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역기를 들고 있는 모습

Getty Images

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출신인 데이비드 맥컬러(42)에게 2000년대 초반은 인생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던 시기였다. 그 시기를 생각하면 야자수, 햇빛 가득한 해변, 공황 발작이 떠오른다.

맥컬러는 “나는 매일 속을 게웠다”고 회상했다.

2001년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면서 실직하게 된 맥컬러는 고향에서 1600km 이상 떨어진 플로리다주 남부로 이사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했으나 맥컬러에게 찾아온 건 공황 장애와 불안증세였다.

게다가 몇년 뒤 허리마저 다치게 된 맥컬러는 고향에 돌아왔으나, 부모님의 이혼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렇게 우울증까지 겹쳤다.

맥컬러는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몰랐다. 암에 걸린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은 소화기 전문 의사도, 메스꺼움 치료제도, 소화제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뇌 훈련” 및 뇌 훈련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게 됐다. 맥컬러는 희망을 얻었다.

그 팟캐스트는 맥컬러와 같은 사람은 의학적 치료만이 아니라 바로 뇌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뇌 운동’ 개념은 맥컬러가 처음 접했던 2006년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늘날 점점 널리 퍼지면서 이젠 미 전역에 명상과 일기 쓰기 등에 집중한 ‘정신 건강 헬스장’이 생겨나고 있다.

주기적으로 역기를 들며 근육이 신체적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과정을 돕듯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신 건강 증진 활동을 규칙적으로 이어 나간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미국심리학회(APA)’가 실시하는 연례 조사인 ‘스트레스 인 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성인 4명 중 1명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제대로 활동할 수 없는 날이 대부분이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성인의 약 4분의 3은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 피로, 우울증 등 건강이 나빠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팟캐스트를 처음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2007년, 맥컬러는 애리조나주로 향했다. 당시에 몇 명 없던 뇌 운동 전문가를 실제로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하루 만에 불안감이 50%나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영감을 받은 맥컬러는 고향 미시간주로 돌아와 자신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른 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2018년, 맥컬러는 미시간주를 너머 미국 최초의 정신 건강 헬스장 ‘인셉션’을 설립했다.

맥컬러의 모습

DAVID MCCULLAR
정신 건강 헬스장 ‘인셉션’의 설립자 맥컬러는 과거 정신 건강이 좋지 못했으나 극복 후 다른 이들을 돕고자 나서게 됐다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고 더 나은 몸을 만들고자 헬스장에 간다”는 맥컬러는 “이곳(인셉션)도 마찬가지다. 진단서는 필요 없다. 더 나은 정신을 위해 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맥컬러의 헬스장에선 불안과 우을감을 줄이고자 정신 건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맥컬러는 적외선 사우나, 무중력 의자, 부유 치료 탱크, 뉴로피드백(개인의 뇌파정보로 치료에 유용한 특정 뇌파를 훈련하는 치료 방법) 등 뇌의 긴장을 풀고 뇌를 훈련시킬 수 있는 순환식 훈련법을 설계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유어라이프’ 헬스장의 설립자인 제이크 러스는 고객들에게 자존감과 정신적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맥컬러와 러스 같은 정신 건강 헬스장 설립자들은 육체를 가꾸는 헬스장과 비슷한 방식의 이러한 접근법이 정신 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오명을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 실제로 수백만 명이 이러한 오명이 두려워 도움을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멘탈 헬스 아메리카(MHA)’에 따르면 정신 질환을 앓는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인 2800만 명 이상이 관련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맥컬러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개념의 (육체적) 헬스장에 가는 것엔 익숙하다”면서 “우리는 ‘헬스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일 라이트 ‘미국심리학회(APA)’ 수석 이사는 정신 건강 헬스장에서 실시하는 일기 쓰기, 명상하기 등 마음을 다스리는 활동이 유용한 전체론적 접근법이라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이러한 활동이 정신과 치료의 대체제가 될 순 없으며, 정신 건강 전문가와의 상담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라이트 이사는 “이러한 헬스장은 일반적으로 의료 기관이 아니”라면서 “이는 중요한 부분이지만, 가끔 이를 간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러한 헬스장에 다니다가 (정신 질환이) 더 나빠지면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헬스장은 위급 상황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하냐”고 반문한 라이트 이사는 “누가 어떤 수준의 보살핌이 필요한지 어떻게 결정하냐”고 덧붙였다.

한편 로이드 세더러 컬럼비아 대학 공중보건대 외래교수는 이러한 정신 건강 헬스장 일부는 온라인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정적 고통이나 질병”을 앓는 환자들은 온라인에서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 의존증자의 갱생과 치유 등을 위한 공동체인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은 환자들에게 중독 문제를 오롯이 인터넷상에서만 치료하려 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세더러 박사는 “누군가 내게 ‘제가 제대로 다시 기능하기 위해선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약물치료, 식이요법, 수면, 운동 등이 핵심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관련 전문 자격증을 지닌 치료사가 없는 정신 건강 헬스장도 일부 있으며, 정신 건강 증진 측면에서 육체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곳도 있다.

한편 온라인 기반으로 전문 치료사가 상주하는 정신 건강 헬스장인 ‘COA’의 공동설립자인 알렉사 메이어는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위기가 닥치고서야 자신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주된 임무는 사회가 이들의 정신 건강에 더 빨리 관심을 기울이도록 촉구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미국정신질환가족연맹협회(NAMI)’에 따르면 정신질환 증상이 발현하고 치료받기 시작할 때까지 평균적으로 11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눈에 안대를 하고 파란 불빛을 쬐고 있는 남성

JUSTIN BRANTLEY
정신 건강 헬스장인 ‘인셉션’에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고 있는 남성

또한 메이어는 정신 건강 관리가 일상생활에 “재미있으며 접근하기 쉽게 녹아들어”야 정신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COA의 치료사들이 “좋아하는 헬스장 강사만큼이나 유쾌하다”고 느끼고 ‘감정 푸시업(팔굽혀펴기)’ 등의 프로그램 이름이 재미있다고 느끼길 바란다는 설명이다.

메이어가 정의하는 ‘감정 푸시업’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적인 힘이 세질 수 있는 작은 운동 프로그램이다.

또한 “자존감 파일”을 만드는 것도 이러한 작은 정신 건강 운동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자신만의 자존감 파일에 넣어두라”는 것이다.

“그러다 어려운 시기가 찾아오면 그렇게 모아둔 사건과 피드백을 다시 살펴보는 거죠.”

그러면서 메이어는 여느 헬스장 운동 루틴과 마찬가지로 “감정 푸시업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적인) 힘이 세지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금주 BEST 인기글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