젱 링후아는 악의적 괴롭힘의 표적이었다

Zheng Linghua’s Weibo account
젱 링후아는 악의적 괴롭힘의 표적이었다

젱 링후아는 병상 위 할아버지와 함께 대학원 입학을 축하하며 중국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그 후 6개월 뒤 젱은 세상을 떠났다.

젱 링후아(23)는 ‘샤오홍슈’라는 이름으로 SNS에 사진을 올렸다. 분홍색 머리를 하고 신이 난 얼굴로 중국 화동 사범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하게 된 소식을 세상에 알렸다.

사진과 함께 “할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버팀목이 되어주셨다… 할아버지가 입학을 자랑스러워해주시는 게 대학원에 지원한 동기 중 하나 “라고 썼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불과 며칠 만에 온라인 괴롭힘의 표적이 된 것이다. 젱의 사진이 모욕적인 거짓 설명과 함께 퍼져나갔다. 끊임없는 조롱의 대상이 됐고 “나이트 클럽 소녀”와 “악귀”라는 악명도 따라다녔다.

젱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젱의 친구가 샤오홍슈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젱 링후아가 온라인과 학교 내 괴롭힘으로 인해 2023년 1월 23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소위 사이버 괴롭힘은 어디서든 발생하지만, 중국에서 이 현상이 특히 심화되는 이유가 있다. 집단주의 문화가 만연하고 소셜미디어 회사가 괴롭힘을 근절하도록 만들 압력이 부족한 것이다. 중국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자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40%가 어떤 형태로든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으며 피해자 중 16%가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절반 가까이가 불안 증세를, 42%가 불면증을, 32%가 우울증을 경험했다.

젱은 처음에 온라인 괴롭힘의 가해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 지난 9월 ‘웨이보’에 “화면 뒤에서 당신을 미친 듯이 공격하는 사람들을 고소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후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했다는 글을 올렸다. 수면·섭식 장애와 어떻게 싸워왔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공유했다. 지난 11월에는 병동에서 사진을 올리며 “우울증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중”이라는 글을 적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온라인 괴롭힘 관련 사망 사건 가운데 젱 링후아의 사례가 가장 최근에 발생했다.

2022년 1월에는 싱타이시에서 생부모와 재회한 리우 쉐저우가 신랄한 비난을 받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온라인에서 찬반 논쟁이 이어지던 가운데, 일부 사람들이 리우가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4살의 나이로 부모에게서 버려진 소년은 17세가 되어 괴롭힘과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자세히 남긴 뒤 세상을 등졌다.

중부 허난성 출신의 역사 교사 리우 한보는 반복적인 괴롭힘으로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고 같은 해 11월 세상을 떠났다. 가해자들은 수업에 들어와 모욕을 퍼붓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대화창에 스팸 메시지를 도배했다. 당국은 리우의 가해자에게 살인 혐의를 묻지 않았지만, 리우가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온라인 인플루언서 쑨 판바오(38)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쑨의 아내는 그가 팔로워 중 한 명에게 반복적으로 모욕을 당했고 목숨을 끊기 몇 달 전부터 우울함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쑨은 2021년 산둥에서 티베트까지 트랙터로 4000km를 여행해 유명해졌다.

집단주의와 책임의식 부재

전문가들은 중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특이해 보이는 사람들이 더 가혹하게 비난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수치심 문화가 맞물리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닝보시 노팅엄 대학의 K 코언 탄 부학장은 “중국은 집단주의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온라인 괴롭힘처럼 공개적인 장소에서 상징성을 띤 폭력이나 공격을 받았을 때 수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사용자를 악의적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중국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사용자를 악의적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시물과 댓글을 읽어보면 무엇이 젱을 가해자의 표적으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쉽지 않다. 어쩌면 젱의 특이한 분홍색 머리가 일부 가해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젱이 한 노인과 낭만적 관계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그저 친족인 할아버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탄 박사는 온라인 괴롭힘이 일반적으로 “개인의 행동이나 선택에 대해 낙인을 찍고” “이어서 (괴롭힘에 가세하는) 집단에 의해 심화된다”고 설명한다. 두 상황이 맞물리면 “피해자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홍콩 중문 대학의 저널리즘 교수 팡 커청은 온라인 악플에 항상 정치적 요소가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정부가 우익 민족주의자들이 가하는 “특정 유형의 온라인 괴롭힘”을 용인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주로 대외적으로 중국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사람들을 공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이클 베리 박사는 팡팡이 발간한 ‘우한 다이어리’를 번역해 온라인 괴롭힘의 표적이 됐다. 우한 다이어리는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 봉쇄 기간의 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베리 박사는 미국 잡지 ‘와이낫’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오면 나와 내 가족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메시지 중 상당수가 심각한 위협과 함께 깊은 증오를 표현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매일 이런 식으로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팡팡 역시 온라인에서 중국을 공격하도록 외국인에게 “거대한 검”을 들려줬다는 일부 반발에 직면했다.

잡지 ‘뉴요커’의 전속 기자 판 지아양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운동신경원 질환 루게릭병(ALS)을 앓던 어머니의 고생을 공개했다. 이후 온라인의 중국 민족주의자들은 판 지아양과 그 모친을 반역자라고 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플랫폼들이 세계 각국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팡 조교수는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보호와 보상을 기대하기 매우 힘들다”며 “가해자와 플랫폼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괴롭힘이 소셜미디어 회사나 중국 당국의 우선순위가 아닌 점도 영향이 있다. 중국 당국은 정치적 반대 의견은 물론 모든 형태의 정치적 대화를 제한하기 위해 광범위한 검열 시스템을 운영한다.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검열 대상 단어는 점점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반대 시위가 일어났던 ‘우루무치’나 ‘상하이’와 같은 단어도 포함됐다.

중국 전문가이자 정치학자인 노팅엄 대학의 조나단 설리번은 “중국은 온라인 콘텐츠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을 갖고 있다. 이 자원 중 더 많은 부분을 온라인 괴롭힘 방지에 할애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에서 ‘집단적 증오’를 조장하는 문화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쑨 판바오는 산둥에서 티베트까지 트랙터로 4000km를 여행해 인터넷 유명인이 됐다

Douyin screengrab
쑨 판바오는 산둥에서 티베트까지 트랙터로 4000km를 여행해 인터넷 유명인이 됐다

또한, 온라인 안전에 대한 공교육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넬 대학에서 자해·회복에 관한 연구 프로그램을 이끄는 재니스 휘트록은 학교가 정서적·사회적 학습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반대 의견에 대응하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설리번 박사는 더 근본적으로 중국에서 정신건강 의료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엄격하고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3년 가까이 겪으면서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다 보니 괴롭힘 사례가 증가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베리 박사는 “몇 달 동안 갇혀 있으면 결국 사람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 또한 온라인 폭력과 괴롭힘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사람들이 실직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분노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들은 감정을 분출할 출구가 필요해졌고 그중 ‘키보드 정의’에 눈 돌린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이나 기타 공인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고 덧붙였다.

젱은 10월 웨이보에 올린 마지막 게시물 중 하나에서 작년에 경험한 “블랙스완 사건들”을 되짚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온라인 학대, 인터넷 폭력, 우울증, 대학원 지원을 언급했다.

그는 “내 인생은 드라마처럼 진행이 빠르고 변화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삶의 기복을 헤쳐나가고 길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줬다. 내년에는 분명히 더 나아질 것이다”라고 썼다.

그때는 분홍색이던 머리를 검게 염색한 뒤였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젱의 침묵이 이어졌다. 지난달까지 지인과 팔로워들이 웨이보 계정에 댓글을 남겼고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충격을 표현했다.

그중 한 명은 “이 상황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너는 정말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썼다.

또 다른 사람은 “슬픔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세상에 정말 실망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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