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에트로 쉬라노는 “마법처럼 느껴졌다”며 “너무 결과가 좋아서 조금 무서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솔루션 ‘챗GPT’의 최신 버전에 대한 감상이었다. 내용을 입력하면 답변이 돌아온다.
반응이 너무도 인간적이고, 친근하고, 지능적이라 기분이 이상할 지경이다. 솔루션 뒤에는 ‘GPT-4’라는 AI 모델이 있다.
비즈니스 금융 회사 ‘브렉스'(Brex)에서 디자인을 책임지는 쉬라노는 컴퓨터 프로그램 작성에 챗GPT를 사용한다.
쉬라노는 게임회사 아타리가 출시한 1970년대 탁구 게임을 언급하며 “퐁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많은 사람들이 시도할 수 있도록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언어는 무엇일까?” 하고 물었다.
챗GPT는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래밍 언어(JavaScript)를 추천했을 뿐 아니라 간단한 게임 코드도 생성해 줬다.
숙련된 개발자가 30분은 걸렸을 내용을 챗GPT는 40초 만에 완성했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 ‘브레이크아웃’과 ‘아스테로이즈’로 주제를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에도 이런 게임에 대한 코드 예제가 많지만, 챗GPT는 인터넷에서 기존 답변을 검색하지 않는다.
챗GPT는 방대한 웹 콘텐츠를 사용해 구축됐지만, 정답을 예상해 새로운 텍스트를 생성한다.
쉬라노는 “어떻게 하면 이 게임을 더 인기 있게 만들 수 있을지 질문했는데 챗GPT가 질문을 잘 이해했다”며 “개발 경험이 없다면 구글에서 찾을 수 없는 전체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었다”고 감탄했다.
검색 엔진을 사용하면, 사용할 코딩 언어, 사용 방법, 온라인상의 불완전한 예제를 완성하는 방법 등을 파악해야 한다. 챗GPT는 모든 게임 코드와 함께 상황에 맞는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쉬라노는 “이제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간단한 웹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온라인에 예제가 많아서 오래된 게임을 다시 만드는 건 아주 쉽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쉬라노의 동료인 ‘브렉스’의 디자인 매니저 암마르 레시는 챗GPT에게 더 어려운 과제를 던졌다. 온라인에 예제 코드가 없는 오래된 PC 게임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스카이로드’라는 이름의 3D 게임으로, 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운전하며 장애물을 뛰어넘는 내용이었다.
챗GPT는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통해 게임을 파악했고, 레시는 게임 작동 방식을 자세히 설명했다. 레시는 “이번에는 많은 수고가 들었다”며 “말 그대로 한 시간 동안 이걸 수정하고 저걸 수정하고 했다”고 말했다. 게임을 테스트하고 챗GPT가 게임 동작을 수정하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반복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시는 온라인 3D 게임 구축에 사용하는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챗GPT가 해당 게임의 예제 코드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3D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이런 게임들은 작고 단순한 편이다. 아무도 챗GPT가 최신 콘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형 게임의 일부 요소를 만들거나, 다른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AI 코딩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보관리 회사 ‘라이틀리’는 사용자가 특정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라이틀리의 토니 스미스 최고기술책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챗GPT를 도입할 경우 여전히 리스크가 장점보다 크다”고 말한다.
“이런 AI가 생성하는 코드는 결함이 있거나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미스는 챗GPT에게 특정 달이 며칠까지 있는지 계산하는 코드를 생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코드가 훌륭해 보이지만 영국 서머타임 전환에 문제가 있어 3월이 30일까지라고 계산된다”고 했다. 또한, “1년에 한 번 발생하는 작은 버그가 있다”고 덧붙였다.
AI로 생성한 코드에 보안 결함이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챗GPT는 온라인에서 학습한 나쁜 행동을 모델에 반영하거나, 취약점을 간과하거나, 오래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2021년 이후 정보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만 알고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주어진 코드를 사용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면 사업상의 리스크도 증가한다.

케빈 보첵은 기계 인증용 보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베나피’의 보안 전략·위협 인텔리전스 부사장을 맡고 있다. 보첵은 챗GPT를 사용해 컴퓨터에 반복 명령을 내리는 엑셀 매크로와 파워쉘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해커들은 이 둘을 사용해 공격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첵은 “지금 ‘외부’에서 가져온 코드를 실행해 보겠다. 나는 이 코드가 무슨 동작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한 뒤 “이제 유해한 코드가 침입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AI를 코드 생성에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베나피에서는 항상 개발자가 최종 확인을 책임진다. 보첵은 “우리는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코드를 사람이 여러 번 검토한다. 최종 책임은 전문 개발자에게 있다”고 말했다.

퍼포먼스 마케팅 및 웹 에이전시 ‘허드'(Herd)는 일부 웹사이트에 슬라이드 쇼 같은 요소를 넣는다. 허드의 매튜 헌트 주니어급 웹개발자는 “각 섹션마다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일일이 작성하려면 번거로울 수 있는데 챗GPT를 사용하면 이 과정이 아주 빨라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매튜는 챗GPT가 만족스러운 작업까지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튜는 “개발의 즐거움 중 하나는 파일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아가는 것”이라며, “챗GPT가 이 작업을 대신 수행한다면 우리는 개발자로서 성장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관리회사 D2iQ의 댄 시룰리 기술담당 부사장은 생각이 다르다. 그는 이전에 구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구글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사용하면 개발자가 소프트웨어를 구글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다. 200개의 API를 제공하고 7가지 프로그래밍 언어(파이썬 포함)가 지원된다. 각 언어로 모든 API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려면 구글은 코드 예제를 1400가지나 만들어야 했다.
시룰리는 “이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고 말한다.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로 예제를 만들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챗GPT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파이썬으로 구글 번역 API를 호출하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짜잔! 답이 나왔어요.”
소프트웨어 개발의 미래는 개발자와 AI 비서의 협력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인기 있는 AI 솔루션 ‘코파일럿’의 이름에도 반영되어 있다. 깃허브의 ‘코파일럿’은 개발자가 작업할 때 자동으로 코드를 완성시켜 준다. 챗GPT보다 코드 완성 속도가 더 빠르지만 정확성은 약간 낮은 모델을 사용한다.
깃허브의 토마스 던케 최고경영책임자는 “코드를 작성할 때, 문자 입력마다 새로운 응답이 나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안전하지 않은 코드를 감지·차단하는 기능도 코파일럿에 추가됐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여전히 사람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던케는 “깃허브 코파일럿을 사용한다면 다른 코딩 도구와 마찬가지로 항상 사람이 직접 코드를 검토하고, 테스트나 보안 도구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코딩이 일자리를 빼앗기도 할까? 쉬라노와 레시 모두 AI가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맡는다면 주니어급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사용자경험(UX) 에이전시 ‘일러스트레이트 디지털’의 프런트엔드 개발자 마누엘 닥은 “챗GPT가 답변한 코드에 너무 놀라 일자리를 잃을까 봐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석 개발자와 1:1로 면담하면서 내가 단지 코드 작성을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라 챗GPT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고용됐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매우 안심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