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규모 6.4의 지진으로 송굴 유체소이의 집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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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규모 6.4의 지진으로 송굴 유체소이의 집이 무너졌다

송굴 유체소이가 조심스럽게 설거지를 했다. 접시와 수저를 비누로 닦은 다음 거품을 헹구고 물기를 말렸다. 설거지 장소가 폐허로 변한 집 앞이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은 위태로운 각도로 기울어졌다. 창틀은 아슬아슬 매달려 있고 녹슨 철제 지붕의 큰 파편이 정원으로 떨어졌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안전한 쉼터를 찾는 것이다. 현재 최소 150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았다. 적절한 살 곳이 확보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한편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현재 약 200만 명이 지진 지역을 떠났다고 밝혔다. 일부는 해외로 나가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 지진 지역에서 떠나는 항공편과 기차는 무료다.

하지만 지중해 연안 사만다그 마을에 사는 송굴 가족은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매우 소중한 곳입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집이 더 무너져도 여기에 머물 것입니다. 이곳은 우리의 집이자 둥지입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규모 지진으로 건물이 파괴됐고 수천 가구가 집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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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지진으로 건물이 파괴됐고 수천 가구가 집을 잃었다
사만다그 곳곳에 텐트가 세워졌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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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그 곳곳에 텐트가 세워졌지만, 그마저도 부족하다

송굴 가족은 집에서 소중한 가구를 조심히 꺼내 길에 놓았다. 광택이 나는 나무 협탁 위에는 휴가 기념품으로 사 온 튀르키예 쿠사다시 리조트의 조개껍질 그림이 있다. 커다란 과일 그릇에 놓인 오렌지에는 하얀 곰팡이가 폈다. 집 안에서는 평범해 보이던 물건이, 길거리에 놓이자 낯설게 느껴진다.

지금 온 가족은 무너진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진 텐트 3채에서 살고 있다. 텐트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작은 캠핑 화로에 음식을 요리해 서로 나눈다.

제대로 된 화장실은 없지만, 욕실에서 변기를 하나 가져와 임시변통 나무 창고에 연결했다. 심지어 작은 샤워실도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 최소한만 갖춰졌고, 넓은 공간이나 사생활은 찾아보기 어렵다. 텐트 안은 비좁고 과밀 상태다.

송굴은 괴로운 한 달을 보냈다. 친척 중 17명이 지진으로 세상을 떠났고 언니 툴라이는 공식적으로 실종 상태다. “아직 잔해 아래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며, “발견이 됐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애도를 시작할 수도 없고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의 기차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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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의 기차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

형부 후세메틴과 11살 난 조카 로잔은 잠을 자던 중 이스켄데룬 아파트 건물이 무너지면서 숨졌다. 그 집터에 남아 있는 뒤틀린 잔해 더미를 찾아갔다. 이웃 주민은 아파트 세 단지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송굴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로잔의 시신을 여기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영안실에서 데려와 사만다그에서 우리 집 근처에 묻었다. 후세메틴은 공동묘지에 묻혔는데, 그곳에서 이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직 닫히지 않은 툴라이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가족사진이 남아있다. 서로 팔짱을 끼고 얼굴을 마주한 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속 로잔은 빨간 풍선을 꼭 쥐고 있다.

지진 사태로 인한 이재민 노숙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안전한 공간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건물 16만 동 이상이 무너지거나 큰 손상을 입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최소 150만 명이 여전히 지진 지역에 있지만 살 곳이 없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수치는 확인이 어렵고 추정치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캐빈 시설이 도착 중이지만 제공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대규모 새 캠프부터 잔해 사이에 흩어진 개별 캠프까지, 모든 곳에 텐트가 세워졌지만 아직 부족하다. 튀르키예 적신월사(적십자에 대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는 세금으로 구입한 텐트 중 일부를 자선 단체에 판매했다. 제값을 받고 판 것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일부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공공건물 안에서 생활한다.

재난 발생 몇 주가 지난 지금도 가족들이 함께 텐트를 사용한다

Anna Foster/BBC
재난 발생 몇 주가 지난 지금도 가족들이 함께 텐트를 사용한다

아다나 지역에서는 배구 경기장 매트리스 위에서 가족들이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었다. 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에서는 기차역에 놓인 두 차량이 거주 시설로 바뀌었다. 좌석은 침대가 됐고, 짐칸에는 개인 소지품으로 채워졌다.

직원들은 물건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테디베어 대신 베개를 껴안은 어린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결국, 집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송굴의 아이들도 지쳤다. 장난감과 게임 도구는 안전이 위태로운 집 안에 파묻혔고, 학교는 사라졌다.

“지루해하죠. 할 일 없이 그냥 앉아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밤이 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지금 사만다그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송굴은 유엔난민기구(UNHCR) 로고가 새겨진 흰 텐트 곳곳에 형형색색의 태양광 조명을 걸었다. 길거리로 밀려난 그들은 여전히 조국에 발붙이고 살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잃은 상태다.

송굴 가족은 여진으로 인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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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굴 가족은 여진으로 인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두려움 속에 살아간다

송굴은 “여기에 램프를 놔뒀다”며 “어두워지면 더 무섭다. 전기가 없는 게 큰 문제다. 너무 무섭고 밤새도록 여진이 느껴져서 잠을 못 잔다”고 말하더니 울음을 터뜨리며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남편 사바스는 “우리는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자유와 독립에 익숙하고 모두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세 가족이 텐트 하나에서 식사하고, 생활하고, 머무른다”고 말했다.

“모든 상황이 낯설고 미래를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항상 두렵습니다. 집이 무너진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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