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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삶이 통째로 바뀌기 전 찍은 사진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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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침공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인들의 삶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마지막 사진은 무엇일까. 10명의 사진을 함께 살펴보며 그 이후 삶에 대해서 들어봤다.

산책하며 찍은 셀카

시골길을 배경으로 여성이 찍은 셀카

ANGELINA CHABAN

2022년 2월 23일에 동네를 산책하다 찍은 ‘셀카(자가 촬영 사진)’입니다. 날씨는 더없이 좋았지만 무언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던 날이었습니다.

날씨도 맑고 제 얼굴도 꽤 맘에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외곽 지역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러시아가 침공해온 뒤 처음 몇 주는 집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4월 7일 가족과 함께 서쪽의 빈니차로 이동한 뒤, 이후 수도 키이우로 향했습니다.

지금 제 삶을 생각해보면 제가 찍은 거라고 믿기지 않는 사진입니다.

-안젤리나 샤반(24세)

고양이와 함께한 재택근무

집 바닥에 누워서 쳐다보는 고양이

ANNA

지난해 2월 22일 저는 집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돌아다니는 고양이를 돌보며 전화를 받고 있었죠. 삶을 즐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사랑스러워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트럭’이라는 뜻의 ‘퍼라’입니다. 새끼 고양이였을 때 여동생이 고속도로 근처에서 구조했습니다.

당시에도 언론에선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사람들도 이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상황이 악화해도 민간인에게까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희망했습니다.

그렇게 2월 25일 우리 가족은 수도 키이우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퍼라를 데리고 북서부로 이사했다가 올여름 다시 돌아왔습니다.

-안나(32세)

만들기 놀이

직접 만든 촛불을 들고 있는 어린 소녀

IHOR BEZRUKYI

제 딸 마르타는 유치원에서 이 촛불을 만들어 2월 22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하며, 딸이 만든 촛불이 너무 예뻐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죠.

마르타는 이번 달에 7살이 되지만, 작년 2월 24일 이후로 유치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내보내지 않습니다.

처음엔 전쟁이 나면 가족들과 헤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호르 베즈르키(51세)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

VALERIIA DUBROVSKA

그저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퇴근 후 친구가 운영하는 술집에 들러 몇 잔 마시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그 뒤 친구들과 함께 맥주와 전통 음식, 고추냉이 뿌리로 만든 보드카를 먹으러 향했습니다.

그때 기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농담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두 “에이, 아니야”라고 넘겼습니다.

그렇게 러시아가 침공한 지 며칠 뒤 당시 함께 저녁을 먹었던 친구 2명을 다시 만났습니다. 우린 다 같이 오데사 중심부에서 군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힙스터 수십 명이 모래주머니를 끌고 다니던 모습은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습니다.

이 사진을 볼 때면 예전의 제가 그립습니다.

-발레리아 두브로브스카(28세)

리비우에서 보낸 여유롭던 주말

첨탑 너머 해가 지는 모습

SOFIIA DOROSHENKO

친구가 생일을 맞아 리비우로 초대해준 덕에 리비우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길게 쉬는 주말이었습니다.

우리는 도시를 둘러보고 성올하 성엘리자베스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도시를 넓게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새로 열렸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마지막 관광객이어서 나갈 때 문을 닫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주말엔 순수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친구들의 존재에, 제 직업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 모든 게 곧 변하리라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때 찾았던 전망대의 문은 현재 닫혀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리비우에 있습니다. 그러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제 현실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을 찍습니다.

-소피아 도로셴코(30세)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

어린아이와 강아지가 누워있는 뒷모습

IEVGEN PEREVERZIEV

2월 19일 드니프로에 있는 우리 집에서 찍은 첫 아이 사진입니다. 아들은 당시 태어난 지 6개월이었습니다. 사진 속 강아지는 아들의 좋은 친구입니다.

2월 24일 우리는 살던 집을 떠났습니다. 나는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자 서쪽으로 3일간 운전했습니다.

드니프로에 있는 우리 집은 여전히 그곳에 있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떠날 때 아직도 냉장고에 음식이 가득했었기에 이후 친구에게 청소를 부탁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여행사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관광 산업은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현재 군을 도와 국경 지대에 있는 차들을 중부 지역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운전하고, 운전하고 또 운전하는 삶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정말 빠르게 자라더군요. 가끔 10일간 집에 들어오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아들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옵니다.

-이예브겐 페레베르지예프(40세)

준결승전

축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남성들의 단체 사진 모습

BORYS SHELAHUROV

하르키우에서 열린 지역 축구 경기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찍은 단체 사진입니다.

저는 그날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었습니다.

비록 졌지만 좋은 경기였기에 만족했습니다. 당시 전쟁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팀과 함께 또다시 출전하고 싶습니다.

-보리스 셸라후로프(28세)

운전 강습과 커피컵

‘사랑해 파리’가 적힌 커피컵을 손에 든 모습

OLEKSANDR POPENKO

2022년 2월 22일 운전 강습을 마친 뒤 ‘사랑해 파리’라고 적힌 이 커피컵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부차에 살고 있었는데 침공 후 첫 2주간 근처 유치원의 지하 공간에서 지냈습니다. 그 2주간 몸무게가 10kg나 줄었습니다.

이후 3월 10일 22km 걸어 러시아 점령지를 탈출했습니다. 첫 번째 우크라이나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거의 울뻔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올렉산드르 포펜코(29세)

친구들과의 장난

사슴 모양의 겨울 장식 옆에서 웃고 있는 남성

ANDRII RYBKA

저는 리비우 국립 미술관인 ‘포토키 궁전’에서 일합니다. 매년 우리 박물관에선 봄까지 이런 유치한 장식을 설치하곤 하는데 이를 놀리는 게 제 취미였습니다.

당시 리비우 시민들도 모두 전쟁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전쟁 발발 며칠 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로 친구에게 이 겨울 장식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심각한 분위기를 띄워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저 사진을 찍은 지 한 100년은 지난 느낌입니다. 너무 많은 걸 겪었습니다.

-안드리 립카(43세)

미술관에서 노는 아이들

미술관 바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ZHENYA MOLYAR

키이우의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신간 출판 기념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제 아이들은 친구들과 바닥에 앉아 놀았습니다.

3월 6일, 저는 아이들을 태우고 헝가리 국경까지 운전했습니다. 이후엔 걸어서 계속 이동했습니다.

이 사진 속 아이들이 얼마나 걱정 없는 모습인지,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지 며칠 뒤 불안한 여행길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인 제가 울면서 운전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제냐 몰야르( 41세)

각 사연의 길이 등은 일부 편집됐다.

추가 보도: 스피틀라나 리벳, 아나스타시바 그리바노바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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