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을 찍은 흑백 사진

BORIS ELDAGSEN
보리스 엘다크센이 출품한 이미지. 실제 사진이 아님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한 사진작가가 명망 있는 국제사진 대회인 ‘2023 소니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미지임을 고백한 뒤 수상을 거부했다.

독일 출신 사진 작가 보리스 엘다크센은 ‘위기억: 전기기술자(Pseudomnesia: The Electrician)’라는 작품으로 지난주 ‘2023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엘다크센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실험하고, 또 사진의 미래에 관한 토론의 장을 열고자 해당 이미지를 출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엘다크센이 수상작 선정에 앞서 AI 활용 범위에 관해 진실하게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엘다크센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자신이 “말썽을 일으켰다”고 인정하면서 심사위원들에게 “내 사진을 선택해줘서, 그리고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진이 AI에 의해 생성됐다는 것을 눈치채거나 의심한”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반문했다.

또한 엘다크센은 “AI 이미지는 이런 (사진) 대회에서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AI 이미지는 (기존 사진 작품과) 별개입니다.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상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위기억: 전기기술자’는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을 찍은 강렬한 인상의 흑백 사진이다.

하지만 엘다크센이 지적했듯 이 이미지는 “무언가 옳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며, 실제로도 실제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닌, AI가 합성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최근 몇 달간 작곡과 작문에서 운전, 정신과 상담 및 의약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현재 모든 분야에 걸쳐 AI 활용이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사진계에서도 AI 활용의 적절성과 유용성, 특히 딥페이크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편 이번 대회를 주관한 ‘세계사진협회’의 대변인은 수상작 발표 전 엘다크센이 해당 이미지는 AI와 “공동 창작”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엘다크센은 “AI의 창의적 가능성”에 흥미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해당 작품은 사진에 대한 자신의 지식에 크게 의존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엘다크센의 모습

BORIS ELDAGSEN
엘다크센은 “(AI 이미지에 대한) 개방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이미지를 출품했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원래 해당 대회의 크레이티브 부문은 청사진법이나 레이요그래프와 같은 독특한 사진 작업 방식에서부터 최첨단 디지털 사진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적인 방식을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AI 생성 이미지가 아닌, AI를 활용한 이미지라는] 엘다크센의 설명을 바탕으로 해당 이미지가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경쟁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엘다크센의 출품을 지지한 것입니다.”

“또한 저희 또한 이러한 주제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원했기에, 엘다크센의 요청대로 웹사이트에 질의응답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엘다크센이 수상을 거절했기에, 현재 엘다크센과의 작업을 중단했으며, 본인의 바람대로 엘다크센을 대회에서 제외했습니다.”

아울러 주최 측은 “이러한 주제[AI]의 중요성과 AI가 사진 제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다면서도 해당 대회는 “언제나 늘 그랬듯 매체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와 예술가의 우수성과 기술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엘다크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작이 발표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주제에 대한 “공개 토론”에 참여하고 싶다고 주최 측에 설명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에 자신이 받게 될 상금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열리는 어느 사진 축제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엘다크센에 감사합니다’

한편 사진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진작가인 페로즈 칸은 이번 사건에 특히 관심이 생겼다고 밝히며 “사진 업계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예술가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대부분 사람이 AI 이미지와 진짜 사진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칸은 “그리고 앞으로 몇 달 안에 자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그 둘의 차이점을 알아내기 더욱 어려워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기에 엘다크센은 AI 이미지를 따로 사진 대회에서 별도의 경쟁 부문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저는 엘다크센이 AI 이미지를 사진 대회에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줘서 감사합니다. 네, 물론 엘다크센이 AI 이미지를 사진 대회에 출품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에게 사기를 치고자 나온 것 같진 않습니다.”

“엘다크센은 이러한 주제에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이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칸은 엘다크센이 “경험이 풍부한 사진작가나 전문가들도 속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올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 수상작 및 최종 후보작은 오는 5월 1일까지 영국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분석: 크리스 발란스 BBC 기술 수석 전문기자

AI 생성 이미지가 지난 9월 미국의 한 예술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후 이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히 타오르고 있다.

기술은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과거 AI 생성 이미지에서 결점을 지적하며 자기 위안을 삼았던 사진작가와 예술가들은 이제 더 이상 이러한 결점을 발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중이다.

팀 플래시 ‘사진가 협회’ 회장은 지난달 BBC와의 인터뷰에서 AI로 호랑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게 얼마나 쉬웠는지 설명하며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 찍은 사진과 별 차이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만났던 어느 사진학과 학생은 과연 몇 년 후에도 사진작가라는 직업이 여전히 존재할지 걱정하기도 했다.

많은 예술가와 사진작가 현재 AI가 인간 창작자 수십만 명의 작품을 바탕으로 학습하며 이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심지어 법적 조치에 나선 이들도 있다.

그러나 AI를 단지 또 다른 도구로 간주하거나, 새로운 범주의 예술로 바라보며 그 가치를 인정하려는 이들도 있다.

사진 또한 한땐 새로운 기술로, 누군가에겐 위협적인 발명품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AI 이미지의 저작권 등 매우 기본적인 문제 또한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AI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여러 윤리적, 법적 질문을 생성하고 있으며,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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