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원형의 테이블에서 회담 중인 푸틴 대통령과 왕이 위원

Reuters
회담 중인 푸틴 대통령과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매우 긴 테이블을 좋아한다. 긴 테이블의 반대편 끝에 앉은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유명한데, 서로 말이 들리긴 한 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위원를 만났을 때는 달랐다.

푸틴 대통령과 왕 위원은 타원형의 테이블에서 악수할 수 있는 거리로 비교적 가까이 앉았다.

양 끝이 아닌 테이블 중간에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었던 이전 테이블 자리 배치로도 같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공개된 회담 영상 속 이 거리는 상징적인 행보로 보였다. 매우 중요한 친구 국가의 대표와는 그만큼 가까이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이 항상 가까웠던 건 아니었다. 수십 년 전 베이징에 건설된 대규모 지하 방공 시설은 소련과의 핵전쟁으로부터 수도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됐다.

그러나 이제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현 중국 행정부는 러시아를 최전방에서 미국 영향권에 맞서는 적국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같은 국제 사회의 외톨이 국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정학적으로 유용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만나 함께 양국 간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천명한 푸틴 대통령이 귀국한 지 몇 주 만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서도 그리 당황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분명 당시 머릿속이 침공으로 가득 차 있었을 푸틴 대통령과 함께 있던 시 주석이 과연 아무런 경고도 듣지 못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분명 중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매우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시 주석은 자신이 자신감 있게 이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중립이라는 중국의 입장이 점점 그 근거를 잃어가는 등 길 가장자리에서부터 무너지며 좁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왕 위원과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평화와 안정”을 함께 증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직전 러시아를 방문해 “평화와 안정”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사실이 국제 사회에선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물론 중국 또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푸틴을 도의상 크게 지지하는 게 자국 입장에서 더 중요하다고 계산했기에, 자국 평판이 타격 입을 것임을 알면서도 러시아행을 감행했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왕 위원은 “친애하는 친구여,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눌 준비가 돼 있으며, 새로운 합의에 도달하길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세계 무대의 커다란 격동”에도 불구하고 두 국가는 연대하며 서로의 관심사를 옹호한다”다고 말했다. 지금의 이 격동이 자국 정부가 초래한 혼란이 아닌,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존재인 듯한 발언이다.

이번 주 초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특정 국가들이 계속해서 불에 기름을 부으면 우크라이나 분쟁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미국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국가이자 중국에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굴욕적으로 패배하기 직전인 듯한 상황이면 중국은 어떤 선택지를 고려할지 분석하고 있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미 겉으로는 비군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제트기 수리 등 군사적으로도 이중 사용 가능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중국은 전쟁 후 제재로 인해 여러 시장을 잃은 러시아를 구제하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번 왕 위원과의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곧 러시아를 방문하기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몇 달 안에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면에서 현재 러시아는 중국이 선뜻하기 싫은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방의 군사 자원을 고갈시키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다.

그리고 만약 이 때문에 러시아 경제가 마비된다 해도, 과연 중국이 이를 걱정할까? 오히려 러시아는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해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야만 할 것이다.

문제는 서방 세계가 꽤 단단히 단결했으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는 물 건너간 듯하고, 중국은 유럽에 피비린내 나는 장기전을 밀어붙인 불량배 국가와 나란히 함께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감당할 수 있는 상황 그 이상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나머지 국가는 아시아의 거인으로 성장한 중국이 지금보다 더 크게 이번 전쟁에 말려드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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