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거울에 비친 아프간 남성.

Asmaa Waguih
오토바이 거울에 비친 아프간 남성.

사진작가 다니엘라 잘크만은 2017년 비영리 단체 ‘위민 포토그래프’를 설립했다. 설립 목표는 여성과 논바이너리 스토리텔러의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범 후 6년이 지난 지금, 100여 개국에서 사진작가 약 1600명이 모였다. 각자의 작업을 조명할 뿐만 아니라, 사진 업계 입문자에게 지원금·워크숍·멘토링을 제공한다.

회원 100명이 모음집 ‘왓 위 씨!'(What We See!)를 새로 출간했다. 사진작가들이 사진과 함께 본인의 작업이나 경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위민 포토그래프의 사진은 전쟁부터 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묘사한다. 다만, 잘크만은 “(위민 포토그래프의) 사진은 부당한 환경에서 촬영되거나, 남성 지배적 환경에서 여성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며 “위민 포토그래프의 장기 목표는 간단하다. 우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위민 포토그래프가 업계를 도와 진정한 평등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단체의 근간을 이루는 인권을 위한 작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중 일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크시자 크루즈 바카니

크루즈 바카니의 필리핀 가족 사진

Xyza Cruz Bacani

아버지 빌라모어가 어머니 그루지야를 껴안고 있다. 어머니는 내 조카들, 여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홍콩에서 20년 넘게 가사도우미 일을 해오셨다. 1년에 한 번 2주 동안만 집에 머무르신다. 그 2주는 우리 가족이 가장 행복해지는 시기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서로를 반기고 있었다.

이주 노동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의식적으로도 이 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을 알고 있다.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연약함도 재능임을 알게 됐다.

우리 가족의 삶은 내게 생이별을 견디게 만들었지만, 연약함은 나를 더 좋은 사진작가로 만들었다.


니마스 라울라

Aurel with her dog, Rote Island, East Nusa Tenggara, Indonesia, 2021

Nyimas Laula

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문화를 바꿔놓았다.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 벽으로 둘러싸인 땅에 머물러야 했다. 난 이 공간을 보통 ‘집’이라고 부른다. 2021년 말, 나는 아시아 최남단의 로테 아일랜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광활한 인도양의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느 날 저녁, 나는 아우렐을 만났다. 그는 물에 들어가 강아지와 함께 고요하고 다정한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사진기자로서 보통 뉴스가 될 수 있는 사진에 이끌린다. 내가 관심을 가진 사안과 관련해 환경이 급변하는 중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사진은 내가 일하는 방식을 재고하고, 속도를 늦추도록 도와준다. 그냥 지나쳐버리기 쉬운 더 느리고 조용한 순간을 들여다보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


다니엘 빌라사나

Alexa with friends in San Pedro Sula, Honduras, 2019

Danielle Villasana

나는 10여 년에 걸쳐 뿌리 깊은 혐오의 시선을 무릅쓰고 라틴 아메리카 전역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직면한 위협과 그들의 회복력을 사진으로 남겨 왔다.

이 작업의 가장 최근 챕터인 ‘아브레 카미노'(열린 길)에서는, 트랜스 여성이 중앙아메리카를 떠나도록 만드는 요인과 미국을 향해 북쪽으로 향하는 그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또한, 그들이 안전한 피난처로 생각하는 국가에 도착하기까지 직면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도 기록으로 남겼다.

알렉사는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에서 이 사진에 담겼다. 친구들의 중앙에 있다. 알렉사와 같은 여성을 오랜 시간 따라가면서, 미디어에서 편협하게 묘사되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의 더 진실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려 노력한다.

이 여성들의 삶을 더 큰 맥락에서 보여줌으로써, 트랜스젠더 혐오와 차별이 곳곳에서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리나 운루

A girl in a bus in Kyrgystan, 2019

Irina Unruh

2019년 1월에 촬영한 ‘마이 샤이 걸’ 사진은 장기 프로젝트 ‘피어나는 키르기스스탄 – 포플러가 자라는 곳’에서 가장 아끼는 사진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나와 조국의 재회와 관계를 담아낸다.

나는 구소련에 속했던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나 9살이 된 1988년에 독일로 이민을 왔다. 지금은 중앙아시아의 독립 민주주의 국가가 된 키르기스스탄을 2008년부터 정기적으로 방문했다.

멀리서 이 버스를 봤을 때, 이식쿨 호수 북쪽 기슭의 기다란 길을 친구 두 명과 함께 차로 지나가던 중이었다.

버스에 가까이 갔을 때, 바퀴 없는 버스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 모습을 발견했다. 한 수줍은 소녀와 사진을 찍기로 하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했다. 버스에 숨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웃음을 터뜨렸다.


클라라 모크리

Birdwatchers, Channel Islands National Park, California, US, 2021

Clara Mokri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으셨을 때 처음으로 사진에 관심이 생겼다.

일생을 살다가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언젠가 내가 기억을 잃기 시작하면 인생을 담은 끈질긴 기록이 나를 기억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고, 잊기 쉬운 순간에 매료된다.


사카구치 하루카

Quarantine Diary: March 25, Brooklyn, New York, US, 2020

Haruka Sakaguchi

뉴욕 보건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자택 대기령을 내렸을 당시, 2020년 3월 20일부터 4월 20일까지 봉쇄 기간 첫 한 달을 사진 일기에 담았다.

우울증 병력을 갖고 혼자 살던 차에, 고립된 생활로 정신 건강 문제가 다시 악화될까 봐 두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일상과 평범한 생활을 되찾기 위해, 매일 한 장씩 사진을 찍기로 스스로의 도전 과제를 정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저널리즘의 객관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로는 카메라를 손으로 직접 돌리는 등 비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더 받아들이게 됐다.


라니아 마타르

Farah, Aabey, Lebanon, 2020

Rania Matar

레바논 태생의 미국 여성이자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가 내 작품에 영향을 준다. 여성의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진을 통해 개인적·집단적 정체성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지금 살고 있는 미국과 출생지인 중동을 모두 다룬다,

이 사진은 ‘쉬'(SHE) 시리즈의 일부다. 이 작업은 20대 젊은 여성들, 즉 내 딸들의 나이대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 나이대의 생생한 아름다움, 개성, 신체, 조화, 신비를 묘사하고, 함께 개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과정은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사진 속 여성들이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파라는 2019년 10월 레바논 민중 봉기 당시 정권 퇴진을 요구하던 젊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현장에는 시위를 약화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이 파라의 차를 불태웠다.

우리는 그 순간을 함께 묘사하고 차가 아직 달릴 수 있던 순간에 영원성을 부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 순간은 곧 저항의 순간이었다. 파라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라 와이스와

Girls in ballet dress, Nairobi; 2017

Sarah Waiswa

이 사진은 ‘발레 인 키베라’ 시리즈의 일부다. 내가 다큐멘터리 및 인물 사진작가로서 작업한 첫 번째 개인 프로젝트였다.

나는 정체성과 자기표현, 특히 아프리카 사람들의 새로운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이 많다. 현대적이고 비 전통적인 방식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사회 문제를 조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빈곤이 아니라 그 세상을 헤쳐나가는 인간에 초점을 맞춰 아프리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교육 비영리 단체 ‘아노스 아프리카’와 협업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협업 상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웹사이트에서 관련 작품을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위민 포토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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