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당국이 정부 기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13일(현지시간)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21)를 체포했다.
테세이라는 문건이 처음 유출된 온라인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내 채팅방 운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은 테세이라가 ‘스파이 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허가 없는 군 기밀 반출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이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및 전 세계 여러 국가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가 세상에 공개됐다.
항공 영상에 따르면 13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매사추세츠주 다이튼의 자택에서 테세이라를 체포했다.
다이튼은 미 동부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약 1시간 떨어진 지역으로 주민 수는 8000명 정도다.
체포 영상 속 테세이라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두 손을 뒷머리에 댄 채 FBI 요원들을 향해 천천히 뒤로 걸어간다. 이후 수갑이 채워지고 차량으로 이송되는 모습도 담겼다.
테세이라는 14일 보스턴에서 처음 법정에 출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세이라는 서부 케이프 코드의 ‘오티스 공군 주방위군 기지’에 있는 ‘매사추세츠 공군 주방위군’ 소속 정보 담당 부서에서 복무했다.
BBC의 미국 방송 파트너인 ‘CBS 뉴스’가 입수한 복무 기록에 따르면 테세이라는 지난 2019년 군에 입대했으며 공식 직함은 ‘사이버 운송 시스템 숙련공(cyber transport systems journeyman)’이다. 직급은 상대적으로 낮은 일병(A1C)이다.
한편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체포 당일(13일) 간략한 성명을 통해 “사고 없이”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갈랜드 장관은 용의자의 유출 동기나 수사 상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같은 날 오전 별도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유출 사건은 “고의적인 범죄 행위”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그런 젊은 공군이 기밀문건 접근권을 가질 수 있었냐는 질문에 라이더 대변인은 미 군인들은 “매우 어린 나이에 많은 책임을 맡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젊은 나이에 소대장인 사람도 있다. 우리가 이들에게 전투 시 소대를 이끌도록 부여한 책임과 신뢰를 생각해봐라”고 덧붙였다.
기밀문건의 내용은?
몇 달 전부터 디스코드엔 적어도 50개에서 100여 건에 이르는 기밀문건이 올라왔다.
BBC 또한 현재 검토 중인 해당 문건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다양한 정보 및 평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 관한 민감한 정보도 담겨 있다.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가 현재 “이번 유출의 범위, 규모, 영향 등을 파악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으며, 왜 처음 몇 주간 알아채지 못했는지, 또 어떠한 재발 방지 대책이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지난 12일 ‘워싱턴 포스트’지는 문서가 처음 등장한 채팅방의 한 멤버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남성은 유출자에 대해 정확한 이름은 모르는 어느 군사 기지에서 일했던 20대 초중반의 젊고 카리스마 있는 총기 애호가라고 설명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용의자가 “인터넷 밈이나 모욕적인 농담, 한가한 잡담” 등을 주고받으며 함께 영화를 보는, 멤버가 20여 명 정도 되는 채팅방의 운영자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채팅방의 멤버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각기 다른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기밀문건은 처음엔 이 소규모 채팅방 외부로 새지 않았으나, 지난달 초 채팅방 멤버들은 게임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채널과 어느 필리핀 유튜버 팬 전용 채널 등 디스코드 내 다른 채팅방에 문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논란 많은 이미지보드 웹사이트 ‘포챈’, 채팅 앱인 ‘텔레그램’ 등에 게시됐다.
특히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로 흘러 들어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도록 사상자 수를 조작한 버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공군 주방위군은 미 공군의 예비군 격이다.
백악관 측은 CBS에 현재 아일랜드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테세이라 체포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