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은행 파산에 금융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을 또 한 번 강행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은행 파산 사태의 여파가 앞으로 몇 달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을 높여오고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은행 시스템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에선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등 은행 2곳이 이번 달 파산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산손실 확대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가치가 떨어지기에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은행은 보통 자산 중 채권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기에, 고금리 상황에서 상당한 잠재적 손실 위험에 직면해 있다.
물론 반드시 채권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 하락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한편 전 세계 중앙은행은 현재 잇따른 은행 파산이 광범위한 금융 혼란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물가 통제 노력과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또한 23일 금리 수준을 결정하게 되는데, 앞선 22일에는 2월 물가상승률이 예상외로 10.4%까지 치솟았다는 공식 자료가 발표됐다.
한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 대해선 일종의 “이상치(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 확연히 구분되는 표본)”라며 강한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개별 은행의 문제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최근 불거진 은행계의 혼란이 경제 성장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진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경제에 미칠 영향
연준은 올해와 내년 GDP 성장률이 각각 0.4%,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일반적인 성장률보다 급격히 낮은 수치로, 지난해 12월 연준 예상치보다도 저조하다.
한편 지난 2월 연준은 앞으로 몇 달간 “지속해서”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던 과 달리, 이번엔 “추가적인 정책 확인이 필요하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서 다소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대해 영국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이안 셰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 또한 (경제 침체에 대해) 긴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연준은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하며 9번째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4.75~5%로 인상됐다.
금리가 높아지면 부동산을 사거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경제 주체가 부담하는 대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연준은 이러한 대출 비용 상승을 통해 수요 감소를 촉진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듯한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의 주택시장에선 지난 1년간 구매가 급격히 둔화하고 2월 평균 매매가격이 1년 전보다 낮아지는 등 이러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경제는 예상보다 잘 유지되고 있으며, 물가 또한 계속 적절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2%보다 큰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까지 지난 12개월간 6% 급등했으며, 식량과 항공료 등 일부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은 훨씬 더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한편 이번 은행 파산 사태 이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황 통제를 위해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표를 보면 연준 간부들은 올해 안에 물가 상승률이 꺾일 것으로 내다보지만, 몇 달 전 예상치보다는 크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해당 전망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연말 미 기준금리를 5.1% 대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연준이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할 준비가 됐음을 의미한다.
한편 파월 의장은 최근 발생한 혼란의 영향을 “이번 금리 인상과 동등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혼란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하고, 이에 따라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빨리 둔화한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도 덜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싸움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상승률은 2%로 낮춰야 한다”는 파월 의장은 “물가를 2%로 낮추는 데에도 치러야 할 비용이 있으나,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 발생할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추가 보도: 애나벨 리앙 BBC 비즈니스 기자
- ChatGPT 오류 … 다른 사용자 대화 기록 유출
- 미국 경찰 폭행: 정신병원 구금 중 경찰에 짓눌려 숨진 남성
- 빌 게이츠 ‘AI 기술은 지난 수십 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진보’
- LGBT: 우간다 의회, 동성애 징역형 법안 통과
- ‘시 주석과 닮은 꼴?’ … 공포영화 ‘곰돌이 푸: 블러드 앤 허니’, 홍콩 및 마카오서 상영 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