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블 로고와 여러 사람의 얼굴

RUMBLE
럼블에서 영상 채널을 운영 중인 수많은 사람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인 데빈 누네스는 지난해 “우리는 빅테크 기업에 의해 취소당할 수 없다(uncancellable)”고 말하며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바 있다.

빅테크 기업이 자사 SNS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의 게시물이 삭제하거나 계정을 정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누네스는 2021년 트럼프가 독자적으로 설립한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운영하고자 설립한 기업인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의 CEO이다.

당시 미 현지 ‘폭스 뉴스’에 출연한 누네스 CEO는 “깨어있는 기업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누네스 CEO가 말하는, 기존 SNS 플랫폼에 맞서 반항적인 태도는 트루스 소셜보다도 ‘럼블’이라는 이름의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캐나다 인터넷 기업에서 더 잘 드러난다.

‘럼블’은 지난 2013년 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로 시작한 기업으로, 현재도 이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최근에는 트루스 소셜과 같은 기업을 위한 웹호스팅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올려놓을 온라인 공간을 빌려주는 것이다.

여러 영상이 올라온 럼블의 메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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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블은 짧은 길이의 동영상이 주로 올라오는 플랫폼으로, 유튜브와 거의 비슷한 스타일이다

언젠가 구글과 페이스북가 같은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미래를 꿈꾸는 럼블은 검열에 반대해 결집할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겠고 약속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결과 럼블은 우익 채널 등 유튜브나 트위터와 같은 기존 SNS 플랫폼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발언을 하는 많은 채널의 본거지가 됐다.

미국계 캐나다인 코미디언이자 정치 평론가인 스티븐 크라우더가 그 좋은 예다. 크라우더는 지난 2021년 유튜브에서 일시적으로 채널 정지를 당한 이후 주로 럼블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당시 유튜브는 트랜스젠더 이슈에 관한 크라우더의 발언이 자사 “혐오 발언” 관련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자연스럽게 럼블은 현재 소위 ‘alt-tech(알트-테크)’ 인터넷서비스 업체와 SNS 플랫폼의 선두에 서 있다. ‘alternative(대안)’와 ‘technology(기술)’가 합쳐진 용어로 ‘주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대안’을 자청하며, 주로 음모론자와 극우파에 인기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럼블에서 트루스 소셜을 운영 중인 누네스 CEO와 같은 럼블의 지지자들에게 알트-테크는 “빅테크 기업의 독재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SNS 콘텐츠 관리에 대해선 크게 의견이 양분된다.

한쪽에선 콘텐츠가 더욱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혐오 발언과 거짓 정보 등에 맞서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누네스 CEO와 같은 사람들은 이러한 빅테크 기업의 콘텐츠 관리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면서, 이는 검열이라고 주장한다.

수년간 이 둘의 다툼은 주로 대형 SNS 플랫폼에서 펼쳐졌으나, 이제 럼블과 같은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자 노력 중이다.

크리스 파블로브스키 럼블 CEO는 홈페이지에서 “럼블은 취소 문화로 괴롭힘당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를 향한 길을 깔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 빅테크 기업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에 대한 경쟁자, 즉 대안 인터넷 기업이 나타날 것이고, 독자적인 규칙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동시에 럼블은 우익의 입장만을 끌어들인다는 비난도 부인했다.

럼블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견해를 환영하는 중립적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좌파 성향의 영국 코미디언에서 현재 정치 평론가로 변신한 러셀 브랜드 또한 럼블에서 활동 중이다.

한편 럼블의 사용자 수가 최근 몇 년 간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콘텐츠 관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예를 들어 2020년 기준 유튜브는 전 세계의 영상 3400만여 개를 삭제했다. 괴롭힘, 폭력 선동, 혐오 발언, 거짓 정보 등을 담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온라인 발언 규제 전문가인 에블린 두에크 스탠포드 로스쿨 조교수는 “사람들은 대형 플랫폼에서 쫓겨났다고 사라지진 않는다”면서 “이들은 새로운 둥지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에크 교수

EVELYN DOUEK
두에크 교수는 럼블 또한 더 철저한 콘텐츠 검열을 요구하는 법안을 따라야만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렇게 기회가 생기자 럼블은 “표현의 자유” 존중하며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2020년 중반 160만 명이었던 럼블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021년 초 3300만 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에크 교수는 시위대 2021년 1월 6일 시위대 수천 명이 미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며 폭동을 일으켰던 사건이 럼블과 럼블이 내세우는 기존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인터넷 플랫폼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 이후 “알트-테크에 가장 급진적인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두에크 교수는 특히 ‘팔레’(트위터와 유사하며,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인기 있는 SNS 플랫폼)가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등 앱 다운로드 플랫폼에서 삭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팔레는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제공 기업인 ‘아마존 웹 서비스’에서도 삭제됐다.

이에 대해 두에크 교수는 “클라우드에 대한 접근권, 앱 다운로드 플랫폼에 대한 접근권을 상실하면 플랫폼 운영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사건을 통해 알트-테크에 속하는 이들은 자신의 앱과 홈페이지를 주류 인터넷 제공자들에 의존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럼블은 자체적인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광고도 결제 처리 기술도 모두 자체적으로 구성한다. 이를 위해 미 나스닥에 상장하며 4억달러(약5200억)를 모으기도 했다.

럼블 로고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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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성향의 영국 코미디언에서 현재 정치 평론가로 변신한 러셀 브랜드(왼쪽)는 1년 전 활동 공간을 유튜브에서 럼블로 옮겼다

그러나 럼블의 앞날이 평탄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게 두에크 교수의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정부의 법 제정이 가장 부담스러운 장애물일 수 있다. 컨텐츠를 검열하고 싶지 않아도, 검열을 강제하는 법이 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전 세계 정부 당국은 (콘텐츠 규제와 관련해) 더 많은 법안 및 규칙 등을 내놓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유럽연합 디지털 서비스 법’에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연합(EU)의 이 디지털 서비스 법은 오는 2024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두에크 교수는 럼블 또한 EU 지역에서의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럼블은 새로운 법에 따라 자사 규칙 적용 방식에 대해 더 자세히 밝혀야 할 수도 있다.

한편 럼블은 이러한 규정은 정부의 도를 넘는 행위라며 이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프랑스 정부가 럼블에 러시아 국영방송사 퇴출을 요구했으나, 럼블은 거부했다.

또한 럼블은 현재 구글이 구글 소유의 유튜브에 유리하게 “검색 알고리즘을 부당하게 조작했다”며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구글은 럼블의 콘텐츠는 구글 검색 엔진에서 적절히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고 반박한다.

두에크 교수는 “소송은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 이러한 (소송과 싸움의) 결과로 몇 년 후 인터넷은 어떤 모습일지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알트-테크 플랫폼이 더욱 발전하면서 인터넷 공간이 더욱 정치적으로 양극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두에크 교수는 “빨간색(미 공화당의 색) 플랫폼과 파란색(미 민주당의 색) 플랫폼이 (각자) 존재하면 좋은 미래인가?”라고 물으며 “이는 대중적 담론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미국의 싱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의 카테리나 에바 마타 부소장은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다른 이들이 “매우 다른 미디어 세계에 살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겹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퓨 리서치 센터는 최근 럼블을 비롯해 비트슈트, 게브, 게트, 팔레, 텔레그램, 트루스 소셜 등 대체 SNS 플랫폼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러한 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하는 미국인의 거의 4분의 3이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류 플랫폼에서도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규모 플랫폼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라는 게 마타 부소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알트-테크의 미래에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용자들이 알트-테크와 주류 플랫폼 모두에 걸쳐 있다면, 미래의 대안 인터넷 생태계는 주류로부터 얼마나 분리될 수 있냐는 의문이다.

마타 부소장은 “(인터넷의) 양극화 정도가 극심할지, 혹은 조금 덜할지 꼭 집어 말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전문가들 또한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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