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해안가 주택의 모습

MARTIN BARBER / BBC
영국 동부 해안가 도시 햄스비는 해안 침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와 같은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국 런던으로부터 북동쪽에 있는 해안 도시 햄스비에선 지난주 해안 침식으로 집 3채가 망가졌으며, 같은 마을의 다른 가옥 채도 현재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해안 침식으로 위험에 처한 다른 지역은 없는지 살펴보고, 이러한 지역의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잉글랜드 동부 해안 침식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한때 잉글랜드에서 10번째로 큰 도시였던 서퍽주 던위치 지역 대부분은 13~14세기를 거치며 점점 다시 바다가 돼가고 있다.

던위치 뿐만이 아니다.

최근 900년간 해안 침식이나 침수로 북해 유역의 거주지 300여 곳이 사라졌다.

오늘날 해안 지역의 많은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바닷속 일부 구간이 다른 색으로 보이는 수중 영상

UNIVERSITY OF SOUTHAMPTON
수중 영상 기술을 통해 탁한 바닷물 속 과거 던위치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의 존 바로우 응용지형학 부교수는 해안 침식 관리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나라 전체에 콘크리트 벽을 세울 순 없다”는 바로우 교수는 “현실에선 예산에 제한이 있고,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해 예산을 집행한다”고 설명한다.

“지키는 데 드는 비용보단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은 보호하려 들지 않습니다.”

즉 거주민 규모가 비교적 큰 지역 일부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다른 많은 지역이 보호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한다.

잉글랜드 동부 해안은 각각 구간마다 자체적인 해안선 관리 계획이 있는데, 이 계획을 모두 종합해보면 잠재적인 주택, 사업체, 토지 등의 손실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햄스비는 켈링에서 로스토프트 네스까지 약 77km에 달하는 해안선에 대한 침식 관리 계획인 ‘켈링 투 로스토프트 네스’에 속하는 지역이다.

노퍽주 해안가

BBC
노퍽주 해안가 지명

2012년도에 채택된 ‘켈링 투 로스토프트 네스’ 계획은 2012~2025년 해안 침식으로 건물 최대 90채가 유실될 수 있으며, 2055년까지 440채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체적으론 오는 2025년까지 헤이즈버러에서 최대 15채, 오스탠드에서 35채, 오버스트렌드와 문데슬리 지역 사이에서 최대 10채가 유실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2015년까지 아래와 같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셰링엄과 크로머 사이 민가와 상가 건물 각각 최대 10채
  • 오버스트렌드의 민가 60~135채
  • 문데슬리의 민가 최대 215채, 상가 건물 최대 35채
  • 뉴포트와 스크랫비의 해안가 건물 55~150채
  • (영국) 캘리포니아와 캐스터-온-시 지역의 휴양 숙박 시설 등을 포함한 해안가 건물 70~130채
  • 꼬르동의 민가 최대 90채

한편 잉글랜드 동부 해안이 해안 침식에 특히 취약한 이유에 대해 바로우 교수는 “북해에서 몰아치는 폭풍파의 영향도 있고, 이 지역이 점토, 토사, 모래 등이 단단하게 결합하지 않은 절벽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출판된 영국의 ‘국립 해안 침식 위험 지도’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해안 침식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영국 내 건물은 약 700채이며, 기간을 2060년까지로 늘릴 경우 그 수는 약 2000채로 늘어난다.

바로우 박사는 “(해안 침식은) 까다로운 문제”라면서 “만약 해안 침식으로 위험에 처한 집이라면 재산 가치도 사라지고 보험 가입도 불가능해지며 모든 걸 잃게 되는 셈이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해안 절벽에서 드론을 날리고 있는 남성 2명

DR JOHN BARLOW
드론을 띄워 해안 절벽을 조사하고 있는 바로우 박사(왼쪽)와 제이미 길햄 박사

한편 기후 모델에 따라 다음 세기엔 해수면이 약 1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우 박사는 “큰 문제”라면서 “과거 침식률이 미래의 해안 침식을 짐작하기 위한 좋은 지표가 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영국 환경청(EA) 대변인은 잉글랜드 일부 해안은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침식하고 있는 해안선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대변인은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잦은 폭풍 발생으로 해안가는 더 빠르게 변해갈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해안 지역 사회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 전역의 공동체를 보호하고자 2021~2027년 총 6년간 홍수 및 해안 침식 대책에 52억파운드(8조2000억원)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 중 대략 17%(340개)가 해안 지역 사회 보호에 관한 것입니다.”

해안 침식 피해 예방 혹은 지연 방법은?

해안가에 서 있는 카렌 토마스

ANDREW TURNER/BBC
카렌 토마스 ‘동부 해안 파트너십’ 대표

그렇다면 해안 침식 피해를 예방하거나 혹은 지연시킬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지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햄스비에선 진입로에서 가장 취약한 구간을 따라 절벽 50m 구간에 인근 홉튼 지역에서 가져온 암석 약 2000톤(t)이 배치됐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동부 해안 파트너십’의 대표 카렌 토마스는 “우선순위”라고 설명했다.” 약 60여 채가 그 진입로를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침식을 늦추기 위해 목재로 기슭막이를 설치하거나 방파제를 건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 설치엔 km당 수백만파운드가 들어간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노퍽주의 헤이즈버러 지역엔 지방 당국이 이제 “적응”이라고 지칭하는 과정을 거쳤다.

헤이즈버러에선 지난 20년간 해안 침식으로 민가 34채가 침수됐다.

이에 북노퍽 구의회는 지난 2011년 ‘패스파인더 프로젝트’에 따라 320만파운드를 들여 가장 위험한 지역의 주택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해 일부 주민들을 더 내륙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주택 소유자 12명이 의회로부터 이러한 제안을 받아 9명이 최종 수락했다.

이렇듯 해안 침식 대책에 있어 피해를 입을 주민들에게 선택지를 고민할 시간을 마련해 주는 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주택 2채가 남아 있는 해안가 모습

BBC
해안가에 있던 민가 3채가 철거되고 마지막 2채만이 남아 있는 햄스비의 더 마람스 지역

토마스 대표는 햄스비의 상황을 설명하며 “2018년 이후 침식이 확실히 가속화됐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선택지를) 고민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일들을 하고자 이곳에 있습니다.”

“저희는 주민들이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하고자 합니다.”

집 현관에 있는 랜스 마틴

ANDREW TURNER/BBC
햄스비에서도 절벽 가장자리에 살던 랜스 마틴은 내륙으로 2m 더 들어간 안전한 지역으로 이사했다

한편 햄스비 주민인 랜스 마틴은 절벽 끝에 살았으나 내륙으로 2m 더 들어간 곳으로 집을 옮겼다.

우선 집을 줄로 연결해 들어 올린 뒤 안전한 내륙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곳 햄스비에선 시간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마틴은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협동하고 있다. 우리는 함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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