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협정 덕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식량 수백만 톤을 수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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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협정 덕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식량 수백만 톤을 수출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현재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허가하는 협정을 연장하는 대가로 서방 국가에 대러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곡물 협정 덕에 우크라이나는 전쟁에도 불구하고 식량 수백만 톤을 수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 국가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해당 협정을 60일만 연장하겠다고 나섰다.

곡물 협정은 왜 필요했나?

우크라이나는 해바라기유, 옥수수, 밀, 보리의 주요 수출국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당시 러시아 함정이 우크라이나의 항구를 봉쇄하는 바람에 곡물 약 2000만 톤이 수출되지 못한 채 묶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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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 세계 식량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선 식량 수급이 특히 힘들어졌는데, 유엔(UN)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선 주요 식량 가격이 평균 30%나 상승했다고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38개국의 4400만 명이 “긴급 수준의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의 분쟁 상황을 분석하고 방지하는 민간단체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리처드 고완은 “UN 측은 이미 가뭄으로 사람들이 기근으로 내몰리는 아프리카 뿔(소말리아, 소말릴란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지부티) 지역에 곡물 유입마저 줄어들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곡물 협정은 연장될까?

곡물 협정은 한번 갱신 시 120일간 연장되며, 다음 갱신일은 이번 달 18일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60일만 연장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를 전 세계에 더 많이 수출하고자 하나,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대부분 막힌 상황이다.

러시아산 농산물 수출에 대한 서방의 구체적인 제재는 없으나, 다른 제재로 인해 국제적인 은행, 보험사, 해운기업들이 러시아 수출업자들과 거래하기 꺼린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곡물 협정의 120일 연장에 동의하기 전 이러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시장의 19%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으로, 농업 컨설팅 기업 ‘소베콘’에 따르면 사실 지난 1년간 러시아산 밀 수출은 증가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11월엔 우크라이나가 협정에 따라 안전이 보장된 곡물 수송 통로에 있는 선박에서 크림반도에 있는 자국 함대를 향해 “대규모” 무인기 공격을 감행했다며 곡물 협정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목적으로 곡물 수송 통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받아낸 후 며칠 뒤부터 다시 협정에 협력했다.

곡물 수송 통로는 어떻게 운영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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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러시아가 흑해 해상운송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에 서명했다.

해당 협정에 따라 화물선들은 흑해를 통해 오데사, 피브데니(유즈네), 초르노모르스크 항구를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협정 체결 후 첫 곡물 선적은 지난해 8월 초에 시작됐는데, 길이 310해리 및 폭 3해리의 수송 통로가 지정됐다.

해당 협정에 따른 흑해 곡물 항로를 관리하는 ‘공동조정센터(JCC)’에 따르면 지난 8개월간 해당 우크라이나 항구 3곳에서 출항해 전 세계로 곡물, 식량, 비료를 수송한 선박은 800척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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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식량의 추가 공급은 세계 식량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전 세계 식량 가격은 곡물 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지난해 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은 러시아 침공 이전보다도 낮아졌다.

곡물 수출 규모는?

우크라이나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전에 비해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 규모는 30% 줄어들었다.

국토의 많은 부분이 전쟁터로 변하면서 농부들의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전에 비해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 규모는 30%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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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농무부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전에 비해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 규모는 30% 줄어들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농산물을 싣고자 항구로 향하는 화물선의 운행을 지연시켰다는 게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이다.

이번 협정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무기 등을 반입하지 않도록 선박을 검사할 권리가 있다.

영국 해운·조선 전문 일간지 ‘로이드 리스트’의 브리짓 디아쿤은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이러한 검사를 지나치게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설명했다.

“흑해 입구에 보통 선박 100여 척이 줄지어 대기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곡물 수확을 위해 전쟁터에 남은 농부들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식량은 어디로 가나?

UN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식량 중 최빈국으로 향하는 비율은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 47%는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고소득 국가”로,
  • 26%는 튀르키예, 중국 등 “중상위 소득 국가”로
  • 27%는 이집트, 케냐, 수단과 같은 “저□중소득 국가”로 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개발도상국에 식량을 더 많이 수출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이 글로벌 식량 시장 상황을 안정시키고 식량 가격 상승을 억제했기에, 결과적으로 전 세계 빈곤층에 도움이 됐다는 게 UN 측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는 UN세계식량계획(WFP)이 인도주의적 지원 목적으로 사들인 곡물 절반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WFP가 우크라이나에서 에티오피아, 예멘, 지부티,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 밀의 양은 선박 13척분, 총 38만여 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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