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온라인에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유포되면서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도·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대통령실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 야당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대통령실은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 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온라인상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내용을 다룬 미 국방부 기밀문건 100여 건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유포됐다. 여기에 한국 외교·안보 고위공직자와 논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청 의혹이 제기됐다.
BBC가 확인한 문건에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관련 최종사용자 문제에 봉착한 한국’이라는 제목으로 이문희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과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실명을 밝힌 글이 실렸다.
문건에는 한국 외교·안보 고위공직자들이 미국의 탄약 지원 요청과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이 충돌하는 상황을 두고 고심했다고 나와있다. 한국이 정책을 바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할 경우, 대중이 이를 이달 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의 대가로 여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폴란드로 우회 지원한다는 대안도 언급됐다.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는 보도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진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의혹과 관련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도·감청 의혹이 사실일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주권 침해로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심대하게 훼손한 처사”라며 “미국은 우리 정부에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취임에 맞춰 단기간에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보안이 부실해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운용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