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3월 8일을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기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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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3월 8일을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기념해왔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소셜미디어 등 여러 플랫폼에서 여성의 날과 관련한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 된 것일까? 우리는 이날을 축제로 기념해야 할까? 투쟁의 마음으로 기려야 할까? ‘세계 남성의 날’도 있을까? 올해는 어떤 행사들이 열릴까?

지난 100여 년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3월 8일을 여성들을 위한 특별한 날로 기념해왔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어떻게 시작됐나

1910년 여성의 날을 최초로 만든 클라라 제트킨. 그는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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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여성의 날을 최초로 만든 클라라 제트킨. 그는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됐다. 1975년 UN이 3월 8일을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3월 8일은 여성들이 사회, 경제, 정치 등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싸워서 쟁취했는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이 됐다.

그러나 여성의 날의 기원을 살펴보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거리에 나와 동등한 권리를 위해 투쟁했는지 알 수 있다.

1908년 미국의 노동자 15만여 명이 뉴욕 거리를 가로질렀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웠던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동환경 개선과 여성 투표권 쟁취를 외쳤다. 그리고 일 년 후, 미국사회당(SPA)이 여성의 날을 발표했다.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은 클라라 제트킨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콘퍼런스에서 했다.

그 자리에 17개국에서 온 100명의 여성이 있었고 만장일치로 그녀의 제안에 찬성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과 스위스에서 1911년에 처음 기념했다. 올해로 111번째 여성의 날을 맞는다.

왜 3월 8일인가?

2021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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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

제트킨이 세계 여성의 날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특정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내세우며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이후 4일 만에 러시아의 짜르 니콜라스 2세가 폐위됐고, 여성들은 임시 정부로부터 참정권을 얻어냈다.

‘빵과 평화’ 시위가 시작된 날을 양력으로 계산한 것이 3월 8일이다.

세계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색은?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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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은 정의와 존엄을 상징한다

세계 여성의 날 공식 웹사이트는 보라색, 초록색 그리고 흰색이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소개한다.

“보라색은 정의와 존엄을 상징합니다. 녹색은 희망을 상징하죠. 흰색은 순결을 상징하지만, 이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이 색들은 1908년 영국의 여성사회정치연합(WSUP)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남성의 날’도 있나?

11월 19일은 세계 남성의 날이다. “남성들이 이 세계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기념하는 날이다.

1990년대에 시작된 이날은 유엔이 지정한 공식 기념일은 아니지만, 영국을 포함해 약 80개국에서 세계 남성의 날을 기념한다.

2021년 주제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개선”이었다.

여성의 날은 어떻게 기념할까?

2021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서 노년 여성이 미모사 꽃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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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서 노년 여성이 미모사 꽃을 선물받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공식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나라들도 있다. 러시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러시아에선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꽃 매출이 두 배로 증가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성 직원들에게 반차를 주는 회사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들에게 미모사 꽃을 선물한다. 이 전통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로마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3월을 여성의 달로 지정해, 미국 대통령이 매년 여성들의 업적을 축하하는 성명을 낸다.

한국에서도 1985년부터 ‘세계여성의 날 기념 한국 여성대회’를 열기 시작했다.

2023년 여성의 날 주제는?

남녀 선수의 동일 임금을 꾸준히 주장해 온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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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선수의 동일 임금을 꾸준히 주장해 온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

올해 유엔(UN)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주제는 ‘디지털ALL: 성평등을 위한 혁신과 기술’이다. 여성과 소녀들이 기술 발전 및 온라인 교육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축하하자는 뜻을 담았다.

또한 올해 ‘세계여성의날 조직위원회(IWD)’는 디지털 성 격차가 여성과 소녀들이 겪는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예정이다.

UN은 여성의 온라인 접근성 부족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2025년까지 중저소득 국가가 입을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1조5000억달러(약 1900조원)에 이르리라 추정한다.

한편 또 다른 주제도 있다.

“여성들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IWD 홈페이지는 “성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성차별을 규탄하고, 성 편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포용성을 추구하고자” 올해 ‘#공정을 포용하라(EmbraceEquity)’는 캠페인 주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여성의 날은 왜 필요한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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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아프가니스탄, 이란, 우크라이나, 미국 등 여러 국가의 여성들이 자국 내 전쟁, 폭력 사태, 정책 변화 속 여성의 권리를 지키고자 투쟁했다.

먼저 아프가니스탄에선 탈레반이 재집권하며 여성들의 인권 향상이 더딘 상황이다.

현재 여성들은 고등 교육 및 대부분의 직업 활동이 금지됐으며,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도 못하고, 공공장소에선 얼굴을 가려야만 한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13일 수도 테헤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위 ‘도덕 경찰’에 잡혀간 뒤 사망하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이란에선 여성들이 반드시 히잡으로 머리를 가려야 한다.

이후에도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참여해 여성 권리 증진 및 현 지도부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위는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들 시위대는 ‘여성, 삶, 자유’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란 당국은 이들을 “폭동”으로 규정해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편 UN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4일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생필품 부족 현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식량 불안, 영양실조, 빈곤 등 각종 문제와 관련한 성별 격차가 심화되고 성 기반 폭력이 잦아졌다고 한다.

한편 미국에선 지난해 6월 24일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중지 권리를 보호하는 역사적인 법안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전국에서 여러 항의 운동과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많은 미국 여성이 낙태를 위해 인근 멕시코로 향하고 있다. 멕시코에선 2021년 역사적 판결과 함께 사실상 낙태가 허용됐다.

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은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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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은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촉발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여성 권리 증진에도 진전은 있었다.

먼저 지난해 11월 유럽의회에선 10년간의 투쟁 끝에 2026년 7월부터 회원국 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높여야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최고위직에 오를 자격이 있는 여성이 많다”면서 “이 새로운 법을 통해 그러한 자리를 얻을 진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르메니아와 콜롬비아에서는 육아휴직법이 개선됐으며, 스페인에선 생리 휴가 지원법이 통과됐으며 낙태 접근권도 확대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가장 평등한 동계올림픽이었다면서, 당시 전체 선수의 45%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여전히 스포츠계의 성평등은 완전히 달성되진 않았으나, 여성 스포츠 경기 중계와 관련해 더 균형 잡힌 보도를 촉구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도 발표됐다.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선 이전보다 늘어난 총 36개 팀이 참가한다.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미국축구연맹’은 자국 남녀 대표팀에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역사적 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스포츠계 최초로 남녀 선수가 같은 액수를 받는 사례다.

미 여성 축구 대표팀은 지난 5년여간 남녀 선수의 동일 임금을 주장하며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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