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이 EU의 잠재적인 균열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들 유럽 정상은 단합의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다.
5일 수도 베이징에 도착한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6일 시 주석을 만나게 된다.
지난 몇 달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여러 유럽 정상이 활발하게 중국과 접촉하는 가운데 이뤄진 동반 방중이다.
앞서 방문한 다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한 추가 조치를 요구하며 시 주석을 압박할 예정이다.
아울러 EU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점점 더 우려되는 부분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관측통은 이들 정상이 마치 한 팀처럼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착한 경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대통령궁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종전을 위한 “중국 측 제안과 수렴하는 지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향한 지지 목소리 등을 근거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브뤼셀(EU의 본부가 위치한 지역)의 나쁜 경찰’로 보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방중 며칠 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시 주석을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내놓은 12개 항에 대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을 굳히는 그 어떠한 계획도 “실현 가능성 없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의 ‘탈중국(de-coupling)’보단 완화된 대중 ‘위험 완화(de-risking)’ 개념을 추진한 바 있다. 즉, 유럽이 대중 외교에서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하며, 유럽의 교역 대상을 다양화하고, 무역과 기술을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앤드류 스몰 선임 연구원은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유럽의 중국을 향한 상당히 다른 2가지 입장”을 대표한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이번 전쟁에서의 중국의 푸틴 대통령 지지, 특히 무기 등을 지원해 줄지에 관한 것입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가 유럽 대륙 전체와의 관계에 좋을 게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 프랑스 기업 대표 등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꾸려 중국을 방문하는 점에서 “이러한 와중에도 중국과 계속 무역 및 경제적으로 경제를 이어 나가고 있다 … 즉 유럽과 프랑스는 계속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쪽”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결정적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의 초대로 중국에 함께 방문하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의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접근 방식에 회의적인 EU 회원국뿐만 아니라 현 상황을 자세히 지켜보고 있을 미국에도 절대 만만하게 물러서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줄 수 있다는 게 스몰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편 미국은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예정되며 기대를 모았으나, 소위 ‘스파이 풍선’ 사건으로 취소된 이후 중국 지도층과 만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유럽 지도자의 동반 방중은 현재로선 미국이 시 주석을 가장 가깝게 마주할 시간일 수도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먼저 통화해 대중 입장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국이 유럽 내 입장 차를 이용해 일부 유럽 국가를 미국의 궤도에서 떼어놓으려는 계획을 품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 이러한 중국의 계획을 무산시키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EU 회원국 간 중국과의 관계가 서로 각자 다른 상황에서 EU는 아직도 대중 입장에 대해 명확히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일례로 프랑스나 독일 등 중국과의 무역 관계 유지에 더 공을 들이는 국가가 있는 반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표적이 돼 영토를 빼앗기는 건 아닌지 우려가 깊은 구소련 국가들은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도구 삼아 유럽을 향해 휘두를 사용할 만큼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에 얀카 오텔 ‘유럽외교협의회(ECFR)’ 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유럽은 미국이나 NATO의 입장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단 독자적인 선을 긋고서 만약 중국이 이를 어길 경우 어떤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텔 책임자는 “중국 당국은 (현재 유럽과의 관계에서) 어떤 위험이 따를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은 유럽이 중국에 ‘이건 당신의 문제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처럼]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끼어들겠다고 선택한 건 당신이다. 그러니 당신의 문제’라고 말할 기회”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들 유럽 정상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까.
우선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맞이할 것이다.
지난주 연설로 중국은 잔뜩 예민해진 상태로, 푸 콩 EU 주재 중국 대사는 해당 연설은 “잘못된 해석과 그릇된 내용이 많다”면서 “의도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왜곡”한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한편 중국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언급한 ‘위험 완화’ 개념을 별로 좋아하지 않겠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시 주석이 ‘이중 순환(수출과 내수가 상호보완적으로 순환하는 경제 체제)’ 전략을 내세운 상황에서 어쨌든 중국 당국은 경제적으로 더 자급자족하고자 노력하는 상황이기에 크게 반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유럽 관계를 연구하는 루벤 웡 싱가포르국립대학 정치학 부교수는 “중국 또한 미국이나 러시아에 너무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베이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립적인 정치 컨설턴트인 우 치앙 연구원 또한 핀란드가 지난 3일 NATO에 가입하는 등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 동맹국 간 단결이 굳어지는 상황은 중국에 “외교 관계에 심각한 사건”이기에 “중국이 유연성 없이 비타협적으로 나올 여유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 연구원은 무역 제재 해제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협조하는 것만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리투아니아가 사실상 대사관과도 같은 대표처 개관을 허용하면서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대중 수출을 거의 막으며 반발했다. 유럽은 이를 좋게 보지 않았으며,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보고 이러한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자체적인 수단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유럽과 중국 간 관계에서의 가장 큰 난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일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대화 교섭자의 역할을 굳히고자 노력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국과 개인적인 대화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태도는 애매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마크롱 대통령의 접근법에 시 주석이 쉽게 영향을 받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적어도 공개적으론 국제 사회에 “러시아와 중국의 한계 없는 우정”은 여전히 매우 건재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직후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활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우 연구원은 이번 마크롱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 방문 및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처럼 별 성과 없이” 이번 중국 방문을 마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주간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을 자신 있게 고수하고 있기에 쉽게 태도를 바꾸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을 끝내고자 마크롱 대통령과 협력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종전을 끌어냄으로써 전 세계에 미국이 지금껏 하지 못한 일을 중국은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라는 것이다.
최근 몇 주간 중국은 시 주석의 국제 안보 구상을 담은 ‘글로벌안보구상(GSI)’을 발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사이를 중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신들을 대안적인 평화 중재자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웡 교수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테이블에 자신들도 있길 원한다 … 이를 통해 평화 중재자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면서 “이렇게 중국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이 지속해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강타하고 중국의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향한 메시지를 조금씩 조절해나가는 게 중국의 이익에도 좋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중국의 대러 태도 변화야말로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서 단연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