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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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서쪽 끝에 자리 잡은 감비아 정부가 중국의 투자를 환영하며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소유의 생선 공장이 자신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어민들을 만났다.

감비아 수도 반줄에서 남쪽으로 약 45km 떨어진 해안 지역 군주르에서 만난 어부 부바 캐리는 “난 이곳에서 지난 32년간 물고기를 잡았다”며 말을 꺼냈다.

캐리는 하얀 건물을 가리키며 만딩카어-영어 통역사를 통해 “저게 우리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저 공장이 들어서기 전엔 이곳 바다에도 물고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물고기를 잡으려면 (인접국인) 세네갈이나 기니비사우로 가야 하죠.”

이곳 군주르에서 물고기를 사 내륙 지방에서 되파는 일을 한다는 켈레파 카마라 또한 “저 공장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저 공장 때문에 현지 생선 가격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감비아의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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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르 지역 어부들은 새로 들어선 ‘골든 리드’ 공장이 물고기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또 시세보다 낮은 가격을 지불하는 바람에 시장이 혼란스러워졌다고 토로했다

여기서 이들이 말하는 공장은 ‘골든 리드’사가 군주르에 지은 어분(생선을 찌거나 말려서 만든 가루) 가공 시설을 가리킨다.

감비아엔 이러한 공장 총 3개가 있다.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공장 2곳은 이곳 군주르에서 각각 북쪽과 남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마찬가지로 어분이나 어유(물고기에서 짜낸 기름)를 생산해 중국, 유럽 등지로 수출한다.

한편 오래전부터 어분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어분을 생산하기 위해선 밴댕이나 봉가(청어과 물고기)와 같은 물고기가 대량으로 필요한데, 이는 감비아의 총 단백질 섭취량의 적어도 절반을 차지한다.

네덜란드 비정부 환경 단체인 ‘체인징 마켓스 재단’은 어느 대형 어분 공장이 감비아의 총 연간 어획량의 40%를 가져간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감비아와 중국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져 가고 있다.

야히아 자메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감비아는 대만과 단교했으며, 그 직후인 2015년, 중국 기업에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가했다. 그렇게 군주르에 처음으로 중국 기업의 생선 공장이 들어섰다.

정치 감시 단체인 ‘워치 감비아’에 따르면 감비아에선 법률상 외국 국적의 개인이나 법인이 26년 이상 토지를 임대할 수 없으나, 이러한 허가가 떨어졌다고 한다.

자메 정권 하의 잔재 청산과 인권 유린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 ‘진실과 화해 및 보상 위원회(TRRC)’가 신설될 정도로 논란 많은 지도자였던 자메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2년간의 집권을 끝으로 마지못해 물러났다.

그러나 새로 집권한 대통령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는 등 양국 간 우정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해 중국은 감비아의 부채 약 1200만달러(혹은 1000만달러, 약 130억~150억원)를 탕감해주는 한편 감비아의 농업과 어업에 287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염된 해양 보호구역

하지만 군주르 지역사회는 골든 리드에 불만이 많다.

골든 리드의 어분 공장이 문을 연 지 거의 1년이 지난 2017년 5월 22일, 근처 해양 보호 구역인 ‘볼롱 페뇨’ 석호에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며 물이 붉게 변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에 같은 해 6월, 감비아 환경청은 해당 공장의 폐수가 석호 오염의 원인이라며 골든 리드를 상대로 하급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감비아의 어부들이 고기를 잡고 해변으로 들어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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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리드는 한 바구니당 5달러에 어민들로부터 생선을 구입한다.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이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금 2만5000달러에 마무리하며 소는 취소됐고, 공장은 빠르게 가동을 재개했다.

한편 골든 리드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환경 오염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감비아 수산자원부 소속 고위 공무원이었던 밤바 반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8~2020년 사이 불법 조업으로 억류된 선박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골든 리드로부터 1600달러를 최소 5번이나 건네받은 혐의였다.

반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2년간 수감됐으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일부 군주르 지역 주민들이 폐기물 오염에 관한 기준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우려하는 가운데 BBC가 지난해 12월 만났던 여러 어부와 공장 근로자들은 골든 리드 공장 근처 바다에 들어간 이후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러한 질병이 공장 측 잘못임을 확실히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없다.

한편 대부분 군주르 주민이 분노한 지점은 바로 어획량 감소였다. 이들은 골든 리드가 지나치게 많은 물고기를 잡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골든 리드는 일부 어부들과 6개월 치 계약을 체결해 운영 중이다. 이들 어부는 대부분 세네갈 출신으로, 강력한 모터를 장착한 보트로 물고기를 잡는다. 나무배를 타는 지역 어부들은 이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또한 골든 리드는 생선 한 바구니당 5달러에 어민들로부터 생선을 대량 구입한다. 이는 현지 시장가보다 3배나 저렴하다.

비록 일부 어민들은 그 덕에 판매가 보장되기에 괜찮다고 했으나, 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물고기가 줄어들고 있으며, 감비아 어부들의 수입이 더 적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잡은 물고기를 실은 배들이 들어올 때면 공장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배들이 해변에 도착하자 남성 여러 명이 50kg에 달하는 무거운 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다. 배에서 공장까지 물고기를 옮겨다 주는데 0.5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한편 지역 시장에서도 그 영향을 느낄 수 있었다. 생선이 점점 더 귀해지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었다.

어부가 잡은 물고기를 보여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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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어부들은 남획이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한편 군주르 어민들은 골든 리드가 지역 사회와의 약속을 어겼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뎀보 ‘알칼로’ 다보에 군주르 마을 촌장은 “저들은 해변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와 지역 사회를 위한 수산 시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또한 지역 사회 내 일자리 600개 창출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역 사회가 매달 815달러 정도를 받는 것 외에는 아무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815달러 또한) 저들의 재산 규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는 저들을 향해 싫어하는 감정을 표출할 순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은 정부가 쥐고 있죠.”

군주르의 골든 리드 공장에서 일한다는 어느 익명의 노동자는 감비아인 노동자는 40명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근무 조건이 열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급은 고작 60달러이며, 이 또한 오직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덧붙였다.

“소득세와 사회 보장 혜택 명목으로 월급에서 일정 부분 공제해간다”는 그는 “(그러나) 난 사회 보장 계좌나 번호도 없다”고 지적했다.

‘과학적인 증거 없어’

한편 오마르 기바 현 감비아 수산자원부 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비판을 일축했다.

해당 공장을 통해 외자를 유치하며, 감비아 주민들이 절실히 원했던 일자리를 내줬을 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유해 폐기물을 투기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감비아 어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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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들은 남획으로 인한 결과는 5년 안에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골든 리드는 폐기물을 액체 형태로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을 찾았습니다. 어디로 수출하는지는 전 모르죠.”

그러면서 기바 장관은 “예를 들어, 법에는 [전체 고용 인력의] 80%를 감비아인으로 채워야 한다고 나와 있지 않다”면서 “어떤 투자든 장단점이 있다. 그게 바로 사회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바 장관은 관련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남획을 둘러싼 우려를 누그러뜨리고자 애썼다.

하지만 환경 저널리스트 무스타파 마네는 감비아 앞바다에서 밴댕이와 봉가가 과하게 잡히고 있다는 UN의 2019년 보고서를 언급하며, 남획의 결과가 5년 안에 심각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저들이 매일 잡아들이는 [엄청난] 어획량은 결국 우리의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식량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기바 장관은 현재 감비아에서 골든 리드가 얼마나 많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지 정확히 말하진 못하면서도, 쿼터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어잡이가 문제가 된 적은 있으나, 이를 위한 규정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생물학자이자 감비아의 대표적인 반 어분 공장 활동가인 아흐메드 만장은 골든 리드를 법정에 세운 환경 운동가 그룹의 일원이다.

이들 그룹은 민사 법정에 골든 리드를 상대로 환경에 끼친 피해 보상금 25만달러를 배상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만장은 2017년 7월 이후 소송 진행이 번번이 연기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만장은 “중국인들의 감비아의 사법 체계를 망가뜨렸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해명 요청에 감비아 당국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만장은 얼마 전 골든 리드 공장이 자신과 다른 환경 운동가 5명에게 현금을 건네려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혔다.

“(현금으로) 꽉 채운 봉투더군요. 저들이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그 이전엔 골든 리드를 대표한다는 어느 감비아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환경 운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약 4000달러를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한 답을 얻고자 나는 군주르의 골든 리드 공장을 방문했다.

출입이 삼엄한 이곳은 출입증을 얻기도 까다로울뿐더러 중국인 소유주들과 대화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골든 리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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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리드 측은 정부의 지침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 리드의 고위 간부인 피터 주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우리의 모든 작업이 정당하다”고 짧게 말했다.

어획량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자 주는 “이에 대해선 잘 모른다. 우리는 어부가 아니라 사업체다. (그러니)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그런 것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

뇌물 수수 등의 다른 의혹과 관련해 골든 리드와 접촉하려고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한편 만장은 세네갈, 모리타니, 감비아가 미래 어류 자원을 보호하고자 함께 노력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린피스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감비아 출신 청년 환경 운동가인 부바 잔네는 골든 리드의 99년 토지 임대 무효화를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가고 있으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잔네는 만약 이 임대 계약이 자신이 죽는 날까지 계속 유지된다면 감비아의 미래는 “매우 어두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톰 포드는 서아프리카를 다니는 프리랜서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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