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 이 단순한 요소는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여러 문제를 던지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서 기온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으며, 결국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 파괴의 위협에 노출된 상태다.
하지만 동시에 탄소는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탄소는 우리 몸이 의존하는 식량의 구성 요소이자, 우리 경제에게 동력이 돼주는 에너지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가 공기 중 탄소 비율 과다라면, 그렇지만 우리의 일상을 살아가는 데 탄소가 필요하다면 공기 중 탄소를 직접 사용하는 건 어떨까.
바로 이 생각에서 출발해 대기 중 온실가스를 직접 포착해 생산적으로 사용하려는 여러 프로젝트가 현재 진행 중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클라임웍스’와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은 ‘직접공기포집(DAC)’ 방식, 즉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추출해 요가복부터 다이아몬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다.
물론 아무런 대가나 비용이 없는 건 아니다.

분명 DAC는 탄소 문제 해결의 완벽한 묘책은 아니며, DAC 산업에서도 이를 인정한다.
우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추출하는 과정에선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현재 DAC 기술은 가격이 비싸며 공기 중 탄소 제거에 실제로 기여하는 바는 현재로선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DAC 등의 탄소제거(CDR) 기술은 장차 기후 재앙을 막고자 우리가 취해야 할 여러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생각이다.
기후 변화의 과학적 근거 등을 연구하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UN IPCC)’ 또한 지난해 4월 보고서를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의 특성 등으로 인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려운 분야의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한 CDR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DAC는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포집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단순히 지하 혹은 해저에 저장되지만, 이를 활용해보자는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2021년 로이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러 관련 스타트업이 DAC를 통한 다양한 제품 생산을 위해 모집한 투자액은 8억달러(약 1조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앞선 2020년 모인 금액의 3배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오염된 공기를 원재료로 삼아 만들어낼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제품을 살펴본다.
공기로 만든 다이아몬드

보석 다이아몬드는 기본적으로 극도의 열과 압력으로 응축된 탄소 덩어리이다.
미국 뉴욕의 보석업체 ‘이더’사는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그리고 모든 공정 단계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게 이더 측의 주장이다.
이더사에 따르면 이러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즉 실험실에서 만드는 다이아몬드는 천연 채굴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특성이 동일하며, 시각적으로 감별할 수 없다.
화학적으로 분석해야만 차이점을 구분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천연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감정 기관인 ‘국제보석연구소(IGI)’의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기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을까.
우선 이더사는 클라임웍스와 협력해 거대한 진공 흡입기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후 특수 필터로 이산화탄소 등을 걸러낸다.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유럽의 어느 시설로 보내져 다이아몬드의 원료 역할을 하는 메탄 계열 탄화수소로 전환된다. 이후 미 시카고에 있는 이더사의 연구 시설로 이송해 극도의 열과 압력을 가해 다이아몬드를 “재배”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수백만 년의 열과 압력을 약 3~4주 안에 실험실에서 압축해서 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서말고도 전 세계 몇몇 기업들이 비슷한 방식의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있다.
일례로 할리우드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후원하는 ‘브라이’사는 북아메리카의 컬럼비아강을 통한 수력 100%만으로 운영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미 태평양 북서부에 있는 시설에서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해당 시설은 2017년부터 ‘내츄럴 캐피탈 파트너스’의 탄소 중립 인증을 받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스카이다이아몬드’ 또한 재생가능에너지, 탄소, 빗물만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있다.
요가복 등 더 많은 제품들

시카고의 ‘란자 테크’는 탄소 변형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으로, 이들의 “생산품”은 요가복, 음식 용기, 세탁 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란자 테크는 유전자가 변형된 혐기성 박테리아에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산업 시설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에탄올로 변환한다.
수십 년 전 토끼 배설물에서 처음 확인된 이 박테리아는 대사 작용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고 지속가능한 에탄올을 생산해낸다. 이러한 에탄올은 다양한 합성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란자 테크는 세계적인 운동복 업체인 ‘룰루레몬’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배출된 탄소를 통해 실과 직물을 만들어냈다.
이산화탄소로 더 강해진 콘크리트

미 캘리포니아의 ‘에어룸’사는 거대한 흡입기로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방식 대신 석회석을 사용해 직접 탄소를 포집한다.
그리고 그렇게 포집한 탄소를 지하에 안전하고도 영구적으로 보관하거나, 콘크리트와 같은 물질에 보관한다.
어떤 원리의 기술일까. 산화칼슘과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석회석은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흡수원 중 하나이다.
석회석을 분쇄하고 가열하면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데, 이때 암석에 여전히 남은 산화칼슘은 원래 자연적인 석회암 상태로 돌아가고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스폰지”처럼 작용하게 된다.
에어룸은 이렇게 이산화탄소가 부족해진 석회암을 거대한 트레이 위에 놓고 여러 트레이를 마치 건물 쌓듯 쌓아 올린다. 이렇게 되면 석회석의 자연적 특성이 가속해 이산화탄소 흡수에 걸리는 시간이 몇 년에서 3일로 짧아지게 된다.
또한 캐나다 콘크리트 기술 회사인 ‘카본큐어’와 협력해 콘크리트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광물화”하려는 노력도 이어 나가고 있다.
콘크리트 제조 중 재활용된 이산화탄소를 섞으면 훨씬 더 강한 콘크리트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콘크리트 업계와 기후 변화 측면 모두에게 유리한 조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콘크리트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할 정도로 직면한 기후 문제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다. 그렇기에 재활용된 탄소를 콘크리트에 영구적인 형태로 저장한다는 생각은 매력적인 해결책으로 들린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콘크리트는 워낙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도 유리하며,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첨가하면 (탄소 발자국이 가장 큰 콘크리트의 성분인) 시멘트를 첨가하지 않아도 되게 된다.
에어룸은 “세계에서 가장 비용 효율적인” DAC 기술을 통해 석회석의 자연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이산화탄소 10억톤 제거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DAC에 의존할 수 있나?
이렇듯 주변 대기에서 포집돼 재활용된 이산화탄소로 정말 많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나, 여전히 DAC는 초기 단계로,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계 자원 연구소’의 지난해 5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규모의 DAC 시설 18개가 존재하며, 이들이 연간 포집한 총 이산화탄소는 8000톤 미만 규모다. 이는 고작 자동차 1740여 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게다가 DAC 비용은 추출된 이산화탄소 1톤당 250~600달러로 다양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1톤당 50달러 미만인 산림 재조성 공사보다 훨씬 더 비싸다.
이렇듯 DAC가 까다롭고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00ppm으로 매우 많이 희석돼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기를 구성하는 분자가 테니스공 5000개라고 가정하면 그중 이산화탄소는 단 2개뿐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미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을 가르치는 피터 사라스 연구조교수는 여전히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DR 및 탄소 포획 분야의 전문가인 사라스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우리가 세운 기후 목표에 도달하는 데 DAC와 다른 CDR 기술이 크게 기여하게 되기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면서 “그렇기에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때 이러한 기술을 보편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라스 교수는 해당 기술에 대한 과학계의 “이해 정도가 확고”하기에 DAC는 검증하기 가장 간단한 기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DAC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과정으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지하로 들어가는 포털[시스템]을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증기 기둥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DAC]는 내구력 있는 기술이자 모니터링 및 검증이 용이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를 산림과 비교하자면, 산림엔 전반적인 이산화탄소 흡수 및 배출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수가 존재합니다. 이를 측정하기란 매우 복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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