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새 연소득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는 청년 가구주의 비율이 2.6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7일 공개한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곽윤경 외 3인 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19세~39세 청년 가구주 중 소득대비부채비율(DTI)이 300%이상인 ‘위험’ 지표에 해당하는 경우는 21.7%로, 2012년 8.37%대비 2.6배가 높아졌다. 약 10년 새 약 12명 중 1명 수준에서 4~5명 중 1명 수준으로 증가한 셈이다.
해당 보고서는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된 청년 가구주 가구를 분석의 대상으로 했다.
청년 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요인들 중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1년차였던 2020년 한국 청년들 사이에 분 투자 열풍이 있다. 이때부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나 ‘빚투(빚을 내 투자한다)’처럼 가용한 모든 자금을 동원해서라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주택 등 부동산 가격 자체가 애초 높기 때문에 청년 가구주 부채 중 주거 마련을 위한 부채가 비중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주택 가격 상승이 청년 부채 증가로도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주거 마련을 위한 청년 부채 보유 잔액은 5820만원으로 당해 총 청년 부채 잔액인 8455만 원의 약 69%를 차지했다. 2012년 2016만원과 비교했을 때 10년 새 2.9배가 증가했다.
한편 보고서의 분석 기간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한국을 포함해 세계 여러 국가들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를 줄곧 유지하고 있어 부채가 있는 청년들의 부담이 앞으로 더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청년 부채는 왜 빠르게 증가했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세대가 빚을 지는 경우가 많고 빚을 지는 경우 소득 대비 그 비율이 높은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라면서 다만 청년 부채의 공통적인 주요 항목이 주거비라고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 30여년 간 소득 대비 집값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청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BBC 코리아에 “현재 50,60대에 해당하는 기성세대가 1990년대 집을 살 때는 빚을 많이 지지 않고도 연소득의 서너 배, 혹은 다섯 배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연)소득 대비 집값이 서울 같은 경우 20배씩 되는 정도기 때문에 빚을 많이 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청년 세대의 경우 과거에 이미 집을 싸게 사 집값 상승의 효과를 누렸던 기성세대와 달리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부채 증가가 빠르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수원에 거주하는 61세 A씨는 “1980~90년대에는 ’10년만 열심히 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너도 나도 했다”며 “실제 같은 또래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약간의 빚을 내 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실제 위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 비해 청년 가구의 전체 자산 규모 확대 속도가 떨어지고,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와 청년가구주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을 비교할 때 전체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고, 두 집단 사이의 격차는 최근 들어 더 커지고 있다. 2012년 전체 가구와 청년가구주 가구의 실물자산 비중은 각각 56.65%와 42.55%로 격차가 14.11%포인트 였지만 2021년에는 각각 63.07%와 44.49%로 격차가 18.58%포인트까지 더 벌어졌다.
이에 반해 금융자산의 비중은 전체 가구 대비 청년 가구주 가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이다.
하 교수는 수년 전 청년들 사이 일었던 ‘투자 열풍’도 ‘비싼 집값’ 문제와 연결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 교수는 “현 청년 세대의 경우 부동산이 계속 오르는 시기, 즉 집값이 계속 비쌌던 시기를 살아왔다”며 “평생 집값이 오르는 것을 주로 관찰했기 때문에 몇년 전, 특히 2020년 투자 열풍이 불 당시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같은 이야기가 나올 때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더 조바심을 내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그러면서 “청년들이 영끌, 빚투를 하는 이유는 ‘지금 아니면 앞으로 영영 집을 못산다’는 소위 Fear Of Missing Out, FOMO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며 “그밖에 초저금리, 즉 빚을 내는 비용이 매우 낮다라는 요인이나 ‘아직 청년이니 앞으로 경제활동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심리 등이 청년 부채 증가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청년 부채 증가가 시사하는 바는
청년 부채 증가는 전체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부채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곧 경제적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역시 부채의 양면성과 생애주기에 따른 소득 및 자금 수요의 불일치 등 다른 요소들도 고려해 청년 부채를 복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청년 부채의 빠른 상승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청년들의 변동금리 대출이자 부담 증가 등 위험 요소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 교수는 “특히 금리가 낮았던 몇 년 전 금융기관들에서 변동금리를 주로 취급함으로써 리스크를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는 대신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방식의 영업을 많이 했다”며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변동금리로 빚을 많이 졌기 때문에 금리 변동리스크를 그만큼 많이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청년 부채 증가로 인한 전체 사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하 교수는 청년 부채 증가 문제에는 비싼 집값이나 ‘FOMO’ 투자 열풍 외에도 청년 세대가 찾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문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하 교수는 “청년 인구의 경우 특히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에 쏠리는 경향이 강한데 수도권은 주거비가 훨씬 높은 상황”이라며 “수도권 내 보다 넓은 범위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동시장을 구축하고 기타 교육이나 의료 시스템 등 인프라를 갖추는 등 지역 균형을 추진하는 식의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는 청년 부채에 대한 방안으로 청년의 자산형성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청년자산형성지원정책 사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청년 직장인에 대한 지원 정책의 수혜 기준 중 근속기간을 유연화하거나 정책 지원 대상 자체를 실업자나 취업준비생까지 일부 포함하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이밖에 청년이 한 지역에서 타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업 간 연동 및 연계되는 방안을 마련해 지원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안, 주택구입특화 장기 매칭 청년통장을 만드는 방안, 청년들이 재무상담사로부터 재무 설계와 채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 직접적 자금 지원이나 교육 방안 등이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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