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 그룹’이 수단과 다양한 거래·군사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은 현재 수단 내 분쟁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용병단 수장은 2년 넘게 “수단에 바그너 PMC(민간군사업체) 용병이 단 한 명도 파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러시아 용병이 수단에 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이 과거 수단에서 활동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은 프리고진의 수단 내 활동을 제재하고 있다.
금 채굴 거래
2017년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수단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정부와 일련의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홍해로 향하는 수단 항구에 러시아 해군 기지를 건설하는 계약과 “러시아 회사 ‘M인베스트’와 수단 광물부 간의 금 채굴 양허 계약”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재무부는 M인베스트와 그 자회사 ‘메로골드’가 바그너 그룹의 수단 내 활동 창구라고 주장한다. 수단은 아프리카 3위의 금 생산국이다.
2020년 스티븐 므누신 당시 미 재무장관은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수하 집단이 개인적 이익을 목적으로 수단의 천연자원을 착취하고 악의적인 영향력을 퍼뜨렸다”고 비난한 바 있다.

M인베스트와 메로골드는 모두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CNN의 조사에 따르면, 채굴된 금이 육로를 통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으로 반출됐다.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활동 중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해당 반출은 수단의 공식 무역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작년 ‘데일리 텔레그래프’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상당한 양의 금이 군사공항을 통해 밀반출되기도 했다.
수단에서 바그너 그룹의 또 다른 흔적
러시아 및 국제 소식통은 2017년부터 수단 내 러시아 용병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들은 러시아 용병이 수단 군인들을 훈련시키거나 보안군의 시위 진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 중인 모습으로 알려졌다. BBC는 해당 사진들을 따로 검증하지 않았다.
2021년 바그너와 연결된 ‘텔레그램’ 채널에서 공개된 사진들에는 2년 전 행사에서 익명의 바그너 최고사령관이 수단 군인에게 기념품을 수여하는 모습이 담겼다.
2022년 7월에는 같은 채널에서 한 영상을 공개했는데, 바그너 용병들이 수단군을 위해 낙하산 착륙 훈련을 하는 모습이라고 알려졌다.
해당 채널은 익명의 러시아 용병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링크했는데, 그는 본인을 “프리랜서”라고 부르며 2021년 8월과 10월 게시물을 통해 수단에서 펼친 활약상을 공유했다.
2020년에는 바그너의 선전용 액션 영상에서 용병들의 활동 국가 중 하나로 수단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바그너의 영향력
미 재무부는 바그너 그룹이 “준군사 작전, 독재정권 유지 지원, 천연자원 착취”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조아나 드데우스 페레이라 박사는 “먼저 2018년에 약 100명의 남성이 수단 군대를 훈련시켰고, 이후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다”고 설명한다.
수단 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 숫자는 이제 약 500명으로 늘어났고 주로 수단-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경 근처의 움다푸크 인근 남서부에 주둔 중이다.
‘수단트리뷴’은 2019년 바시르 대통령 축출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을 때 “러시아 용병단”이 수단 정보·보안국과 함께 반정부 시위 감시에 투입됐다고 보도했지만, 수단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협력 대상의 변화
러시아의 아프리카 활동에 대해 집필한 사무엘 라마니 박사는 바그너 그룹이 바시르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돕기 위해 자체 미디어 캠페인을 고안했다며 “프리고진은 시위대에 친이스라엘·반이슬람 프레임을 씌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 그룹은 바시르 대통령 수하의 보안군과 마찰을 빚었고, 이후 바그너 측은 바시르를 축출한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으로 협력 대상을 바꿨다.
라마니 박사는 “러시아 외무부가 쿠데타에 반대했지만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은 오히려 알부르한의 집권을 환영했다”고 말한다.
라마니 박사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이후 2021년과 2022년에 수단 신속지원군(RSF)과의 관계를 강화했는데, RSF는 현재 알부르한 장군의 수단 정규군과 전투 중이다.
프리고진은 RSF를 이끄는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이 최근 인수한 광산에서 더 많은 금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보여왔다. 다갈로 장군은 ‘헤메티’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헤메티는 수단-러시아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작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그러나 수단 관련 싱크탱크 ‘컨플루언스 어드바이저리’의 콜루드 카이어는 바그너 그룹이 현재 분쟁에서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카이어는 “바그너가 알부르한 장군의 회사와 헤메티의 회사 모두에 다양한 범위·방식으로 연관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바그너의 존재감
바그너 용병들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및 리비아, 말리에서 수년 동안 다이아몬드 광산 경비 활동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2021년 조사를 통해 바그너 용병 한 명이 남긴 디지털 기기와 리비아 군인·민간인과의 대화를 통해 바그너가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증거를 발견했다.
말리 정부는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전투를 위해 바그너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러시아 용병들이 중아공과 말리에서 고문과 살인을 비롯한 심각한 가학 행위를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추가 취재: 제레미 하웰, 다니엘 팔룸보