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단 수도 하르툼 내 무력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세계 각국이 외교관을 포함한 자국민 대피에 나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이 외교관을 수단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자국민 대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수단에서는 지난 15일부터 정규군과 강력한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간 치열한 권력투쟁이 결국 무력 충돌로 이어져 전국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미 당국은 23일 오전 치누크 헬기 3대를 동원해 “신속하고 깔끔한” 작전을 펼쳐 100명 미만의 인원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하르툼 시내 미 대사관은 현재 폐쇄된 상태로, 공식 트위터를 통해 미국 민간인을 대피시키기엔 상황이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정부 또한 “복잡하고 빠른” 작전을 통해 자국 외교관과 그 가족을 수단 밖으로 대피시켰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부 장관은 수단에 아직 남아있는 교민들을 탈출시키엔 “(상황이) 무척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아래 국가 또한 같은 날(23일) 대피 작전을 펼쳤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국민과 타국민을 태운 비행기가 지부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 한국 정부도 29명의 체류 한인의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2일 공군의 C-130J ‘슈허큘리스’ 수송기를 인근 국가인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파견했다.
- 네덜란드 국적자 몇 명이 프랑스 비행기로 하르툼을 탈출한 가운데 23일 저녁 네덜란드 정부는 더 많은 자국인을 대피시키길 원했다.
- 독일군은 비행기 3대 중 101명을 태운 첫 번째 비행기가 수단을 빠져나와 요르단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 이탈리아와 스페인 또한 자국민 대피에 나선 가운데, 스페인 측은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폴란드, 멕시코, 베네수엘라, 수단 국적자의 탈출도 도왔다.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국 외교관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22일엔 150여 명이 바다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항구도시 제다로 탈출했다. 이들 대부분은 걸프만 연안 국가 국적자이나, 이집트, 파키스탄, 캐나다 국적자도 포함돼 있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출신 외국인 학생들 또한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한편 현재 수단에서는 인터넷이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라 인구 약 600만 명의 하르툼 등 여러 도시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태로 하르툼에서는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하는 등 격렬한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하르툼과 여러 도시에선 총격전과 폭격이 지속되면서 전기가 차단되고 대부분 국민이 식량과 마실 물 등을 구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양측은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기념해 21일부터 3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휴전 약속은 무시되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한편 미 당국은 23일 “수단 국내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대응 활동을 위해” 재난대응팀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만다 파워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재난대응팀은 우선 케냐에서 활동할 계획으로, “가장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내전으로 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 내 대부분 병원이 문을 닫는 등 의료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망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르툼뿐만 아니라 RSF가 처음 등장한 서부 다르푸르 지역도 이번 사태로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UN)은 다르푸르 지역의 국경을 통해 수단을 탈출해 접경국 차드로 대피한 이들이 2만 명에 달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무력충돌이 격화하고 있는 수단에 체류 중인 교민의 대피·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국방부는 22일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가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의 미군기지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밝혔다.
수단 체류 한인은 총 29명이며, 이 가운데 수단 국적을 가진 1명을 제외한 28명이 대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 등 조종사·정비사·경호요원·의무요원 50여 명을 함께 파견했으며, 소말리아 해역 호송 전대 '청해부대 배속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DDH-Ⅱ·4400톤급)도 수단 인근 해역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