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아카데미 시상식은 남성과 백인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8년 전 해시태그(#OscarsSoWhite)가 유행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BBC는 이와 관련해 일부 할리우드 관계자와 올해 오스카 후보들에게 지금까지 도입된 변화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물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와 같은 후보작으로 다양성이 풍부한 출연진·감독·제작진의 작품이 조명받았다.
사실, 지난 2015년에는 지금보다 상황이 어두워 보였다.
당시 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인 에이프릴 레인이 한 해시태그(#OscarsSoWhite)를 유행시키면서 그해 후보 배우 20명 가운데 유색인종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부각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산하 싱크탱크 ‘애넌버그 포용정책 이니셔티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당 해시태그가 유행하기 전 8년 동안 오스카 후보 중 유색인종은 8%에 불과했다.
USC에서 연구를 주도한 스테이시 스미스 박사는 해시태그 유행 이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8년 만에 유색인종 후보 비율이 17%로 증가한 것이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을 뒷받침할 근거와 희소식이 들려왔다. 연예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
애넌버그가 발표한 “포용 목록”은 아카데미 시상식의 95년 역사 전반에 걸쳐 다양성(또는 다양성의 부족)을 담아냈다. 1929년 이후 여성 수상자는 16%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유색인종은 2% 미만이었다. 또한, 전체 수상자의 6%만이 영향력이 작은 소수 민족 출신이었다.
올해에는 주요 연기 부문 후보 20명 중 6명이 유색인종이였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앤절라 배싯은 오래전부터 아카데미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BBC에 “멋진 일이다. 온 세상을 얻은 것 같다. 플로리다 출신의 작은 소녀가 업계에서 존재감을 얻고 나와 닮은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소속감을 준다”고 말했다.
앤절라 배싯은 1993년 티나 터너의 삶을 그린 영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도 티나 터너 역으로 후보에 올랐다. 배싯은 젊은 배우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영화 ‘더 우먼 킹’의 비올라 데이비스나 ‘틸’의 대니엘 데드와일러 같은 흑인 배우가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제외되면서, 일부에서는 아카데미가 흑인을 배제시킨다고 비판했다.
또한, 올해 ‘위민 토킹’의 세라 폴리와 ‘틸’의 치노녀 추쿠처럼 쟁쟁한 감독이 많았음에도 감독상 후보에 여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용 목록’을 보면 후보자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소수 민족 후보자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스미스의 설명이다.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약 40%가 소수 민족에 해당한다.
스미스는 “2023년에는 그 숫자를 (아카데미에서)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짊어진 새로운 투표권자
해시태그 유행 이후, 아카데미 시상식은 투표권을 가진 회원 약 1만 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넷 양 아카데미 회장은 오스카상이 업계 상황을 반영 중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젊고 다양한 글로벌 아티스트를 초대해 후보군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여성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회원 확대·다양화 시도를 언급했다.
이제 아카데미 이사회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아카데미 회원이자 2023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는 2020년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수상자에게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은 영광이지만 오스카가 미국 전체를 반영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헨리는 영화 ‘더 브릿지’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상대역을 맡아 올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이 자리에 올라 정말 영광이지만,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미 정부, SVB 붕괴에 예금보호 조치
- 이스라엘서 역대 최대 규모 시위…’사법개혁 반대’ 50만 명 운집
- 번아웃 부모를 위한 독일의 특별 치유 프로그램
- 로켓 발사음은 얼마나 클까?
- 이란-사우디아라비아, 오랜 앙금 풀 수 있을까.. 7년 만에 관계 복원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