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 세대에게 일터는 새로운 타인을 만나는 유일한 고리였다. 그렇다면 팬데믹으로 사무실 근무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보다 현명해야만 새 친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요미 음붕가는 어렸을 때부터 대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때문에 기술 직종으로 토론토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게 됐을 때, 그녀는 큰 기대를 품게 됐다. 아일랜드 출신의 24살 사회 초년생인 그녀는 “(토론토에서 일하며)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바람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가 출근을 시작한 2022년 1월 무렵, 회사가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근무에 들어갔던 것이다.
음붕가는 직장에 동료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그들을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출근 이후 몇 달간 그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물론 그녀에겐 토론토의 룸메이트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고향에서부터 알던 친구였고, 모두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사회적 관계를 더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하면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는 음붕가의 토론토 생활에서 화두가 됐다. 그녀는 별다른 스포츠 활동을 하지 않았고, 인스타그램에서 마음에 드는 낯선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잠재적인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음붕가는 자신에게 타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녀는 “팬데믹 속에서 내가 얼마나 반사회적인 성격을 갖게 됐는지,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을 드러낼 때마다 얼마나 긴장하는지를 보면서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에게 친구 사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존 친구들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간 이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사회 생활을 하며 만난 친구들은 일이 고달프거나 개인적으로 어려울 때 많은 힘이 되어 준다.
어떤 경우에는 평생의 친구로 남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최근 Z세대에겐 이게 더욱 힘들어졌다. 직장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인적 연결을 만드는 장소였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근무 또는 원격 근무에 들어가면서, 직장을 통해 인적 연결을 만들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지속된 몇 년간 사회적 관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같이 학교를 다니거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친구가 되는 식의 전통적 사회 관계가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젊은 세대는 새로운 방법으로 친구를 사귀고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 성장한 Z세대는 이전 세대가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고 긴밀한 연결을 구축하고 있다. 즉 젊은 세대 노동자들에게서 보다 창의적인 ‘사람 만나는 방법’이 나타난 것이다.
음붕가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2022년 4월, 공무원 출신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클로이 보우가 우정에 대해 말하는 틱톡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당시 보우는 ‘토론토 걸 소셜(Toronto Girl Social)’이라는 모임을 준비중이었다.
음붕가는 약간 두렵기도 했지만, 그녀의 틱톡 계정을 팔로우하고 토론토 걸 소셜의 ‘영화의 밤’ 참가를 신청했다. “행사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었죠. 모두가 제발로 찾아왔는데, 너나 할 것 없이 긴장했죠. 어떤 면에선 그 점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린 것 같아요. 제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아닐까요? 왜냐하면 그 모임 덕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거든요.”
‘친구를 통해 자신을 발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Z세대의 우정은 전례없는 난관에 부딪혔다. 학교에 있는 젊은 Z세대는 고립됐고, 혼란을 겪어야 했다. 막 직장에 들어간 Z세대 또한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만났을 동료들과 단절됐다.
LA의 시장 조사 기업인 ‘토크 쇼페’의 수석 연구원, 조이스 츄인캄은 ‘팬데믹 기간에 생긴 밀레니얼과 Z세대의 우정 변화’에 대한 인터뷰에서 “팬데믹 속에서 지속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 젊은 세대에게 학교와 직장은 “지속적으로 타인과 뭔가를 공유하는 경험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그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미리암 키르마이어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일반적인 방식의 친구 사귀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채,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곳에서 사회의 첫발을 떼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가 팬데믹 속에서 사회적 연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재니스 맥케이브는 친구 네트워크가 성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해왔다.
2016년, 그녀는 미국 뉴햄프셔에 있는 대학 3개의 학생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구 참가자들이 막 직장에 들어간 2021년에 두 번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두 번째 인터뷰에서 그녀는 팬데믹이 우정을 유지하고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팬데믹 동안) 정말 어려워졌기 때문에 친구 네트워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계를 축소시키는 거시적 현상은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Z세대에게 더욱 부정적이다. 그들은 막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도시로 이사하고,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고, 노동 시장에 편입됐다. 여러 가지 상황이 중첩되며, 인생에서 압도적으로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츄인캄은 “이들은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것이 약해지고 있다. 맥케이브에 따르면, 젊은 시절 의미 있는 우정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것은 남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는 사람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젊은 성인기에 친구는 한 사람이 더 낫거나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친구들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 보게 되고, 자신을 파악하게 됩니다.”
친구 사귀는 법이 달라지고 있다
만나기 어려워졌다고 해서, Z세대가 친구를 못 사귀는 것은 아니다. 많은 Z세대가 자신들에게 의미가 큰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사무실에서 우정을 키우던 기존의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츄인캄은 연구를 통해 친구 사귀기 앱 ‘범블 BFF’ 나 페이스북 그룹 등으로 새 친구를 만드는 것에 대해 Z세대가 밀레니얼보다 더 개방적임을 알게 됐다. 그러나 연구 참가자들 중에는 친구 사귀기 앱을 통한 관계는 보통 1대1 만남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있기에, 보다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츄인캄은 Z세대는 취미를 중심으로 모이고 1대1 만남 중심의 앱보다 “부담이 적은” 페이스북 그룹에서 친구를 만들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많은 젊은 세대가 이러한 방식을 활용하지만, 자신만의 앱이나 온라인 허브를 만든 Z세대도 있다. 시중의 앱이나 페이스북 등이 자신이 처한 도전적인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0년에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던 제이미 리가 그 예다. 당시 그녀는 온라인으로 진정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그해 여름 향후 정식 앱이 된 ‘플록스’의 베타 버전을 만들었다. 개인으로 가입하는 게 아니라, 친구 그룹 단위로 교류하는 서비스다.
리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Z세대에게는 보다 진정성 있게 친구를 사귀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미 알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보다 진실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존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그로 인해 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뉴욕에 있는 마리사 메이즈가 자신만의 온라인 친구 찾기 허브를 만든 계기는 매우 독특하다. 2021년 그녀는 낯선 이로부터 “네 친구들이 너만 빼놓고 파티를 연다”고 고발하는 틱톡 영상을 받게 됐다.
당시 23세였던 그녀는 영상을 접한 후, 자신에게 익숙한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친구들을 찾아 나섰다. ‘노 모어 론리 프랜드(No more lonely friends)’라는 전국 단위 모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현재 그녀는 누구나 새로운 모임에 참여해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이 서비스를 해외로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인터넷이 중요하긴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도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23세의 프라나브 아이어는 2020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메릴랜드 주 서부의 한 연구소에 취직했다.
하지만 그가 다니는 직장은 완전히 원격 근무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구소에 있는 다른 연구원 2명과 회의를 하는 게 전부였다”며 “누구와도 친밀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의 일주일 내내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셈이었어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새 친구를 찾는 대신 그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정기적으로 필라델피아로 가서 기존 친구 네트워크와 어울린 것이다. 원격 근무는 연구실에서 새 친구를 만날 수 없게 했지만, 동시에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덕분에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었다.
키르마이어는 궁극적으로 Z세대가 “직장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이들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느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방식과 사회적 연결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이 “우정과 사회적 연결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 자체도 바꿔놓았다.
츄인캄은 Z세대는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편하게 여기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원격 근무 덕에 “(인간 관계의) 허브”를 분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Z세대는 팬데믹의 여파로 고달픈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라진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장 잘 적응할 준비가 된 것도 이들이다.
나요미 음붕가는 자신의 세계를 룸메이트와 직장 너머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 토론토 걸 소셜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녀는 이 모임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내게는 몹시 새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모임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토론토로 온 이도 있고, 인도에서 막 이주한 이도 있다. 대학생도 있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이도 있다. “저는 한 자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본 적이 없어요. 이런 점이 너무 좋아요.”
- 엘살바도르 대형 교도소에 수감자 수천 명 집단 이감
- 튀르키예 지진: 생존자들은 어떻게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있나
- 사진도용: 도용된 사진이 남성 대상 수천 달러 사기에 쓰인 여자의 이야기
- 날란다: 세상을 바꾼 대학
- HAARP: 미국 HAARP의 연구 장비들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을 일으켰다는 루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