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선교 활동에 나서는 모르몬교 청년 신자는 수천 명에 이른다.
BBC는 영국 내 모르몬교 선교사 교육 센터 취재를 허가받아 촬영했다. 교리는 물론 SNS를 통한 잠재적 개종자 접근법도 가르치는 곳이다.
영국에 사는 레베카 쿠퍼(19)는 선교사로 활동하던 시절엔 자신의 이름도 포기하고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도 포기해야 했으며, 화장실이나 샤워 시간 외에는 혼자 있는 시간도 포기해야만 했다고 말한다.
당시 오직 ‘쿠퍼 자매님’이라고 불렸던 쿠퍼의 일과는 매우 엄격했다. 매일 오전 6시 30분부터 밤 통금시간까지 기도, 공부, 운동, 지역 사회 자원봉사, 잠재적 개종자 찾기가 반복됐다.
혼전 성관계 및 차와 커피 섭취를 금지하는 일반적인 모르몬교 규율은 물론 선교사들은 늦게까지 밖에 머물지도 못하며, 심지어 TV나 영화도 볼 수 없다. 게임이나 ‘틱톡’과 같은 전형적인 Z세대의 즐길 거리도 금지된다.
쿠퍼 외에도 매년 전 세계에서 선교사로 자원하는 모르몬교 청년 신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새로운 사람들을 모르몬교 신자로 영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25세 미만으로, 최대 2년간 타지에서 지내게 된다.
이번에 BBC 취재진이 방문한 교육 센터는 유럽 내 모르몬 청년 선교사 교육 센터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잉글랜드 랭커셔주의 촐리 지역에 있다.
이곳에서 다큐멘터리 ‘모르몬교도가 온다’의 촬영을 허가받아 취재했다.
공식적인 명칭은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LDS)’인 모르몬교는 예수를 믿으나, 다른 가톨릭이나 개신교 단체와는 별개이다.
한편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도 수가 1600만 명에 이르는 모르몬교의 정규 선교단은 세계 최대 규모다.
이들 청년 선교사는 특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휩쓴 뮤지컬 ‘모르몬의 책’ 덕에 대중에 잘 알려졌는데, 일부 모르몬교 선교사들은 공연장 밖에서 해당 작품의 관람객들을 만나 선교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한편 쿠퍼는 선교사로서의 엄격한 삶은 일반적인 모르몬교도의 삶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모르몬교도였던 제게도 (선교사로 사는 삶은) 매우 달랐습니다.”
이곳 교육 센터에서 예비 선교사들을 감독하는 오스틀러 총장은 “선교사의 생활은 일반적인 청년들의 삶과 매우 다르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청년들은 이러한 삶을 살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 인플루언서가 된 듯한 느낌입니다’
쿠퍼는 모르몬교 교회에서 자랐던 유년 시절이 때론 “힘들었다”면서 “친구들과 매우 달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 하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찾아온 불안과 우울의 시기를 극복하는 데 종교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친구의 죽음은) 제가 평생 앓고 있는지도 몰랐던 우울증과 같은 여러 문제를 촉발했습니다.”
영국 남동부 하트퍼드셔주 트링 출신인 쿠퍼는 당시 약 1년간 다양한 종류의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신앙과도 갈등을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울면서 기도하다가 그전까진 완강하게 거부했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 “모든 게 나아졌고 훨씬 더 안정됐다”는 쿠퍼는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상황을 헤쳐 나가도록 도와주는 여러 사소한 영적인 자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자 선교사로 활동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함께 선교 활동에 지원한 친구들은 흥미로워 보이는 외국으로 파견됐으나, 쿠퍼는 랭커셔주에 오게 됐다. 가장 가고 싶던 곳은 아니었다.
자신은 해외로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쿠퍼는 휴대전화를 멀리하고 보지 않으려 했다. “며칠은 조금 씁쓸했기” 때문이다.
레베카와 동료 선교사들은 교회 건물과 함께 있는 이곳 교육 센터에서 2주를 보냈다. 이곳에서 기초 교리를 설명한 ‘나의 복음을 전하라(Preach My Gospel)’라는 책을 통해 전도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앱을 통해 하루를 분 단위로 꼼꼼히 계획해 빡빡하게 일정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도 배웠다.

한편 이곳 센터에선 선교사들에게 인스타그램 영상이나 페이스북 게시물 등 SNS 콘텐츠를 통해 잠재적인 개종자를 찾는 방법도 가르친다. 선교사들은 관련 게시물에 반응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루에 적어도 50여 차례 SNS 메시지를 보내도록 권유받는다.
이에 대해 쿠퍼는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면서 “자기 삶을 널리 공개하고 사람들로부터 반응을 얻어야만 했다. 마치 인플루언서가 된 듯한 느낌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쿠퍼는 정기적인 SNS 콘텐츠 제작 및 게시의 단점을 설명했다. 온라인상에서 놀림거리가 될 뿐만 아니라 누군가 쿠퍼가 올린 게시물을 공유해 “제정신이 아닌 애들이 또 이 짓을 하고 있다”고 적은 글을 보고 “분노와 외로움”을 느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경험으로) 슬펐다”는 쿠퍼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선교사로 사는 동안 인터넷 사용 기록은 감시되며 선교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쿠퍼 또한 “선교사로 지내는 동안 휴대전화는 더 이상 오락거리가 아닌 일거리”라고 언급했다.
선교사들은 이곳 교육 센터에서 이후 함께 살며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낼 동료를 배정받게 된다. 그리고 이후 선교 활동을 수행하면서 다른 동료와 배정될 수도 있다.
쿠퍼가 처음 배정받은 곳은 웨일스 북동부 렉섬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동료 2명과 같이 살았는데, 배정받은 아파트가 너무 작아 침대 2개로 꽉 찰 정도였다. 그래서 동료 1명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생활했다.
“매우 비좁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배정받았을 때 제 공간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쿠퍼는 선교사로 활동하며 길거리에서 행인에게 말을 걸거나 낯선 이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꽤 친절하다”고 생각하지만, 선교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들과는 논쟁을 벌이다 결국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난으로 타인의 번호를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후 선교사들이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상대방이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쿠퍼는 19세 자동차 정비사였던 조쉬에게 다가간 날을 기억했다. 당시 가짜 전화번호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조쉬의 번호였고, 그렇게 둘은 “‘모르몬의 책’에 관해 얘기를 나누게” 됐다.
“이후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했던” 조쉬는 5주 후 교회에 와 세례까지 받았다.
선교사 생활 이후의 삶
한편 쿠퍼는 고향 친구들과 연락하지 못했던 점이 선교사 생활 중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짧게나마 주어진 개인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했는데, 보통 집에 머물며 컴퓨터를 하거나 게임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세상사에서 잠시 떠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매우 감사하다”면서 몇 달간 뉴스에서 멀어졌던 점은 좋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선교사로서 살며 자신감도 많이 얻었다고 한다.
“가라앉지 않으려면 열심히 수영해야 하는 그러한 상황에 던져지기에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됩니다.”

모르몬교 맨체스터 교회의 책임자이자 쿠퍼와 같은 예비 선교사들을 지도했던 피터 존슨 장로는 이러한 엄격한 선교사 생활 규율은 “이들이 생산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존슨 장로는 “선교사의 생활은 규율, 헌신, 집중으로 귀결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인생을 통틀어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제 선교사 생활을 끝내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온 쿠퍼는 대학에서 심리학 및 아동 발달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선교사로 살던 시절엔 동료들과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이젠 다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대해 쿠퍼는 “누군가가 옆에 계속 있지 않으면 아직 힘들다”면서 선교사 이후의 삶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혼자 상점에 갈 때면 아직 기분이 이상합니다. 다시 익숙해져야 하는 이상한 삶의 변화입니다.”
BBC Two와 BBC iPlayer에서 ‘모르몬교도가 온다’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페기 픽처스, 댄 해리슨, 스카이 하이 에어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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