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 70년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아폴로’ 계획을 위해 개발한 대형 로켓인 ‘새턴 V’ 발사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본다면 충격으로 다가오는 요소가 있다. 당시 사람들의 패션이나 헤어스타일도 충격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관중들이 실제 로켓 발사 장소에서 생각보다 훨씬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관중들이 이토록 멀찍이 떨어져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소음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일정 수준을 넘어선 소음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새턴 V 로켓은 당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인공물 중 하나였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달로 향했을 때 기대감으로 들뜬 관중은 이들로부터 5.1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정도 거리에서도 로켓 발사 소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당시 새턴 V의 엔진에서 발생하는 음파가 너무 강력해 발사대의 콘크리트를 녹였다거나, 1.6km 떨어진 잔디밭에도 불이 났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두 소문 모두 거짓이다.)
당시 NASA가 측정한 발사 소음을 204데시벨(dB)이었다. 사람이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30초 이상 들을 경우 위험하다는 제트기 이륙 소리가 120~160dB임을 생각해본다면 얼마나 엄청난지 짐작할 수 있다.
새턴 V의 발사 소음은 발사 장소에서 2.4km나 떨어진 곳에서도 무려 120dB로 측정됐다. 이는 락 콘서트 현장음, 혹은 아주 가까이서 울리는 자동차 경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편 NASA의 ‘케네디 우주 센터’가 있는 플로리다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새턴 V부터 줄곧 로켓 발사 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는 앤서니 루는 “로켓이 발사될 때마다 그 느낌에 새삼 충격받곤 한다”고 말했다.
“70년대에 ‘센서라운드’라는 음향 장치가 있었습니다. 영화 ‘대지진(1974)’ 등 재난 영화 촬영 시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아음속 지진파를 직접 ‘체험’하는 느낌을 주고자 사용했죠.”
“(로켓) 발사는 가까이서 마치 센서라운드같다”는 루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지다가 귀로 실제 소리를 듣기 전 가슴이 우르릉거린다. 아음속의 낮은 주파수가 귓가를 짧게 치고 지나간다. 그로부터 몇 초 뒤 거대한 용접 토치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발사음은 합쳐져 굉음을 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 유타주 브리검영 대학 소속 연구진은 새턴 V 로켓 발사 당시 얼마나 큰 소음이었을지 계산했다. 그리고 NASA 자체의 기록과 매우 유사하게 203dB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편 160dB과 200여dB은 그리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차이는 엄청나다.
해당 연구를 이끌었던 켄트 지 당시 브리검영 대학 물리학 교수는 “170dB은 항공기 10대의 엔진 소리와 맞먹는다”면서 “200dB로 올라가면 엔진 1만 개 정도와 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dB 차이는 10배 차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발사한 로켓 중 가장 큰 소음이 발생했던 건 새턴 V일까. 추력을 그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마 아닐 것이다.
새턴 V는 당시 35메가뉴턴(MN)의 추력(로켓이 발사될 때 밀어 올리는 힘)을 냈는데, 지난 60년대 소련이 유인 달 착륙에 사용하고자 했던 비운의 로켓 ‘N1’의 추력은 45MN으로 이보다 작다.
그러나 새턴 V의 추력도 만만치 않았기에 관중의 청력 보호 이상 고려할 요소가 많았다.
우선 새턴 V처럼 강력한 로켓은 발사 소음으로 발생하는 음파만으로도 우주선에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된 로켓 ‘우주 발사 시스템(SLS)’을 담당한 NASA의 존 블레빈스 수석 엔지니어는 아폴로 계획 훨씬 이전부터 NASA의 로켓 엔지니어들에겐 이러한 손상 방지가 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각해낸 한 가지 해결책은 발사대의 화염유도로를 물로 채워 로켓 발사 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줄이는 방법이다.
블레빈스 연구원은 “아폴로 계획 시절 NASA는 지상에서 여러 실험을 진행했고, 현재 SLS 발사를 위해 다시 실험했다”면서 NASA는 두 로켓과 발사대를 본떠 만든 소형 모델도 만들어 로켓과 발사대 간 상호 작용에서 어떻게 소음이 일어나는지도 연구했다고 밝혔다.
“바나나 크릭(로켓 발사를 보기 좋은 곳으로 유명한 장소)에 앉아서 구경할 땐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로켓 자체의 최대 소음은 실제로는 지상에서 약 45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합니다. 물이 채워진 화염유도로로 직접 내려가는 대신 연기 기둥이 뿜어져 나오면서 소음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주왕복선’ 발사에서도 물이 채워진 화염유도로가 이용됐다. NASA의 이 유명한 로켓이 발사될 때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으로 끓는 구름은 사실 연기가 아니라 강한 열로 인해 증발한 물로 인한 증기이다.
한편 SLS는 NASA가 최근 태양계 더 멀리 사람을 보내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사용된 새로운 로켓으로, 새턴 V보다 15% 더 강한 추력을 자랑하는 등 지금껏 발사된 가장 강력한 로켓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블레빈스 연구원은 미시시피주 남부에 있는 ‘존 C. 스테니스 우주 센터’에서 진행된 SLS 엔진에 대한 지상 실험 현장에 있었다.
이러한 지상 실험은 로켓 설계 발전에서 중요한 단계라는 설명이다.
“저는 (발사대로부터) 약 800m 떨어진 거리에서 귀마개를 꽂았습니다. 600초 동안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증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더 가까이 가보면 4개 엔진 중 엔진 하나에서 그토록 많은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코어 스테이지 측면에 붙은 2개[고체 로켓 부스터]는 이들 엔진보다 추력이 더 큽니다.”
“이 로켓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정말 놀랍습니다.”
블레빈스는 SLS는 새턴 V보다 더 조용하다면서도, 소음 수준은 엔진의 추력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듣게 될 소리는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구름 낀 날이라서 330m 정도 되는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면 (발사) 소음은 플로리다주 전역을 가로질러 앞뒤로 튕겨나갈 것입니다. 소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구름이 낀 날이라면 탬파 지역에서도 로켓 발사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탬파는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차로 3시간 떨어진, 플로리다 반도 반대편 지역이다.
한편 이보다도 더 시끄러운 로켓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스페이스X’사가 화성 탐사용으로 개발한 우주선 ‘스타십’은 초대형 추진체 ‘슈퍼 헤비’ 위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슈퍼 헤비가 내는 추력은 새턴 V의 2배 이상인 76MN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만약 ‘스타십’과 ‘슈퍼 헤비’의 발사 장면을 직접 볼 계획이라면, 귀마개를 챙겨나가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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