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걷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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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퇴사했다. 퇴사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퇴사가 매력적인 행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직행동 분야 전문가인 앤서니 클로츠는 2021년 “대 퇴사(the Great Resignation)”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당시 그는 의도는 그저 추세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클로츠조차 자신이 ‘자기실현적 예언(‘말이 씨가 되는 것’처럼 의지나 믿음이 현실이 되는 것)’을 한 것이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퇴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의 지난 1월 자료에 따르면, 약 4900만 명이 2021년에 퇴사를 했다. 2022년에는 그 숫자가 5000만 명을 넘었다.

아울러 몇몇 조사에선 퇴사를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상당수가 퇴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링크드인’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4분의 3과 밀레니얼 세대의 3분의 2가 올해 퇴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또한 X세대의 55%와 베이비붐 세대의 3분의 1도 올해 퇴사하는 것을 고려하는 등, 기성세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떠나는 노동자들은 사직서에 ‘유연성과 급여, 혜택 측면에 더 나은 조건을 원한다’ 또는 ‘나쁜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다’ 등을 이유로 적는다. 하지만 퇴사가 퇴사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퇴사자가 나왔을 때 동료들의 퇴사 확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이직 전염’이라고 부른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퇴사 이유 중 이직 전염은 25%를 차지한다. 클로츠는 퇴사와 관련된 수치가 자주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이직 전염이 노동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클로츠는 퇴사가 “멋진 선택처럼 보이면” 노동자들이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몇 년 동안, 심지어 그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약간의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엔) 사표를 던지는 것이 권력 회복이 될 수 있습니다.”

“고용주와 직원의 관계에서 권력은 고용주가 가지곤 합니다. 우리는 월급이 필요해서, 고용주가 원하는 것들을 자신은 원치 않더라도 견뎌야 하죠. 그런데 퇴사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권력 역학이 달라집니다. 이는 정말 매력적이라서, 한번 맛을 보면 빠져나오기 어려워요. 직원이 ‘이런 건 나한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나도 먼저 나간 사람들처럼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자신의 힘이 커지는 거죠.”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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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 중에는 자신의 퇴사 결정을 후회하는 이들도 있다

클로츠는 “그 과정에서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에” 퇴사 고려가 매력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퇴사와 관련된 뉴스를 읽거나 퇴사를 다룬 바이럴 영상을 보게 되면, “퇴사에 대한 생각을 접는 게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클로츠는 과거에는 “퇴사가 일종의 금기시되는 주제였고, 남모르게 준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비밀스러운 과정이었죠.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이 편하게 퇴사를 말하는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에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행처럼 번지는 퇴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퇴사가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로츠는 대 퇴사의 단점 중 하나가 ‘퇴사가 아주 빠르고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라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점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면, 신중한 선택 대신에 거의 자동 반사적인 퇴사가 나올 수 있다. 클로츠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은 자신도 쉽게 할 수 있어 보인다며, “하지만 분명 퇴사는 자신이 직업과 관련해 내리는 가장 큰 결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직 전염에 대해 연구한 미국 멤피스 대학 경영학과 교수 케이틀린 포터는 퇴사 추세에 대한 담론은 ‘퇴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거의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직장의 직원이라는 지위를 포기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메트로 지역에 산다면, 당신이 다른 직장을 알아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자리를 찾아서 가족 전체가 이사를 해야 할 겁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포터는 “새 역할에서 효과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속도를 내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삶 전체가 이전과 단절됩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기는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에 속하죠. 아주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아주 힘이 듭니다.”

포터는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퇴사의 매력이 퇴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을 유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직 전염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를 덜 “체화한” 노동자들이다. 보통 인구통계학적으로 젊은 사람들이거나 경력이 짧은 이들 중에 이런 경우가 나타난다. 이들은 사실 퇴사에 적합한 상황은 아닐 수도 있다.

새로운 직업이 더 나은 급여와 유연성, 또 다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자주 이직하는 것은 경력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이 ‘퇴사를 해야 한다’고 하기 전에 퇴사를 하면(즉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큼 한 직장에서 충분히 경력과 탄탄한 평판을 쌓기 전에 퇴사를 하면), 이러한 퇴사가 경력 관리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포터는 유행처럼 번지는 퇴사는 특히 여성이나 유색인종 등 소수 집단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집단까지 올라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이들 집단의 높은 이직률도 부분적인 원인이다. 때문에 퇴사가 늘어나는 추세가 이들에게 영향을 줘 퇴사가 늘어나면,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자신이 세간의 이목을 퇴사로 끌어오는 시발점이 됐을 수 있지만, 클로츠는 단지 ‘멋지다’는 이유로 퇴사는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직업을 바꾸는 것을 단순한 변화로 보기보다는, 중대한 삶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대부분은 한 번에 한 가지 직업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 퇴사는 삶에서 오랫동안 이어온 관계를 끊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복잡한 일이고, 감정이 개입되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경험할 때까지는 그게 어떤 것일지 제대로 알지 못할 겁니다. 모든 것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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