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든 반군에 둘러싸인 필립 메르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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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파푸아 반군에 붙잡혀 인질이 된 조종사 필립 메르텐스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반군이 뉴질랜드 조종사를 납치한 지 두 달이 넘어가면서 해당 지역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분쟁이 재조명되고 있다.

뉴질랜드 출신 조종사 필립 메르텐스(37)는 지난 2월 ‘서파푸아 민족해방군(TPNPB)’에 인질로 붙잡혔다.

이들 반군은 메르텐스를 정치범으로 규정해 억류 중이다.

이번주 인도네시아군은 메르텐스를 구출하고자 파푸아 중부 산악지대 은둔가 지역을 수색 중이었으나, 반군과 충돌하며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때론 폭력 사태를 동반하는 등 인도네시아 정부와 서파푸아 원주민이 서로 오랫동안 반목한 가운데 메르텐스 납치 사건을 기점으로 최근 들어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파푸아’는 어디?

인도네시아는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로, 총 38개의 주로 나뉜다.

그중 서파푸아(West Papua)는 가장 동쪽에 있는 영토로, 그린란드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 지역을 가리킨다.

뉴기니섬의 동쪽 절반은 파푸아뉴기니 땅이다. 파푸아뉴기니는 1975년에 호주로부터 독립한 국가다.

인도네시아령 서파푸아는 2001년부터 특별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작년 6월엔 5개 주로 나뉜 바 있다.

서파푸아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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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파푸아 위치

이 지역은 천연가스, 광물, 목재, 팜유 등의 자원이 풍부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금광도 자리하고 있다.

서파푸아 지역의 인구는 540만여 명으로, 현재는 다른 지역에서 건너온 이주민이 멜라네시아인 계통인 원주민들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인 다인종 국가로, 그중 약 1억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자바인의 규모가 가장 크다.

서파푸아 분쟁의 원인은?

1949년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인정받았을 당시에도 서파푸아 지역은 여전히 네덜란드령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1961년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를 완전히 몰아내고자 독립전쟁을 일으켰고, 미국의 지원으로 2년 후 서파푸아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이후 1969년, 유엔(UN)의 후원을 받아 서파푸아 지역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주권을 인정하는 주민투표가 시행된다. ‘자유 선택 행위’라고도 알려진 해당 투표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감독하에 파푸아 지역 지도자 1022명만이 투표할 수 있었던 탓에 여전히 비판받고 있다.

그렇게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인 ‘자유 파푸아 운동(OPM)’이 무장 투쟁을 시작해 오늘날까지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OPM은 씨족과 지역에 따라 분열돼 있으며, 무장 정도도 미약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들 분리주의 운동에 대해 대부분 무관용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고자 종종 군대를 동원하기도 한다.

서파푸아 독립을 요구하는 학생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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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에서 열린 집회. 학생들이 서파푸아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60년대 시작된 해당 분쟁 이후 군인, 반군, 민간인 사망자가 최대 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한편 인도네시아 군은 1960년대부터 인권 유린으로 지탄받고 있다. 지난주 UN이 임명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군이 아동 살해, 실종, 고문, 강제 이주 등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분쟁 상황은?

2018년 이후로 분리 독립을 원하는 반군의 공격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서파푸아 지역의 군사 정보 책임자가 2021년 반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해당 지역의 치안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TPNPB은 일부 공격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배후를 자처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랫동안 TPNPB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1996년 TPNPB는 뉴기니섬 마펜두마에서 ‘세계자연기금(WWF)’ 소속 26명을 납치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인 2명은 납치범들에 의해 살해당했으며, 나머지 인질은 결국 5개월 만에 풀려났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엔 금광 직원들이 타고 있던 버스 16대가 공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엔 인도네시아 건설 노동자 25명이 은둔가에 머물다 파푸아 무장 단체에 의해 납치됐으며, 이들 중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이후 인도네시아 당국이 군사 작전을 펼치며 수만 명이 이재민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조종사 메르텐스 또한 바로 이 지역에서 납치됐다. 여러 산을 가로질러 건설 중인 파푸아 횡단 고속도로가 지나는 곳인데, 많은 파푸아 민족주의자가 이 도로가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과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고 본다.

서양인을 납치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메르텐스 납치 사건 이후 TPNPB 대변인은 이제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및 뉴질랜드 등 모든 외국인”을 납치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인도네시아에 무기를 보내거나, 군대 훈련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의 통치를 지지한 국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가 인도네시아 당국의 서파푸아 탄압을 외면했다고 일갈했다.

한편 인권 단체들 또한 이들 서방 국가가 인도네시아 내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호주는 인도네시아와 오랫동안 긴밀한 방위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아울러 파푸아의 서방 정부에 대한 불만은, 이들 국가가 1969년 당시 정당하지 못했던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또 그 결과가 UN에서 승인되는 데 기여한 역할 때문에도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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