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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인 사회에 맞서는 도쿄의 여성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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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모토 사토코 구청장은 도쿄의 주요 지역 중 하나를 맡아 운영하는 일에 대해 외로운 일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6월 키시모토 구청장은 48세의 나이에 도쿄도 스기미구 지역 최초의로 여성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환경운동가 출신이자 민주주의 시민 운동가 출신인 키시모토 구청장은 당시 여당 소속 현직 구청장을 불과 200표 차이로 꺾으며 극적으로 승리했다. 정치에 입문한지 얼마 안된, 공직 경험이 없는 무소속 후보의 충격적인 승리였다.

키시모토 구청장은 일본의 남성 중심 정치 문화에 도전하겠다고 맹세했다. 실제로 스기나미구를 포함해 도쿄도 주역 지역구 23곳 중 현재 여성이 구청장인 지역은 단 3곳뿐이다.

키시모토 구청장은 “정치계내 여성 대표성 부족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5년간 (일본 정치계의) 여성 대표성은 거의 발전이 없습니다. 이건 미친 일입니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각종 성차별 지수는 최악인 국가다. ‘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의 성 격차 순위는 146개국 중 116위였다.

또한 일본의 성 차별 이슈 관련 성적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초라하다. 일본에선 단 한번도 여성 총리가 탄생한 적이 없으며, 현재 내각에도 여성 인사는 단 2명뿐이다.

한편 BBC 취재진과 처음 만났을 때 키시모토 구청장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일본 정치인으로선 보기 드문 일이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키시모토 구청장의 모습

BBC
환경운동가 출신인 키시모토 구청장은 자전거로 출근한다

키시모토 구청장은 처음 몇 달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치계에선) 비교적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서 이 일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저는 관료 출신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말할 때 사람들은 듣긴 하지만, 쉽게 설득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키시모토 구청장이 대부분 함께 일하는 남성들을 의미한다. 스기나미구에선 시장 이하 고위 정치인 대부분이 남성이다.

“기후변화, 다양성, 성평등과 같은 이슈는 기성 정치인들로 인해 어려움이 많습니다. 남성들만의 정치 클럽같습니다.”

이렇듯 여성 정치인의 불모지와 같은 현 상황이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라는 게 키시모토 구청장의 설명이다.

“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건 정책에 대한 토론입니다. 그러나 이곳 시의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비난과 인신 공격을 다루는 데 낭비하고 있습니다.”

키시모토 구청장의 모습

BBC
키시모토 구청장, “지난 75년간 (일본 정치계의) 여성 대표성은 거의 발전이 없습니다. 이건 미친 일입니다!”

이러하 비난은 보통 키시모토 구청장의 성별뿐만 아니라 자질에 대한 의심일 때가 많다. 키시모토 구청장은 정치 경험도 없을뿐더러 너무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키시모토 구청장은 지난 20년간 유럽에 살았다.

키시모토 구청장은 이러한 자신의 배경 때문에 자신이 아웃사이더인 것은 맞지만, 이 또한 자신의 강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저는 다릅니다. 저는 일본 사회를 멀리서 바라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러한 “국제적 시각” 덕에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 특히 일본 사회의 극명한 모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키시모토 구청장은 현재 맡은 일과 이를 통해 만들어낸 변화를 바라보며 동기를 얻고 있다면서도 후회했던 순간이 없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가끔 전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라고 자문합니다.”

여전히 여성에게 가정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길 기대하는 전통적인 사회 규범 때문에 여성들은 정치인으로서 커리어를 유지하기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남성중심적인 일본의 정치적 풍토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는 다른 여성들 또한 여성혐오와 괴롭힘에 직면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히가시 도모미는 도쿄도 마치다구의 지방의회 의원으로, 최근 재선됐다.

히가시 의원은 “신체적 괴롭힘이 가장 충격적”이었다면서 선거 운동 초기 부적절한 접촉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충격이었습니다.”

히가시 의원의 모습

BBC
히가시 의원은 선거 유세 중 부적절한 접촉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남성들에게 욕설을 듣기도 했고, [남성들이] 매우 가깝게 다가와 내 선거 유세 연설을 방해하기도 했다”는 히가시 의원은 “자정에 술마시러 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정말 남성 중심의 사회라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내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현재 히가시 의원은 다른 지역의 여성 정치인, 변호사, 학자들과 함께 ‘정치계 여성을 위한 괴롭힘 상담 센터’라는 웹사이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비밀이 유지되는 이러한 온라인 상담 센터가 정치에 입문하는 여성들에게 안전망이 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 연구원이자 이 단체의 설립자 중 한명인 하마다 마리는 여러 조사 결과 또한 여성 정치인을 향한 괴롭힘이 만연하다고 시사하나, 대부분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꺼리기에 정확한 관련 수치를 산출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마다 연구원은 “일본에서 정치인은 공인으로 여겨지며, 그렇기에 괴롭힘도 견뎌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또 다른 설립자이자 지난해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타무라 마나는 선거 유세에 세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규칙에 어긋나기에 “(선거 유세 중) 아들과 함께 걷거나, 손을 잡거나, 유모차를 밀수 없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선거 활동 중에 ‘애를 낳긴 했냐’는 말을 하는 남성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애가 3명은 될 때 출마하지 그러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또한 타무라는 “공연히 법석 떨지 말라는 소리를 들다”면서 “그러자 이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치계 여성을 위한 괴롭힘 상담 센터’의 모임 현장

BBC
‘정치계 여성을 위한 괴롭힘 상담 센터’는 일본에 내 공직 출마를 희망하는 여성들을 돕고자 한다

일본 교도통신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같은 정치인 및 지도자일지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편견 및 성희롱을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주기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율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남성 지배적인 내각 구성, 현 집권당인 자민당 또한 이러한 문제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1955년 이후 거의 계속 집권해온 자민당은 지난해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회의에 여성 의원 5명의 참관을 허용하겠다면서도, 이들의 발언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2021년엔 2000년 초 잠시 총리직까지 지낸 전 도쿄 올림픽 위원장 모리 요시로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여성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하며 많은 여성 이사들과 만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나중에 사과했다.

한편 키시모토 구청장은 “자민당은 일본의 성차별 문제에 책임이 있다”면서 “성차별 해소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없다. 이 점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당도 문제지만, 이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게 해준 유권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키시모토 구청장은 이러한 수많은 난관에도 여전히 언젠가 일본에서도 여성 총리가 탄생하리는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나는 희망적”이라는 키시모토 구청장은 웃으면서 “더 나빠질 곳도 없다. 이젠 좋아질 길 밖에 없다”고 마무리했다.

CP-2022-004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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