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연금 수령 정년을 2년 늦추는 개혁안을 두고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보르도 시청에 화재가 발생했다.
프랑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고 파리에서만 11만9000명이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수도 파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전국에서 80명을 체포했다.
정년을 64세로 2년 연장하는 연금 개혁안이 이번 시위를 촉발했다.
하루 종일 시위와 충돌이 이어진 23일 저녁, 프랑스 남서부 도시 보르도의 시청 정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소방관이 신속히 진화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리에서 벌어진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웠으나, 복면을 쓴 일부 폭도가 상점 창문을 부수고, 거리 설치물을 들어내고, 맥도날드를 공격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의식을 잃은 한 경찰관은 동료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AP 통신은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했고 날아온 물체와 폭죽에 맞았으며 파리에서 3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한 시위자는 로이터에 “나는 이 개혁에 반대하고 민주주의가 무의미해지는 것에 적극 반대한다”며 “우리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 이제 질렸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위자는 AFP통신에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아 이 개혁을 철회시키기 못했지만… 시위를 통해서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위 중에 열차 운행, 정유소 가동이 멈췄으며, 교사와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북부 도시 루앙에서는 손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한 젊은 여성이 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목격자에 의하면, 이 여성은 경찰이 시위대 해산에 사용한 ‘플래시볼’ 수류탄에 맞아 엄지손가락을 잃었다.
서부 도시 낭트·렌·로리앙에서도 또 다른 충돌이 발생했다.
낭트의 한 시위자는 “프랑스의 정의는 거리에 있다”며 “마크롱이 이 역사적 사실도 떠올리지 못한다면, 대체 뭘 하겠다고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조와 좌파 진영은 이날 시위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정부는 개혁 진행의 추진력이 어느 정도 상실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사람들이 거리의 폭력 사태를 보고 시위에서 멀어지기를 바랄 것이다.
야당은 시위가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노조는 23일과 같은 시위를 더 늘리기 보다 앞으로의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시위는 1월부터 9차례 진행됐다. 프랑스 노조는 다음 주 28일에 제10차 시위를 계획 중이다. 더 많은 파업이 진행될 28일은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국빈 방문하는 마지막 날이며 그 일정에 보르도 방문도 포함돼 있다.
파리 환경미화원들은 연금 개혁에 반대해 6일부터 파업에 나섰으며 27일까지 파업을 연장했다.
이번 시위에 앞서 프랑스 정부는 연금 개혁 법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집권당은 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 조치를 옹호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향후 연기금의 심각한 적자를 막으려면 이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