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시내의 한 은행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현지 경찰은 해당 은행의 직원이었던 범인이 이번 사건을 인스타그램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숨진 희생자들은 40~64세 사이이며, 부상자 중엔 학교를 갓 졸업하고 복무를 시작한 지 2주 된 경찰관도 있다. 이 신입 경찰은 급히 뇌수술을 받았으나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신고가 접수된 지 3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나타나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30분쯤 범인과 총격전을 벌였고, 결국 현장에서 범인은 사살됐다.
목격자인 케일럽 구들렛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사건이 발생한 ‘올드 내셔널 뱅크’ 은행의 직원이라며, 아내는 총격이 시작되자 금고 안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들은 범인이 혼자 경찰에 맞서 총격전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한편 앤디 베시어 켄터키주 주지사는 해당 은행의 수석 부사장이자 자신의 “정말 좋은 친구”인 토마스 엘리엇도 목숨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엘리엇은 내가 법률 분야에서 경력을 쌓는 데 도움을 준 친구”라는 베시어 주지사는 “내가 결국 주지사가 될 수 있게 도와줬을 뿐만 아니라, 좋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희생자 4명의 신원은 아래와 같이 모두 확인됐다:
- 토마스 엘리엇(63세)
- 제임스 터트(64세)
- 조슈아 배릭(40세)
- 줄리안나 파머(45세)
짐 라이언 올드 내셔널 은행 CEO는 고객과 직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은행 측은 “이번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머리에 총상을 입어 현재 상태가 위중한 경찰관은 루이빌 경찰 소속 니콜라스 윌트(26) 순경으로 확인됐다.
현지 시의원인 앤서니 피아젠티니는 ‘쿠리어 저널’지와의 인터뷰에서 윌트 순경이 지난달 31일 경찰 학교를 졸업했으며, 그 형제 또한 경찰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이그 그린버그 루이빌 시장은 이번 사건을 “특정 대상을 노린 폭력의 사악한 행위”라고 묘사했다.
생존자 2명은 ‘WHAS-TV’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모여있던 1층 회의실에서 처음 총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피 묻은 셔츠를 가리키며 “내 옆에 누가 있었는데 총에 맞았다. 이 피도 그때 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용의자 코너 스터전(23)이 소총을 휘둘렀으며, 인스타그램에 총격 장면을 생중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클린 그윈-빌라로엘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이 영상에 담겨 바깥으로 중계됐다는 점이 비극적”이라고 지적하며, 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는 “오늘 아침 이 비극적인 사건이 담긴 생중계 영상을 빠르게 삭제했다”고 말했다.
스터전은 온라인 프로필상 올드 내셔널 뱅크에서 신디케이션 관련 업무 및 포트폴리오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기재돼 있으며, 해당 은행에서 여름 인턴으로 3차례 근무한 뒤 지난해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당국에 따르면 스터전은 사건 이전까지 사법 기관에 접촉한 적도 없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불과 2주 전 루이빌에서 남쪽으로 260km 떨어진 테네시주 내슈빌에선 한 기독교 학교에서 총격이 발생해 6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 내 총기 관련 사망 및 부상자 수를 공개적으로 집계하는 비영리 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최소 146건에 이르며, 이번 달에만 최소 15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여기서 ‘총기 난사’ 사건은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사건으로 규정한다.
같은 날(10일) 아침에도 올드 내셔널 뱅크 은행에서 약 3km 떨어진 ‘제퍼슨 커뮤니티 & 테크니컬 칼리지’ 전문대학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해 루이빌 경찰이 또 한 번 출동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선 최소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한다. 루이빌 경찰 소속 러셀 밀러 경령은 두 총격 사건은 서로 관련 없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이) 행동에 나서지 않은 탓에 너무나도 많은 미국인이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 언제쯤 우리 공동체를 보호하고자 행동에 나설 것입니까?”
여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의회에 더 적극적인 총기 규제 법안 통과를 촉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폭넓은 총기 권리를 지지하는 유권자와 이들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켄터키주는 21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대부분 면허 없이 총기를 구입하고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26개 주 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