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낙 영국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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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낙 영국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은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영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수낙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며,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군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국방비는 향후 2년간 거의 50억파운드(7조9000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수낙 총리는 국방비를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까지 올리겠다는 이 야심 찬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수낙 총리는 미 캘리포니아에서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 관련 영-미 협정의 세부 사항을 합의하고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났다.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삼국 간 협정은 지난 2021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 노력의 일환으로 체결됐다.

수낙 총리는 오커스 협약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 오커스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잠수함 중 “가잔 진보된 형태의 잠수함 중 하나”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영국 조선 분야에 일자리 수천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핵추진 잠수함 ‘SSN-오커스’는 영국군에서도 사용될 예정으로, 2030년 후반까지 현재 영국 해군이 운영 중인 아스튜트급 잠수함 7대를 대체할 계획이다.

영국이 도입할 이 잠수함은 주로 잉글랜드 컴브리아주의 BAE시스템즈, 롤스로이스사 등이 맡아 건조할 예정으로, 미국은 최첨단 민감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다.

호주의 잠수함은 영국에서 일부 제조한 부품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로 이송해 마저 제작될 예정으로, 2040년대 초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수낙 총리는 “오커스 파트너십과 영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잠수함은 국제 안보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 (오커스) 파트너십은 (3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인도-태평양 및 전 세계 안정을 유지하자는 확고한 의지를 기반으로 세워졌습니다.”

‘또 다른 공허한 약속’

앞서 수낙 총리는 크리스 메이슨 BBC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가진 나라이며,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경각심을 지니고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수낙 총리는 영국 정부가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영국은 반도체 등 민감한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앞으로 국방비를 GDP의 2.5%로 늘리겠다는 야심도 무의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정부는 “우리(현 내각)의 행동을 바탕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낙 총리는 자신이 재무장관이던 시절 정부는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국방비 증액을 감행했으며, 그 이후로도 매년 지출을 늘려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은 유럽 및 전 세계에서 국방비 지출 규모가 큰 축에 속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노동당은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바뀐 2010년 이후 국방비가 전체 GDP의 2.5%를 기록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영국 당국의 국방비 목표는 매년 GDP의 2%이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그림자(제1야당) 내각 외무장관은 이러한 목표에 대해 “계획도, 타임라인도 없는” “또 다른 공허한 약속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일부 보수당원들 또한 국방비 투자 수준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보수당 소속 토바이어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세계가 “새로운 냉전” 시대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영국은 “평화로운 시대의 (국방비) 예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총리가 발표한 50억파운드 규모의 국방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환영하면서도, 더 큰 증액을 바라는 모습이다.

2030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없을 경우 월러스 장관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월러스 장관은 부인했다.

하원에서 월러스 장관은 영국이 직면한 위협이 커져가고, 장기적인 군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임엔 “관심 없다”는 뜻을 밝혔다.

크리스 메이슨 기자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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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메이슨

분석: 크리스 메이슨, BBC 정치부 편집자

미 태평양 연안 해안가엔 거대한 해상 공항, 항공모함 등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오커스’ 협정까지 더해지며 서방 세계는 점점 더 힘을 키워가는 중국을 집단적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국 정부는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집단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보다 약한 모습이다. 중국은 개방된 민주주의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인, 국가의 모든 도구를 외교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가다.

어느 고위 인사가 말했듯, 현재 보고 있는 모든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걱정이 덜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외교 및 국방 정책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의 국익에 대한 그 어떤 위협에도 “신속하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자”에 영국 당국은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중국 모바일 동영상 공유앱 ‘틱톡’이 모든 정부 관련 전화기에서 금지돼야 하냐는 질문에 수낙 총리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면서도 “우리는 기기 보안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으며, 동맹국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현지 ‘선데이타임스’에서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 소속 전문가들이 틱톡에서 민감한 정보에 대한 위험을 파악했으며, 장관과 공무원들에게 주의를 내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이다.

미 정부와 유럽 위원회는 이미 직원들에게 휴대전화에 틱톡을 사용할 수 없다고 조치했다.

영국 정부의 외교 및 국방 정책 업데이트

한편 영국 정부는 이른바 ‘통합 리뷰’ 보고서를 기반으로 새롭게 업데이트된 외교 및 국방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당시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고려해 업데이트를 지시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러시아를 “단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국가 안보 (위협 요소) 및 외교 정책 우선순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공산당 통치하의 중국이야말로 “시대와 체계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국가 및 정부 정책 거의 모든 측면에 걸친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우선 공통된 우선 사항에 대해선 중국과 “건설적으로” 관계를 맺을 것이지만, 중국 정부의 행동이 영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경우 “우리는 영국을 보호하고자 신속하고도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에 더 강경한 대중 노선을 요구하는 보수당 의원 중 한 명인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당수는 이러한 보고서에 대해 현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전 당수는 하원에서 “(보고서의 설명은) 중국이 위협인지, 시대를 위협하는 도전인지, 정부에 도전적인 시대인지, 아니면 그 어느 것도 아니라는 의미인지?”라고 반문했다.

반면 래미 그림자 내각 외무장관은 보고서의 업데이트에 대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말했다.

래미 의원은 “특히 영국 외교 당국이 유창한 중국어 구사 능력을 위한 전문 인력을 1년에 단 14명만 훈련해왔다는 점에서, 영국 정부의 중국 이해도를 향상하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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