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던 청문회 순간

발톱을 세운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출시한 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추쇼우쯔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4시간 반 동안 질문에 시달렸다.

어느 의원이 지적했듯 마라톤보다도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해명과 증거 제시로 진땀을 뺀 추 CEO는 그 누구보다도 이를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사실 추 CEO 외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질문 공세를 받은 테크 기업 경영진은 많았고, 그중엔 쉽게 넘어가지 못했던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달랐다. 악의적인 질문들이 끝도 없이 고집스럽게 이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청문회 이후 틱톡의 대변인은 미 의원들이 “여론의 눈길을 끌고자 행동했다”고 평가했는데, 이 또한 어느 정도 진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가끔은 답답할 정도로 장황하게 이어진 의원들의 질문에서도 한두 가지는 알아낼 수 있었다.

추 CEO, ‘자녀들은 틱톡 사용 안 해’

청문회 도중 민주당 출신의 나네트 바라간 하원의원은 추 CEO에게 자녀들이 틱톡을 사용하는지 물었다.

이에 추 CEO는 싱가포르에 살고 있기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싱가포르에선 13세 미만 아동을 위한 틱톡 앱 버전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어린이용 틱톡 앱 버전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만약 자녀들이 미국에 살고 있었다면 사용을 허락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틱톡 CEO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1억5000만 미국인 사용자가 틱톡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바이트댄스 일부 직원은 미국 데이터에 접근 가능

한편 추 CEO는 미 기업인 ‘오라클’의 감시 아래 미국에서 습득한 데이터는 오라클의 클라우드 환경에 저장한다는 내용의 ‘프로젝트 텍사스’라는 사내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프로젝트 텍사스’는 온전하지 않다.

추 CEO 또한 현재로서는 중국에 있는 일부 바이트댄스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데이터에 접근권이 있다고 인정했다.

“우리는 글로벌 상호운용성에 의존하며, 중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은 데이터에 접근 권한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미 정치인들은 이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중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 중국 정부 또한 당연히 접근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냐는 반박이다.

추 CEO, 바이트댄스 지분 보유

아마 이번 청문회에서 추 CEO가 가장 방어하지 못한 쟁점은 틱톡과 바이트댄스의 관계일 것이다. 추 CEO는 바이트댄스와 틱톡을 구분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어찌 됐든 바이트댄스는 틱톡의 모기업으로, 추 CEO 또한 바이트댄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관련 질문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추 CEO는 바이트댄스 지분 소유 여부를 밝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원들이 계속 압박하자 결국 소유하고 있다고 실토하면서도 바이트댄스와 틱톡의 연관성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애썼다.

반격: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보십시오’

청문회 내내 의원들에게 크게 반격하지 않던 추 CEO였지만, 가끔 드물게 맞받아치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꽤 효과적이었다.

틱톡의 사용자 데이터 사용에 관한 질문을 받자 추 CEO는 “외람되지만, 미국의 기업들 (또한) 사용자 데이터와 관련해 그리 훌륭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 페이스북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만 봐도 그렇다”고 답했다.

날카로운 대답이었으나, 꽤 합리적인 지적이었다.

과거 영국의 정치 컨설팅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미 ‘페이스북’ 등 제삼자 앱 이용자의 데이터를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게이 밝혀지며 2018년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틱톡에 맞서 단결한 미 의회

이번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미 의원들은 틱톡을 겨냥한 초당적인 비판을 가해왔으나, 이번 청문회에서 두 당은 적나라한 불신과 회의감을 드러냈다.

공화당 출신의 버디 카터 의원이 “의회에서 가장 초당적인 위원회에 온 걸 환영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공화당 출신의 댄 크렌쇼 의원은 ‘추 CEO, 공화당과 민주당을 하나로 뭉치게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서로 동의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틱톡이 미 안보에 위협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뭉치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한편 청문회 이후 틱톡 측은 위원회가 사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틱톡의 조치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틱톡 대변인은 “오늘 의원들은 틱톡에 생계가 달린 500만 기업이나, 미국인 1억5000명이 사랑하는 플랫폼을 금지한다는 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에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틱톡은 현재 워싱턴에서 수백만달러를 써가며 공격적인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번 청문회에서 미뤄봤을 때 앞으론 더 많은 로비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위원장은 틱톡 CEO에게 “(뭐라고 주장하던)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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