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다양한 여성 관련 통계들이 조명 받고 있지만 한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낮다’는 메시지가 많이 나온다.
세계 여성의 날은 100여년 전인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경제적 권리 보장을 상징하는 ‘빵’과 참정권을 상징하는 ‘장미’를 요구했던 것을 기념한다.
한국은 일제 해방 이후 첫 선거부터 여성에게 동등하게 참정권이 주어졌다. 또 한국전쟁 이후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부상하며 여성이 ‘생계부양노동’의 주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여성 참정권 면에서도, 여성 경제적 지위 면에서도 모두 하위의 성적을 받고 있다.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7개국 중 34위를, 여성 관리직 비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6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1996년 OECD 가입 이래 2021년까지 26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의 날을 기해 하루전인 7일 낸 메시지에서 “우리가 성취해온 여러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날을 맞아 조명해야 하는 숫자들이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격차,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하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여성의 평생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율”을 언급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펴낸 ‘여성폭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18.5%를 기록했다.
국회는 여전히 남성의 영역
김 장관의 지적처럼 여성 국회의원의 낮은 비율은 여성의 낮은 대표성을 상징한다.
행정안전부의 ‘2020년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여성의 비율은 50.1%, 남성의 비율은 49.9%로 1:1에 가깝다. 하지만 여성 의원의 비율은 18.5%로 남성 의원 4~5명 당 여성 의원은 1명인 수준이다.
이번 선거에 당선된 여성 의원은 총 300석 가운데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이다. 여성의원 비율은 지난 20대 국회 17%에서 19%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7개국 평균 33.8% (2023년 기준, 3월 8일 접근)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치로, 한국은 37개국 중 한국은 34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낮은 여성 의회 대표성을 가진 세 국가는 일본(37위), 헝가리(36위), 터키(35위)로 각각 여성 의원 비율 10.0%, 13.1%, 17.4%를 기록했다.
여성 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모두 50%를 기록한 뉴질랜드와 멕시코다. 이밖에 아일랜드 47.6%, 스웨덴 46.4%, 노르웨이 46.2%, 핀란드 45.5%, 덴마크 43.6%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여성 의원 비율은 특히 지역구 의원에서 현저히 낮다.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여성 의원비율은 11.5%다. 이는 역대 선거를 거치며 꾸준히 증가해 2004년 4.1% 대비 2.8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여성 인구 대비 대표성을 고려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여성 할당이 보다 많이 고려되는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여성 의원 비율은 2004년 총선부터 꾸준히 50%대를 기록해 2020년 총선에서는 59.6%에 달했다.
두꺼운 유리천장
한국 여성이 직면한 유리천장은 정치 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두텁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중은 16.3%로 뉴질랜드·콜롬비아를 제외하고 관련 수치가 있는 OECD 36개 회원국 중 35위였다. 일본이 13.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여성 관리자 비중은 기업 임원과 정부 고위 공무원, 국회의원, 대학 총장, 초중고교 교장 등 관리직 취업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국은 OECD 36개국 평균 33.7%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는 16.3%를 기록했다.
라트비아(45.9%), 폴란드(43.0%), 스웨덴(43.0%), 에스토니아(41.2%)등 동유럽권 국가들과 미국(41.4%), 코스타리카(40.2%), 호주(40.0%)가 40%대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또 일본과 한국, 튀르키예(18.2%)를 제외한 나머지 33개 회원국은 20%를 넘는 수치를 보였다.
한편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이래 26년동안 줄곧 회원국들 중 성별 임금격차 1위를 차지해 2021년에는 38개 조사국들 중 가장 큰 31.1%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들의 평균 성별 임금격차는 12%로 한국은 이 평균의 2.6배를 기록했다.
한국에 이어 성별 임금 격차가 큰 OECD 국가는 이스라엘(24.3%), 라트비아(24.0%), 일본(22.1%)이다.
노동계와 여성계는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크게 유지되는 이유로 연공서열제와 출산과 육아 휴직 등에 따른 여성 경력 단절을 꼽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51.2%로 남성(70%)에 비해 크게 낮았고,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7.4%로 남성(31%)에 비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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