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세팅 중인 여성

Getty Images

노동자들이 직장 생활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상황을 파악한 후, 직원들이 만든 영상을 수용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검은 머리카락에 ‘셉텀 피어싱(코 안을 뚫는 피어싱)’을 하고 전자제품 판매사 ‘베스트바이’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잠시 후 그녀는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이용자와 대화하듯 카메라를 향해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화면에 “베스트바이 카드로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그녀는 배경음악에 맞춰 커다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 여성은 올해 22세의 릴리 헌틀리다.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일하는 판매원이다. 동시에 그녀는 일터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틱톡’으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노동자 중 한명이다. 그녀는 2022년 12월 “나는 내 일을 사랑해 #bestbuy”라는 자막과 함께 7초 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26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헌틀리는 “돈을 벌거나 관심을 받고자 영상을 올린 게 아니다”라며 “그냥 재미로 한 것이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영상 중 몇 개가 정말로 엄청나게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요즘 소셜 미디어에선 헌틀리가 만든 것과 같은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무 일상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도시 노동자들은 아침 출근길을 찍고, 항공기 승무원들은 승객과 벌어진 일을 영상으로 만들고, 패스트푸드점 직원들은 카메라를 켜 놓고 햄버거를 만든다. 인플루언서 영상처럼 잘 짜여진 콘텐츠는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시청한다.

이러한 영상들은 직원의 삶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이 일하는 회사도 영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고용주 입장에선 직원의 하루 업무가 세세히 공개되는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를 수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경영 코치로 활동하는 로리 캠벨은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삶에 꽤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직장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꺼 놓으라’고 해봤자 별 소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시도는) 소셜 미디어가 돌아가는 방식에 적합하지도 않고, 오늘날 일하는 세대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과도 어긋납니다.” 그리고 이처럼 직장이 살짝 노출되는 것을 포용하는 기업들 중에는 직원의 소셜 미디어 활용이 위협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득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시카고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22세 조시아 바르게스는 틱톡에서 1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틱톡에 올리는 영상중에는 ‘스타벅스’ 메뉴에는 없는 음료 제조 영상들도 있다. 그는 스타벅스의 표준 제조법과 다르게 차를 섞어 ‘차이’라는 음료를 만드는 영상을 자신의 틱톡 페이지 상단에 고정해 놓았다. 이 영상은 1540만 뷰를 기록중이다. 바르게스는 “리조(미국의 여성 힙합 가수)가 그 영상을 언급하면서, 내가 일하는 스타벅스 매장에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영상은 스타벅스의 긍정적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급여 외에 추가로 바르게스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영상들은 일종의 ‘열정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는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별도로 시간을 내 영상을 만든다.

약 1년 전 바르게스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매니저에게 허락을 구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상사에게 자신의 영상에 대해 일일이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은 바르게스의 영상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 그는 최근 “스타벅스 측에서 연락을 해와서 ‘내 영상이 좋다’고 말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콘텐츠 게시를 기업이 매우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 선덜랜드에 있는 ‘오큘러스 HR’의 이사인 루이스 케네디는 “이러한 영상을 활용하면 채용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영상들 속에) 기업의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웹사이트보다 이런 영상을 찾아봅니다.” 정말로 열정적인 직원들은 훌륭한 입소문 마케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원들의 영상 업로드를 허용하는 기업들이 아무런 안전조치를 갖추지 않는 것은 아니다. 캠벨은 “그렇게 하는 조직은 소셜 미디어를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가 되도록 방치하는 무모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직원이 자의적으로 올린 콘텐츠는 분명 기업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긍정적으로 회사를 조명하지 않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캠벨은 “기업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이 저지른 잘못을 회사가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케네디는 명확한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한 운송 회사를 예를 들며 “모든 것이 잘못될 때 어떤 일까지 벌어지는지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한 운전자는 자신의 일과 관련해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영상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가 만든 영상 중 하나에 퇴근을 빨리 하기 위해 규칙을 위반하고 운전 시간 모니터를 끄는 모습이 담겼다. 케네디는 “하마터면 규제 당국이 개이 사안에 관여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 운송 회사는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적극적이든 수동적이든,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일터 영상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기업들도 많다. 캠벨은 이것이 직원들에게 특정한 대본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콘텐츠로 인한 파장을 걱정할 필요 없이 실험할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에는 “‘비밀 정보 또는 고객 정보 공유 금지’등과 같은 규칙과 ‘만약 소속 회사가 공개된다면 직업적 예의를 갖춰 의사소통을 해달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바이는 헌틀리가 “(회사가) 매우 멋 없었다”고 말하는 옛날 영상을 발견한 뒤, HR부서와 그녀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다. 그녀는 회사 측에서 잠재 고객들의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줄 영향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헌틀리는 “그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영상을 내려줄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왔다”고 말했다. (직원인) 그녀에겐 그럴 만한 의무가 있었고, 회사 측은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헌틀리는 “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콘텐츠를 차단하기보다는 지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캠벨은 소셜 미디어를 무시하는 것에서 소셜 미디어를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한 소매업체와 일해본 경험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신제품 공개 전에 열정 넘치는 직원들이 제품 정보를 노출해 당황하는 것 대신에, 직원 100명을 모아 홍보대사로 삼는 것을 선택했다.

캠벨은 “그들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지시받지 않았다”고 했다. 대신 그들은 원하는 지원과 자산을 제공받았다. 그는 “그들은 브랜드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직원들과 경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기대고 직원들의 참여를 만들어 낼 때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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