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중인 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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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인 윤석열 현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의 한일 양국 간 불신을 완화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국과 일본 정상이 오늘(1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다. 껄끄러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와 같은 회담이라는 평가다.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울과 도쿄의 BBC 특파원이 어떤 상황인지 분석해봤다.

먼저 손 내민 한국, 그러나 더 많은 것 기대

분석: 진 맥켄지, BBC 서울 특파원

이번 정상회담 성사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겐 큰 성과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초청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복잡한 역사로 인해 수십 년간 껄끄러웠다.

한국은 1910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종전까지 일본에 식민 지배당했다.

당시 한국인 수십만 명이 일본에 의해 광산과 공장 등에서 강제로 일해야만 했다. 게다가 많은 여성들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다.

오래됐으나 여전히 잊히거나 용서되지 않는 상처다.

그러나 지난주, 윤 대통령은 일본이 강제징용 희생자 일부에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를 철회했다. 대신 한국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이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위해 과거사는 우선 제쳐두려는 시도였다.

야당 지도자는 이러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우리 역사상 가장 큰 굴욕”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으나,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이곳 한국의 외교 인사들은 놀라면서도 깊은 인상을 받은 모습이다. 외교 분야의 경험이 없는 정치 신입인 윤 대통령이기에 용감하고도 기민한 수라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법조인이었다.

취임 후 윤 대통령은 분열된 한일 관계 회복을 외교 정책의 초석으로 삼았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점점 더 위험한 존재가 돼가는 상황에서 일본과 정보 공유 및 군 협동을 통해 얻을 이익이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부상하는 중국과 맞서고자 미국이 필사적으로 동맹국 간 사이를 우호적으로 다지고 싶어 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을 기쁘게 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라며 환영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윤 대통령을 국빈 자격으로 백악관에 초대했다.

현 정권의 강제징용 해법에 반대하는 시위

EPA
윤 대통령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에 대해 현재 생존한 피해자들과 야당 의원들은 격분했다

또한 이번 행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기존 사고방식이 좁다고 바라보며, 이를 끝내고자 한다.

대신 인도-태평양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더 큰 역할을 바라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부터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초대가 그 사명의 완성일 전망이다.

경제적 보상도 받아야 한다. 특히 양국 관계가 악화했던 지난 2019년 일본은 한국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물질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고위 정부 관료는 “(수출 규제) 해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수년간의 무너진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할 기회일 것이다.

한 고위 외교관이 내게 말했듯, 한국은 댄스 플로어를 가로질러 이웃에게 춤을 신청하러 걸어 나갔다. 조명이 켜지고 모든 이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춤 신청에 승낙했다.

그러나 한국은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있다.

일본에게도 전략적 승리

분석: 샤이마 칼릴리, BBC 도쿄 특파원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속 윤 대통령은 도쿄에서 여러 차례 고위급 회담을 이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일본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오므라이스도 먹을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기시다 정상회담 이후 2차 만찬 장소로 윤 대통령을 긴자의 ‘렌가테이’라는 경양식 식당에 데려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특별히 신경 썼다”고 묘사하기도 했으며, SNS에선 “오므라이스 외교”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한일 정상회담 계기로 양국 외교와 국방 관계자 안보정책협의회 등도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듯 더 긴밀한 관계를 다지면서 양국 모두 이익을 볼 것이라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전략적 및 외교적 승리이다.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은 오는 5월에 자국에서 G7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은 분명 최우선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한국과의 긴밀한 안보 관계 구축을 통해 일본은 이러한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더욱 그 자리를 탄탄하게 굳힐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다. 지정학적으로 점점 더 불안정해져 가는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에 일본이야말로 핵심 동맹국이자 지역 실세이며, 그런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고자 한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식민 통치 기간 강제징용 분쟁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했던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방문하는 한국의 대통령이다.

NATO 정상회담 자리에 앉아 있는 윤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AFP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게다가 당시 일본 정부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화면, 반도체 등 제조에 들어가는 첨단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가하자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이달 초 한국 정부가 양국 간 오랜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발표했을 때, 적어도 외교 및 정치계에선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흥분감이 일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러한 움직임을 환영했으며,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 또한 “(한일) 관계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이라며 환영했다.

게다가 양국은 거의 4년 전 시작된 무역 규제를 철회하기 위한 회담도 발표했다.

한편 이번 화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두 이웃 국가뿐만 아니라 이들의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에도 최적의 타이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화해) 계획이 완전히 실현되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우리가 공유하는 비전을 지지하고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국 정상 모두 순조로운 항해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양국의 강경한 정치인들 간엔 과거사에 대한 긴장과 불신이 가득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한국과 일본은 계속 커져만 가는 공통된 위험 요소에 직면한 상태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이번 주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 최소 2발을 동해안에 발사했다.

북한은 더 강력하고 발전된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곧 핵무기도 시험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으며, (중국은 부인했으나)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에서 의심스러운 군사 기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과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미 당국이 중국의 소위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뒤 일본 정부는 2019년 이후 자국 영토 상공에서 포착된 미확인 비행물체 3개가 중국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방위성은 앞으로 외국 기구가 일본 영공을 침범한 상황에 대한 무력 사용 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일본 정부는 필요시 자국 영공서 발견된 외국 기구를 격추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인 공세에 대해 계속 우려한다. 필연적으로 일본이 관여하게 될 분쟁이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국이 러시아 쪽으로 더 많이 기울수록 이러한 일본의 우려는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껄끄러운 과거를 걸어왔다. 그러나 이제 지역 안보에 있어 양국은 긴장감 있는 현재를 살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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