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 ‘태양절’이다.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어느덧 올해로 111주년을 맞았다. 이달 들어 북한은 줄곧 백두혈통 띄우기에 공을 들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 태양절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지금 인민의 마음은 주체의 태양이 솟아오른 유서 깊은 혁명의 성지 만경대로 끝없이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1일에는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총비서 동지의 유일적 령도를 생명선으로 틀어쥐고 혁명과 건설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당중앙의 결론에 따라 처리하는 강한 혁명적 규률과 질서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국가핵무력완성의 력사적 대업’이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에 “북한이 태양절에 늘 어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왔고 특히 여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이 투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의 이번 화성-18형 ICBM 발사는 김 위원장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첫 화성-18형을 발사함으로써 태양절을 기념했다는 것.
국가정보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북한에서 태양절은 김씨 일가 독재 정권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부각하는 날이자 또 한편으로는 주민들에게 그런 기념일을 통해 정권의 시혜를 베품으로써충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정권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태양절 앞두고 신형 ICBM 발사… ‘예고된 수순’
북한은 지난 13일 시험발사한 화성-18형ICBM과 관련해 “대출력 고체연료 다계단발동기들의 성능과 단 분리 기술, 각이한 기능성 조종 체계를 확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평가하는데 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신형 ICBM에 사용한 고체연료의 장점은 신속성이다.

액체연료는 부식성이 강해 발사 직전 주입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고체 연료는 주입 시간이 필요없어 미 정찰위성 감시 등을 피해 은밀하고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다.
관련해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지금까지의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신형 ICBM 시험발사와 관련해 “적들에게 분명한 안보위기를 체감시키고 부질없는 사고와 망동을 단념할 때까지 시종 치명적이며 공세적인 대응을 가하여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며 “반드시 불가극복의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어 잘못된 저들의 선택에 대하여 후회하고 절망에 빠지게 하겠다”고 확언했다.
북한이 이번에 시험발사한 고체연료 기반 화성-18형 ICBM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진작에 핵무력 강화 노선을 선포한 북한이 올해 태양절을 앞두고 ICBM 시험발사를 한 것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곽길섭 대표는 “이번 신형 ICBM 도발은 크게 보면 군사기술적 측면, 또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압박이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가적으로는 당연히 그런 각종 기념일 날 어떤 도발이나 위력 과시를 통해 북한 내부를 단도리 해나가는 김정은의 리더십을 부각하고 또 실제적으로 어떤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하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 보유국 지위인 만큼 추가 핵실험뿐 아니라, 군사정찰 위성 발사 등 향후 다양한 치적 쌓기용 행동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4월 중 군사정찰위성 발사?… ‘송수신 시험’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해 4월까지 준비를 끝낼 것으로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선보이며 또다시 무력행동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여기에는 그 정찰위성 발사가 위성의 송수신 시험을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더해진다.
로켓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과거 인공위성이라며 2012년 12월 광명성 3호와 2016년 2월 광명성 4호를 쐈지만 모두 통신이 안 됐다”며 “당시 교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 북한이 예고한 군사위성 발사는 위성의 송수신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또 “쉽게 얘기하자면, 북한의 위성 개발은 한국의 1960~70년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그러면서 ICBM 등 북한 무기 체계 자체의 운용성을 문제 삼았다. 사거리로만 보면 훌륭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무기체계로서 운용성은 사실상 형편없다는 것.
특히 화성-17, 18형 정도를 운용하려면 사일러(지하 발사장)를 구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정찰위성 또한 지상에 시험 장비가 없기 때문에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저 쏘아올리기만 할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평양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우주환경 시험 시설을 빠른 속도로 완성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장 교수는 “이렇듯 지상에서 제대로 된 검증조차 안 한 무기체계들이 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될지는 미지수”라면서 “사실상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은?
북한이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한 만큼, 이제 관심은 추가 핵실험 여부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올해 전반적으로 공세를 굉장히 강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작년과는 분명 차별화되는 공세”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이 아주 명백하게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절대 목표를 향해 계속 가고 있으며 더불어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3월 28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전날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가 핵무기 발전 방향과 전략적 방침에 따라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최근년 간의 사업 정형과 생산실태에 대하여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데 대한 당중앙의 구상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 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같은 보도를 바탕으로 북한이 조만간 제7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이 지난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단행하기 전 로동신문 보도와 거의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보도 제목이 거의 유사할 뿐 아니라 핵무기 연구 부문 앞에 나서는 ‘강력적 과업들’을 제시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길주 북북서쪽 40㎞ 지역)에서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다고 정 실장은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시기를 누구도 정확히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핵무기 병기화 사업 지도 공개가 핵실험 시기 임박을 시사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럴 경우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일 때까지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며 대남 핵 위협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북한은 추가 핵실험뿐 아니라 향후 화성-18형 개발에 완전히 성공할 때까지 시험발사를 계속하며 대미, 대남 핵 위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