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정부의 기밀 문건 수십 건이 유출돼 인터넷상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됐다. 물론 현재로선 여러 곳에서 삭제되면서 찾기 어려워지긴 했으나, 어쩌다 기밀 문건이 온라인에 떠돌게 된 것일까.
BBC는 해당 문건이 어떻게 처음 나타나 퍼지게 됐는지, 또한 누가 이 문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알려진 바를 정리했다.
온라인에 게시된 문건
확인 결과 기밀문건을 찍은 캡처본이 온라인에 처음 게시된 건 지난 3월 1일이다. 그리고 며칠 뒤 더 많은 캡처본이 유포됐다.
캡처본이 처음 등장한 장소는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로, 이후 각종 토론 플랫폼으로 퍼져나갔다.
이곳은 정치나 군사 관련 플랫폼이 아닌, 컴퓨터 게임 이용자 및 어느 필리핀 출신 유튜브 유명 인사의 팬들이 자주 찾는 채널이다.
게임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디스코드 채널에서 마인크래프트 및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쟁이 짧게 벌어졌고, 이후 한 사용자가 “여기 유출된 문서 일부야”라는 글과 함께 캡처본 여러 개를 게시했다.
이러한 채널의 어느 이용자는 디스코드의 다른 채널에 먼저 올라와 현재는 삭제된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삭제된 탓에 확인은 불가능하다.
한편 오픈소스 정보를 바탕으로 한 독립적인 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은 일부 문서가 올해 1월 또는 그보다 더 앞서 게시됐을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유출 문서는 이번 달 초 다른 플랫폼으로 퍼져나가 결국 미 당국과 주류 언론이 주목하기 전까지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디스코드에 남아 있었다.

여러 SNS에서 확산
그렇게 이번 달 5일, 논란 많은 대형 온라인 게시판 중 하나인 ‘포챈’에 기밀문건 캡처본이 등장했다.
가짜 정치 뉴스를 옹호해 포챈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게시판인 ‘/pol/’에서 어느 익명의 사용자가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측 정확한 사상자 규모에 대한 논쟁 중에 게시한 것이다.
그렇게 불과 몇 시간 뒤 친러시아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에서도 이러한 문서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유명한 군사 전문 블로거들도 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친러 채널에선 러시아군 사망자 수는 줄이고 우크라이나군 사망자는 과장하는 형태로 편집한 버전의 이미지를 널리 유포했다.
그렇게 이번 달 7일까지 이러한 문서는 ‘트위터’와 ‘레딧’과 같은 주요 SNS 플랫폼에서도 퍼져나갔다.

러시아의 반응
처음 이러한 캡처본을 공유한 친러 성향 텔레그램 채널은 문서의 내용에 집중했을 뿐, 문서의 사실 여부에 대해선 그리 집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의 몇몇 유명 방송과 언론에선 이러한 문서가 적어도 부분적으론 거짓을 담고 있다고 묘사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국수주의 성향의 뉴스 웹사이트 ‘레그넘’은 이러한 문서는 올봄 다가오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위한 연막작전과도 같은 의도적인 유출일 수 있다는 어느 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국영 TV의 유명한 전쟁 해설가인 유리 포돌랴카 또한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관련해 러시아를 잘못된 정보로 오도하고자 의도적으로 “심은 정보”라고 주장했다.
또한 러시아 국영 방송 ‘로시야1’에서 토론 프로그램 ‘60분’을 진행하는 앵커 올가 스카베예바는 서방 세계는 “포탄 재고는 다 떨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약한 우크라이나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문서의 진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앞서 러시아가 거짓 문서를 심은 것이라며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삭제되는 중

여전히 트위터, 텔레그램, 레딧 등에선 품질이 좋지 않은 캡처본이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원본 파일을 찾기란 훨씬 더 어렵다. 원본 파일 대부분은 대부분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라진 상태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트위터 등에서 캡처본을 공유한 이용자들 또한 해당 내용을 삭제하거나 SNS 프로필 자체를 삭제했다.
한편 음모론과 같은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여럿 포착됐다.
이전에 디스코드에서 문건 복사본 캡처본을 공유한 적 있는 어느 사용자는 다른 사용자들에게 전화기에 담긴 모든 복사본을 제거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포럼에 더 많이 공유하자는 요청에 “좋은 시도였어, FBI”라며 재빨리 응답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원본 파일이 사라지면서 국방부가 트위터와 같은 플랫폼이 문건이 포함된 게시물을 제거하도록 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에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유출 문건을 색출해 제거하도록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를 통해 “그래 맞아. 당연히 인터넷상에선 무언가 완전히 삭제하기란 가능하지. 완벽하게 삭제될 거고, 숨기려고 했던 내용에 대해서도 절대 관심이 쏠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꼬았다.
추가 보도: 아담 로빈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