질적 혼인 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인하는 것은 피부양자 제도의 목적에 어긋난다”며 2021년 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건강보험공단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에 대해서도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이번 2심에서 재판부는 소씨와 김씨가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에 있는 사람의 집단”이라며 “사실혼 배우자 집단과 동성 결합 상대방 집단은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 소 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2심 선고 직후 소 씨는 “이번 사법부 판단은 평등의 원칙을 중요 쟁점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차별적 상황에 놓여 있었던 성소수자들과 또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차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용민 씨도 “오늘 사법체계 안에서 우리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며 “동성 부부의 평등한 사회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승리”라고 밝혔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